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20

1년 전 ‘성공적인 기업 경영을 위한 사법리스크 관리 방법’이라는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은 경쟁 국가에 비해 CEO의 폭넓은 형사책임을 인정하는 나라이다. 처벌 수위 또한 상당히 높다.    

 

최근 주한미국상공회의소(The American Chamber of Commerce in Korea, AMCHAM)는 2023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과 함께 최고경영자(CEO)의 형사책임 축소가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기업에게도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법률이 모두 개정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CEO라면 개인적인 과오가 없더라도 회사에 발생한 법률적 이슈로 인하여 수사기관(주로 경찰과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게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출석, 조사, 조서 작성 및 확인으로 이어지는 수사과정 별로 각각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이번에는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 꼭 출석을 해야 하는지, 출석 요구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은 CEO는 무조건 출석해야 할까?
첫 번째 CEO 자신이 피의자로 경찰 또는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결국은 출석해야 한다. 출석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강제소환할 수 있기 때문에 출석을 거부하거나 무조건 미뤄달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가능한 날짜를 얘기해달라는 수사관의 말에 곧바로 날짜부터 정할 것이 아니라 고소장 등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로 사건 내용 파악, 변호인 선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여유 있게 출석 일자를 정하는 것이 좋다. 수사기관도 변호인 선임이나 내용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당장 출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건 내용을 검토해 인정할 부분과 부인할 부분, 반박할 자료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 출석해야 한다.
두 번째 법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게 될 때 수사를 위해 대표자를 소환하는 경우이다. 양벌규정이란 양쪽을 모두 다 처벌한다는 의미로, 종업원이 직무상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 종업원을 고용한 사업주도 형사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종업원과 사업주 양자가 모두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대표자는 행위자인 직원의 실무적인 범죄 행위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출석해도 할 말이 없거나 도움이 되지 않아 형식적인 조사로 시간만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벌규정으로 입건되거나 처벌받는 대상은 법인사업자이지 조사받는 대표자나 임원이 아니다. 
대법원은 2020년 용역직원 관리를 소홀히해 고객정보를 대량으로 유출되게 한 은행과 카드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양벌규정에 따라 벌금형을 확정했다. 2022년에는 해킹으로 고객 개인정보를 유출한 여행사 법인을 정보보호 책임자인 직원과 함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했다. 대표자가 용역직원의 관리나 고객정보 관리라는 실무적인 내용을 일일이 알 수는 없는데도 수사기관은 위와 같이 양벌규정으로 법인을 입건할 때 대표자가 전혀 모르는 내용이나 아무리 가벼운 범죄라도 무조건 소환해 그 진술을 받으려는 경향이 있다. 

법인의 책임 판단 여부시에만 대표이사 소환
한편 대검찰청은 이미 2008년 법인을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하면서 무조건 대표이사부터 소환 조사하던 수사 관행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법인의 책임을 판단하는데 필요한 경우에만 대표이사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수사 개선안을 발표한 적이 있다(2008. 7. 21.자 대검찰청 보도자료 – 검찰, 법인 처벌 시 불필요한 대표이사 소환 조사 억제하기로).
이처럼 수사기관 스스로 과잉수사로 인지하고 개선안까지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연인 아닌 법인 사업주를 입건할 때 수사기관은 기계적으로 대표자를 제일 먼저 소환하곤 한다. 그렇지만 법인 범죄 수사로 출석 요구를 받은 대표자는 수사기관에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법인 실무 담당자를 먼저 조사해 달라고 하거나 꼭 조사해야 한다면 직접 출석하지 않고 우편 진술이나 전화 조사 등으로 갈음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한 요청을 한다고 법인이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흠결 없이 완전한 경영을 추구하는 CEO일수록 떳떳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때 무조건 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소 후 공판절차를 고려할 때 사정을 알지 못하는 대표자가 출석해 추측에 기반한 조서나 진술서를 수사기록에 남겨 놓는 것보다는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이를 잘 아는 담당 직원 또는 임원이 조사받는 것이 법인에도 유리하다. 

 

김서형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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