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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실무는 물론 세법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 소위 '이익소각’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 됨에 따라 그 의의와 쟁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익소각’ 판결의 의의와 쟁점
최근 중소·중견기업 경영자들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소위 ‘이익소각’ 사건에 관한 1심 판결(수원지방법원 2023. 4. 26. 선고 2022구합70965 판결, 이하 ‘본건 판결’)이 선고됐다. 이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에 의하여 ‘거래의 재구성’이 가능한지 여부를 전면적으로 검토한 몇 안 되는 판례로서, 과세당국의 과세실무는 물론 세법 학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이라고 생각되어 그 판결의 의의와 남아있는 쟁점 등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쟁점의 정리
판결의 사안은 다음과 같다. ①먼저 회사의 주주인 일방 배우자(증여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수증 배우자)에게 배우자증여공제 한도인 6억 원의 범위 내에서 주식을 증여한다(제1행위: 배우자간 주식 증여). ②이렇게 주식을 증여받은 배우자는 그 주식을 동일한 가격으로 회사에 양도하고 회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를 소각한다(제2행위: 주식 양도 및 소각). 이 과정에서 배우자간의 주식 증여 및 회사의 주식 양수·소각 모두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에 정해진 방법에 따른 동일한 평가액에 의하게 되므로 수증 배우자가 이를 회사에 양도하고 그 대금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따로 ‘양도차익’ 내지 ‘의제배당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식을 취득한 금액과 처분한 금액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와 같이 주식을 양도한 대금은 수증 배우자가 원래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었던 채무, 즉 ‘가지급금’과 상계하거나 개인적인 채무를 변제하는 등 최종적으로 그 수증 배우자에게 귀속되었다.
이렇게 ‘배우자증여공제를 활용한 의제배당’ 사안의 경우가 전국적으로 많아지자 과세당국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실질과세원칙을 들어 과세에 나아갔다. 즉 증여 배우자가 다른 수증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은 ‘가장거래’일 뿐이며 위 거래는 ①증여 배우자가 자신의 주식을 직접 회사에 양도해 그 양도대금을 지급받은 후 ②그렇게 지급받은 ‘현금’을 배우자증여공제 한도 내에서 수증 배우자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거래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증여 배우자는 직접 회사에 주식을 양도하고 소각한 대금을 받은 것이므로 그에 대한 의제배당 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보았다. 
즉 과세당국은 부부간의 ‘주식 증여(제1행위) 후 주식 양도·소각(제2행위)’의 거래를 ‘주식 양도·소각(제2행위) 후 현금 증여(제1행위)’의 거래로 그 순서와 대상을 각 변경한 것이다. 이러한 과세처분의 근거로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이 제시됐다. 이 규정은 과세대상이 되는 행위 또는 거래를 우회하거나 변형해 여러 단계를 거침으로써 부당하게 조세를 감소시키는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법 조항의 문언 그대로 ‘다단계 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보겠다는 것이 그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본건에서 과세당국은 단순히 제1행위와 제2행위를 하나의 거래로 본 것에서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그 ‘순서’와 ‘대상’을 변형해 아예 새로운 거래를 구성했는데, 이러한 거래의 재구성까지 위 조항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일까?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

 

건 판결의 내용
결과적으로 본건 판결은 이 사건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먼저 본건 판결은 “이 사건 증여로 인하여 원고는 … 배우자증여공제 한도가 감소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증여로 인하여 아무런 손실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 주식의 소유 관계, 배우자증여공제 한도, 가액 평가의 적정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증여계약을 진의 아닌 허위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인 ‘가장행위’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해, 배우자간 주식 증여의 효과를 통째로 부인한 과세당국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밝혔다. 마치 월급을 가불하는 것처럼 당사자는 향후 ‘배우자에게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이를 미리 당겨 쓴 것이므로 그러한 당사자의 선택을 단지 조세회피을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리고 본건 판결은 위 ‘거래의 재구성’과 관련해 ‘위 조항(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은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부인하고 실질에 따라 과세대상인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로 보아 과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과 같이 여러 단계의 거래 형식을 모두 부인하고 이를 다시 복수의 거래로 재구성하는 경우까지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해 과세당국에 의한 거래의 재구성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했다. 
즉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의 문언에 충실하게 단순히 다단계 거래를 하나의 거래로 단순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여러 단계의 거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순서 내지 대상과 같은 거래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아무리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를 넘었다고 본 것이다.

이 밖에도 본건 판결은 과세처분의 취소 이유로 일련의 주식 매수 및 소각의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 주식의 양도대금이 수증 배우자에게 그대로 귀속되었다는 점, 수증 배우자의 회사에 대한 가지급금이 그 주식 양도대금과 상계되어 재무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되는 등 독립한 경제적 목적과 실질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본건 판결은 아직 확정된 판결이 아니므로 과세처분의 정당성 여부를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추이를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본건 판결이 일반론으로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납세의무자는 경제활동을 할 때에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법률관계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과세관청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들이 선택한 법률관계를 존중해야 하며(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 여러 단계의 거래를 거친 후의 결과만을 가지고 그 실질이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라고 쉽게 단정하여 과세대상으로 삼아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두57516 판결 등)는 기존 법리에 비추어 볼 때, 과세당국의 ‘거래 재구성’ 권한에 일정한 선을 그은 본건 판결의 취지는 일응 수긍할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본건 판결의 결론이 그대로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모든 쟁점이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유사한 쟁점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른 사건들에서도 조금씩 사실관계의 차이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①주식을 증여받은 배우자가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주식양도대금이 어떠한 명목으로든 다시 증여한 배우자에게 흘러들어갔음이 확인되는 경우 ②어느 한 배우자만 다른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에게 주식을 증여한 경우 ③주식양도대금이 가지급금과 상계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되지 않고 전혀 무관한 용도로 사용된 경우 등 본건과 사실관계의 차이가 있는 다른 사건에서는 본건 판결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러한 개별적인 사실관계의 검토를 생략한 채 본건 판결과 쟁점이 유사하다고 하여 미리 선입견을 가지고 성급히 관련 거래에 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음을 마지막으로 덧붙이고자 한다. 

 

조상연
법무법인 대륙아주 조세팀
전 서울지방국세청 송무국 송무3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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