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ail Biz Insight, 최신 유통 트렌드 뒤집어 보기_3

2019년 11월 나이키가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했을 때 유통업계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나이키의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특히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 사이의 매출은 전년 대비 19.1%나 증가했다. 세계 경제를 뒤흔든 코로나 리스크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나이키의 전략을 알아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로고와 슬로건, 그리고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Nike)는 2019년 11월, 글로벌 유통 거인 아마존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어떻게든 아마존에 입점해 매출 확대의 기회로 삼아보려는 업체들이 줄 서 있는 분위기 속에서 나이키는 오히려 상품을 빼기로 결정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글로벌 1위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에 등 돌리는 나이키의 과감한 행보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약 3년이 지난 현재, 결과는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아마존을 포함해 소매업체들과의 거래를 축소한 나이키의 선택은 옳았다. 지난 5월 창립 50주년을 맞은 나이키는 사상 최대의 수익과 매출을 공개했다. 5월 31일 마감한 2022년도 회계연도 기준 나이키의 매출은 전년 대비 4.9% 증가한 467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이익은 60억 달러로 5.6% 증가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6월부터 2021년 5월 사이의 매출이 전년 대비 19.1%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소비침체와 공급망 차질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코로나 리스크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나이키의 전략은 무엇일까.

전략 1. D2C 채널로 소비자 직접 공략
코로나 팬데믹 이전 나이키 매출은 오히려 감소세에 있었다. 2019년 6월 1일부터 2020년 5월 31일까지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 감소한 374억 달러였다. 나이키가 위기를 극복하고 팬데믹 기간에도 탄탄한 매출 성장세를 보여준 것은 타 브랜드 대비 월등한 팬덤이 형성돼 있음을 반증하며, 이는 소비자에 대한 나이키의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됐다.
2017년 나이키는 ‘소비자 직접 공략(CDO; Consumer Direct Offense)’ 방침을 공표하고 소매 의존도를 낮추는 D2C 채널을 강화했는데, 이러한 방향 전환에 힘입어 타사 대비 탁월한 판매 모멘텀을 구축할 수 있었다. D2C(Direct to Consumer)란 브랜드 기업이 자사 채널을 구축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전략을 말한다. D2C 채널 강화는 나이키가 경쟁 우위를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고, 코로나 기간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물류비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가 판매를 통해 매출과 이익 증가를 실현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전략 2.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채널의 융합
나이키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장기적 성장과 수익성 확보를 목표로 2020년부터 소비자 직접판매 가속화 전략(CDA; Consumer Direct Acceleration strategy)을 추진했다. 나이키는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해 상품 카테고리를 남성, 여성, 아동으로 단순화하고 기술개발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과감한 기술투자 행보로 나이키가 더 이상 운동화 브랜드가 아니라 테크기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나이키의 온라인 채널 매출은 2022년 5월 말 기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디지털 채널은 나이키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디지털 채널에서 나이키 성공의 핵심은 물리적 채널과 디지털 채널의 결합에 있다. 나이키는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최근 몇 년에 걸쳐 선보인 몰입형 매장 포맷은 나이키가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뉴욕, 상하이, 파리 등에 선보인 나이키 하우스 오브 이노베이션(Nike House of Innovation), 지난 7월에 런던에 오픈한 나이키 라이즈(Nike Rise) 등은 고객들이 매장 곳곳에서 초개인화된 방식으로 쇼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명동에 개점한 ‘나이키서울’을 방문하면 나이키가 어떤 방식으로 신기술을 사용해 어떻게 고객 경험을 유도하고 서로 연결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매장의 많은 기술 혁신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화형 신발 정보 기기인 ‘인사이드 트랙 테이블(Inside Track Table)’로,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골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단 몇 초 안에 해당 제품에 대한 모든 리뷰와 실시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나이키는 로블록스 플랫폼에 나이키랜드(Nikeland)라는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 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디지털 환경을 제공했다

전략 3. 한발 앞선 협업으로 Z세대 유입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 고객 유입이 미래 성장에 필수라는 점을 인식한 나이키는 올해 6월 Z세대가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 자크뮈스(Jacquemus)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두 회사의 콜라보 제품은 자크뮈스 사이트에서 먼저 독점 출시됐으며, 50만 명 이상이 동시 접속하면서 웹사이트가 다운되고 제품은 30분 만에 매진됐다. 이 제품군은 7월 말부터 나이키 사이트에서도 판매되어 Z세대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나이키는 구찌(Gucci)와 같은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11월에는 16세 미만의 활성 유저가 2억 명 이상인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와 협업했다. 나이키는 로블록스 플랫폼에 ‘나이키랜드(Nikeland)’라는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고, 팬을 연결하고 경험을 공유하고 게임하며 경쟁하는 디지털 환경을 제공했다. 나이키랜드는 누구나 언제든 무료로 방문할 수 있으며, 이는 스포츠 브랜드의 가장 큰 장벽인 접근성을 허무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영원히 ‘결승선은 없다’
물론 잘 나가는 나이키에도 위협은 존재한다. 나이키의 가장 큰 수익원인 신발 시장은 아디다스, 뉴발란스, 아식스 등 만만치 않은 주자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고, 고유가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 제품 구입을 줄일 소지도 많다. 또 글로벌 브랜드임에도 여전히 매출의 4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최고의 기술, 저비용 생산구조 등 나이키를 받치고 있는 핵심기둥이 단단히 버티고 있고, 글로벌 스포츠업계 정상 자리에 자리매김한 후에도 여전히 초창기 슬로건인 ‘결승선은 없다(There is no finish line)’라는 말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멈추지 않는 나이키가 쉽사리 ‘스포츠업계의 타이탄’ 자리를 내어줄 것 같지는 않다. 

 

윤은영
리테일 애널리스트
lazis@naver.com

유통전문지 <리테일매거진>에서 19년간 수석기자 및 편집장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헬스케어 서비스 플랫폼 빅케어(Big Care)에서 전략 및 사업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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