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직관의 조화 Design Thinking 25

생각은 언어로 표현되는 과정에서 더욱 명료해지며, 우리의 입과 귀를 통해 세상에 나온 언어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에너지원이 된다. 조직의 선봉에서 깃발을 높이 든 리더가 앞장서서 달려 나가면, 그를 따르는 모두가 하나 되어 함성을 지른다. 그 함성이 바로 슬로건이다.

슬로건(Slogan)은 대중을 선동하여 어떤 행동을 하도록 종용할 때 쓰이는 짧은 문구를 말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위험한 상황에서 모두에게 집합하라고 외치던 소리, Sluagh-Ghairm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흔히 선거에서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홍보하기 위해서, 혹은 기업이 브랜드에 대한 고객충성도를 높이거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촉진시키기 사용하는 축약된 문장이나 강조구이다.
 

 

 

 

팀에도 슬로건이 필요하다.
슬로건은 반복사용을 통해서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말하기도 읽기도 기억하기도 쉬워야 한다. 따라서 발음할 때 리듬감이 살아있고, 들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으며, 임펙트가 느껴지는 것이 좋다. 
서울시는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어인사 ‘Hi’에 대한민국을 넘어 더 높이 세계로 나아간다는 ‘High’ 의미를 담아 ‘Hi Seoul SOUL OF ASIA’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은 개인 맞춤형 가전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해 가전 통합 슬로건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슬로건으로는 코카콜라의 ‘Always Coca Cola’, 나이키의 ‘Just Do It!’, 맥도널드의 ‘I’m Loving It’ 등이 있다.
슬로건과 유사한 것으로는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s)가 있는데, 캐치프레이즈 역시 다른 사람에게 주의를 끌기 위해 사용되는 문장이나 문구이긴 하지만, 가상 혹은 실존하는 인물이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것을 말한다. 슬로건과 달리 캐치프레이즈는 특정 캐릭터와 동일시되어 회자되며, 홍보나 마케팅 목적 없이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I’ll Be Back.’, 영화 스타워즈 다스베이터의 ‘I’m You Father.’, 영화 007시리즈 제임스본드의 ‘My Name is Bond. James Bond’ 등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캐치프레이즈다.
한편 좋은 슬로건은 대외적인 홍보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내부 구성원의 합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가고자 하는 방향, 행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취해야 할 태도와 차별화된 이미지까지 단숨에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공감을 통해 새롭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야 하는 디자인씽킹 플레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팀 슬로건에는 팀 미션 담아라
소비자 관점에서 기업의 미션은 기업이 지향하는 목표이자 경영철학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회사의 브랜드 가치로 인식된다는 말이다. 미션을 강조하는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경영철학을 사회에 진정성 있게 전달한다. 또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미션을 두면, 조직의 모든 노력이 통합되어 전반적으로 더 효과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 
디자인씽킹 플레이에서는 디자인씽킹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미션(Mission)이라 부른다. 디자인씽킹에 있어서 수행할 미션은 디자인씽킹의 존재 이유이자 지향점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 문제해결이 의미를 갖고 있는지, 과정에서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디자인씽킹 미션의 핵심 가치이다.
이러한 디자인씽킹 미션을 팀의 커뮤니케이션 중심에 두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슬로건이다. 슬로건은 언어가 가진 힘을 통해 팀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지향하는 바를 명백하게 한다. 생각의 합치(合致)와 분명해진 목표는 앞으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디자인씽킹 플레이를 위한 팀 슬로건이 반드시 직설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메타포를 갖는 것이 효과 면에서는 더 유효할 수 있다. 레브론의 슬로건은 ‘We Sell Cosmetics’이 아니라 ‘We Sell Hope’이다. 자사 제품을 통해 건강과 미용을 가꾸면 더 젊어지고 더 예뻐질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슬로건은 의미를 담되, 단순하고 분명한 것이 좋다. 부단한 노력으로 성과를 추구한다면 ‘시도 없이는 완성도 없다’, 사용자는 물론 팀원과의 진정성 있는 공감과 소통을 중요시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꾸준한 노력으로 실수 없는 프로젝트 수행하고자 한다면 ‘착실하고 확실하게’ 등은 어떨까?
‘이름은 존재의 집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말처럼 우리는 이미 존재의 의미를 담아 팀 이름을 만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슬로건은 의미를 넘어 목표를 향한 팀의 강한 의지이자 팀원 모두가 지녀야 할 태도여야 한다. 팀은 이름으로 존재하고 슬로건으로 가동되기 때문이다. 

 

송 지 후       

한성대학교 상상력교양대학 교수 / 송지후에듀디자인랩 대표 / 디자인학박사, 교육학박사수료, 평생교육사 / 맞춤형 인하우스 기업교육 전문 /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산업진흥원, 한국섬유패션연합회, 롯데백화점 자문 / 前 코오롱인더스트리FnC, LF, 제일모직, 이랜드 등 기업교육 총괄 다수 / 前 외환카드, 삼성서울병원, 교통안전공단, 유한킴벌리 등 디자인프로젝트 다수 / 前 연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겸임교수 / 前 연세 패션&라이프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 前 장안대학교 패션디자인과 교수

 

CEO& June 2021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