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가 예고되는 요즘, 제약․바이오산업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 산업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와 대기업 바이오 계열사들이 바이오산업의 중심에서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이 활발하게 추진되며 국내외 중견,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또한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이오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온 싸토리우스 코리아 바이오텍 김덕상 대표에게 상생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사례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물었다.Interview 정달운 편집장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한희 

싸토리우스 코리아 바이오텍은 싸토리우스와 김덕상 대표의 합작법인으로 2005년 설립된 이래 가파른 매출 상승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기업 싸토리우스는 2000년대 초반 초정밀 전자저울 등 특수 장비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한국에는 지사 없이 몇몇 에이전트를 통해 소규모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덕상 대표가 싸토리우스와 처음 인연을 맺은 시기는 2002년이었다.
“싸토리우스가 2002년도에 저에게 국내 시장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한 컨설팅 계약을 의뢰했습니다. 2년 정도 저를 지켜본 결과 신뢰가 생겼는지 회사 설립 제의를 하더군요.”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지사를 차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기업이 100% 투자해서 자회사를 만들고 현지 CEO를 고용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하지만 싸토리우스는 김덕상 대표에게 직접 지분 투자를 제안했다. 김덕상 대표는 그동안의 분석 결과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지분 없이 CEO로 고용되는 형태라면 추진력에 제한이 있고 여러 규제가 뒤따라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죠. 본사에서는 창의력을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제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를 독려하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제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본사의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에 부응하며 김덕상 대표는 싸토리우스 코리아 바이오텍(이하 싸토리우스 코리아)의 사업 영역 확장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7년 현재 싸토리우스 코리아는 바이오․제약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하는 모든 과정에서 공장과 설비, 소모품을 비롯해 시스템과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관련 서비스까지 대행하는 B2B 기업으로 거듭났다.
“제약․바이오 대기업이 저희 주요 고객사입니다. 과거에는 대형 제약사에서 제품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핵심 분야만 집중하고 나머지 분야를 위탁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더욱 경제적이기도 하고 효율이 높기 때문이죠. 이러한 추세에 합류해 실험에 필요한 제품과 소모품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과감하게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신약개발을 위한 CTO 서비스
우리 몸에 이상이 있을 때 병원이나 약국에서 처방받는 모든 약은 모두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과한 제품이다. 하나의 약이 개발되어 실제로 사용되기까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다. 인간에게 사용하기 전에 동물에게 사용하는 전임상시험 후, 임상 1상, 2상, 3상 등 사람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의 실제적인 효과와 권장 용량, 정확한 용법은 물론, 특정 상황에서 약을 오용하거나 남용했을 경우에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모두 검증을 완료한다. 따라서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 이처럼 아직 제품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연구화 단계의 프로젝트를 업계에서는 파이프라인(Pipeline)이라고 부른다. 김덕상 대표는 최근 다국적 제약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이 많이 고갈된 점이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배경이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신약 개발이 되어야 하는데 제약사들이 자체적인 신약후보물질 발굴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끼고 스타트업이나 산학기관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렸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다국적 제약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주 훌륭한 시장입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기 때문이죠.”
스타트업은 비교적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이 기회로 작용한다. 필요한 부분을 조달하고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상품화 단계에 이르기 전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 최근 흔한 신약개발 프로세스 유형 중 하나다.
“상품화에 더욱 가까워질수록 가치가 올라갑니다. 전임상 단계보다는 임상 1상을 성공했을 때, 1상보다는 2상을 성공했을 때 더욱 비싼 가격에 라이선스 아웃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바이오기업 성장과 관련 수요에 힘입어 올해 초, 김덕상 대표는 CTO(Contract Testing Organization)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비전을 세운 바 있다. CTO 사업은 한 마디로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테스트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싸토리우스 코리아는 바이러스 제거 검증, 단백질 의약품 안전성 검사, 세포주 검증 및 안정성 검사 등 신약 개발에 꼭 필요한 테스트를 대행하고 있다. 싸토리우스 본사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여러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2015년 영국의 바이오아웃소스(BioOutsource)를 인수합병하며 기술 이전을 실현했고, 세포 스크리닝 기술을 가진 인텔리사이트(IntelliCyt), 원심분리기술 스타트업 kSep의 시스템, 실시간 세포배양 모니터링 기술을 가진 에쎈 바이오사이언스(Essen BioScience) 등을 인수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세를 더해가고 있다. 위탁 수탁 연구 서비스와 컨설팅, 교육 사업 등 싸토리우스 코리아가 취급하는 서비스 영역은 광범위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서비스는 바이오 의약품 분야와 연관되어 있다.

일회용 공장과 아시아 허브로의 도약
새로운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것과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스타트업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R&D 단계에서 생산으로 넘어갈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도 김덕상 대표가 주목한 부분이다.
일회용 공장(Single Use Factory)이 싸토리우스 코리아의 주요 사업 영역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회용 공장은 말 그대로 한 번 생산하고 버리는 공장을 이야기한다. 바이오산업은 리스크가 큰 분야 중 하나다. 큰돈을 들여 공장을 지었는데 만약 임상시험이 실패로 돌아가면 투자된 돈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일회용 공장은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고 공장 회전율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과거에 병원에서 주사 맞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유리로 된 주사기에 약을 넣어 사용하고 세척해서 재사용했잖아요. 하지만 요즘은 플라스틱 주사기를 뜯어서 쓰고 버립니다. 비용 문제도 있지만 교차 오염을 방지하는 더욱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에요. 일회용 공장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일회용 공장에서는 스테인리스스틸 탱크 대신 플라스틱 백으로 만든 탱크를 사용하고 하드 파이프 대신 플라스틱 튜브를 사용한다. 일회용 공장은 10년 전쯤 처음 등장했고, 현재는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에서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이지만 일본회사에도 수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약 50개 일본 제약회사가 고객사이고 독일 등 유럽의 선진 의약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싸토리우스는 전 세계 50개가 넘는 지사와 19곳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한국 지사는 EU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 규모에 속한다. 한국 지사가 중국보다도 더 비중 있게 성장하면서 일본에 있는 연구소 기능을 한국으로 이전했다.
“현재도 독일 본사에서 작업 공간이나 작업자가 모자라 처리하지 못하는 물량은 한국에서 전담하고 있습니다. 본사와 비교해도 서비스 수준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증거죠.”
싸토리우스 코리아 매출 구조는 장비와 소모품, 서비스의 비중이 각각 40:50:10 정도이다. 김덕상 대표는 CTO 서비스를 최종적으로는 30% 정도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서비스 영역에서 10년 후에는 오히려 한국 지사 직원들이 본사 파견을 가서 기술을 전수할 수 있을 정도로 아시아 시장의 허브로 성장하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

오픈이노베이션을 추구하는 혁신신약살롱 판교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 오픈이노베이션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건, 2015년 한미약품이 8조 원 규모의 기술 수출에 성공하면서부터였다. 신약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됐고, 그 대표적인 모임이 ‘혁신신약살롱’이다. 혁신신약살롱은 대전 지역에서 바이오 벤처기업 대표와 연구소장을 비롯해 대학교수 등 바이오·제약 분야 전문 연구자들이 연구 동향과 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친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2012년 8월 처음 구성되었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외부 인사를 초청하여 세미나를 열어왔다.
“혁신신약살롱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살롱이라는 이름 또한 이를 뒷받침하지요.”
살롱(Salong)은 객실이나 응접실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17~18세기 프랑스 상류 사회에서 자유롭게 철학과 문학, 예술을 논하는 장소였다. 특히, 젊은 학자들이 사교를 통해 인맥을 쌓고 계급 이동을 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했기에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 
2015년 즈음 싸토리우스 코리아 본사가 있는 판교에는 바이오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이 무려 12조 원이 넘을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지만, 대전의 혁신신약살롱과 같은 모임이 없었다. 판교의 바이오 연구자들은 대전까지 찾아가 혁신신약살롱에 참가하는 한편, 판교에도 새로운 둥지를 틀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판교 지역 스타트업 기업인 브릿지바이오 이정규 대표를 중심으로 몇 달간의 사전 준비 기간을 거친 끝에 2016년 혁신신약살롱 판교가 탄생했다. 2016년 5월, 혁신신약살롱 판교 발족식은 대전에서 진행되는 살롱을 판교와 구로에서 실시간 원격화상 기술을 통해 공유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첫걸음을 내딛었다. 김덕상 대표는 장소와 샌드위치, 음료 등 저녁식사를 제공하며 모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같은 길을 걷는 동반자의 입장에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겠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습니다. 현재 진행되는 바이오 관련 민간 자생 오픈 포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참석인원이 지속해서 동참하고 있습니다.”
판교 지역에서 서로 가까이 있지만 교류가 없었던 바이오 업계에 소통채널 역할을 했다는 점만으로도 혁신신약살롱 판교의 존재는 소중하다. 혁신신약살롱 판교에는 매번 모임마다 고정참여인과 신규 인원이 비슷한 비율로 총 60여 명 정도가 참여한다. 김 대표는 대전에서 대부분 참석자들이 이공계 전문가들이었던 반면, 판교에서는 투자자를 비롯한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한다.
“판교는 투자회사에서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 한 곳입니다. 투자자들이 생명과학 등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관심이 높기 때문에 혁신신약살롱 판교를 찾습니다. 투자자가 연구자나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투자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되었죠.”

저개발국 아이들을 위한 국제백신연구소
김덕상 대표는 사회공헌 활동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 대표는 어린이 전염병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국제기구인 IVI(국제백신연구소)의 한국후원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UN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1997년 10월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첨단백신을 개발하고 감염성 질병 퇴치를 위해 기존 백신을 개량하는 등 연구 활동을 통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세계 30개 개발도상국에서 백신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백신연구소는 대한민국에 본부가 있는 최초의 국제기구입니다. 회사와는 별개로 국제백신연구소가 설립될 때부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지금까지 개인적인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는 바이오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정부에서 바이오 분야에 특화해서 만든 바이오마이스터고등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만드는 것은 물론, 채용까지 연계하며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인재를 매혹시키는 섹시한 기업 만들고파
바이오제약업계 연구 인력은 화학공학과 생명공학 전공자가 주를 이룬다. 고급 인재가 많은 만큼 회사에서는 연봉이나 복지, 근무 환경 등에 많은 신경을 쓰지만, 헤드헌팅 유혹 또한 잦은 편이다. 김덕상 대표는 싸토리우스 코리아에 훌륭한 인재들이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단순히 급여를 많이 준다고 직원들이 회사에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회사는 항상 섹시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죠. 회사를 섹시하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기본적인 복지는 물론 자기 성장 기회에 있어 결코 다른 회사에 뒤처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싸토리우스 코리아는 직원들에게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자체 교육과 본사 교육은 물론 대학원과 MBA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다. 근무 환경 또한 판교의 다른 기업들과 같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을 좋아하는 김덕상 대표의 영향을 받아 사무실과 연구실 곳곳에는 30여 점의 미술 작품이 걸려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직원 자녀들의 대학교 학자금을 지원하고 휴양시설 회원권을 구입하는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지제도를 많이 구축한 것도 싸토리우스 코리아를 매력적인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김덕상 대표의 노력 중 하나다. 최근에는 대기업을 그만두고 싸토리우스 코리아에 입사하는 직원이 늘어날 정도로 싸토리우스의 평판은 날로 좋아지고 있다.
한편, 김덕상 대표가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사업가 정신’이다. 영업직뿐 아니라 연구 분야를 비롯한 모든 직원은 스스로 CEO가 된 것처럼 사업가 마인드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일한다. ‘은퇴 후,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도 김 대표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은퇴 후 회사에서는 저를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보통 그만둔 CEO가 생각나는 경우는 회사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싸토리우스 코리아를 CEO가 없어도 아무 문제없이 제대로 돌아가는 탄탄한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로 만드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김덕상 대표는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온 경영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이나 거래처 등 비즈니스 상대방이 함께 이득을 봐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만 이득이 된다면 결코 성공적인 거래가 아닙니다. 직원들에게도 거래처나 하청업체와 너무 아옹다옹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강조하죠. 단기적인 손해나 불이익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싸토리우스 코리아와 일하면 손해를 안 본다는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김 대표의 경영철학이나 그가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조성한 혁신신약살롱 판교의 취지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상생’이다. 신약개발과 관련한 오픈이노베이션 붐과 함께 다시 기회를 맞이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생태계가 건전한 상생과 함께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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