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광기구(UNWTO)의 자료에 의하면 국제관광객은 2012년 최초로 10억 명을 돌파했으며, 2015년에는 11억 8,4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계 인구를 73억 명으로 추산했을 때 무려 16.2%를 웃도는 수치이며,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1971년에 당시 미개척지였던 여행업에 도전해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초석을 닦아온 선구적인 기업이다. 광화문사거리에 위치한 광화문빌딩 12층에서 롯데관광개발 백현 사장을 만나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Interview 손홍락 발행인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권상훈 

1986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유치하면서 대한민국은 세계화, 개방화의 흐름에 동참했다. 마침내 1989년에는 해외여행이 완전 자유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여행 산업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늘어난 만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세계 관광 시장 규모가 1,400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상기했을 때, 관광 산업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롯데관광개발은 우리나라에 여행 산업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지 않았던 1971년에 처음 설립되어 46년 동안 개발사업과 면세점, 교육, 문화 등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합 관광그룹으로 성장했다. 롯데관광개발 백현 대표이사 사장(이하 백현 사장)은 경영학 전공자로 대학 졸업 후 종합무역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돌연 호주 유학을 떠났고, 롯데관광개발과는 1999년에 해외영업본부장 영업이사로 영입되며 인연을 맺게 되었다.
“경상대를 졸업하면 무역 분야에서 일하는 게 당연시되던 시기였어요. 상사에 근무하던 중 국가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유학길에 올랐죠. 대한민국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관광 산업이 적합하겠다 싶어서 여행업의 길로 들어선 지 24년이 되었습니다.”

전세기로 새로운 관광 루트를 개척하다
백현 사장은 2015년 3월에 전문경영인으로 롯데관광개발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롯데관광개발이 현재의 규모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전세기와 크루즈 사업을 꼽았다. 2000년도 초에 롯데관광개발에서 국내 최초로 뉴질랜드로 전세기를 띄웠고, 이후 삿포로와 장가계 등 다양한 관광 루트를 개발했다.
“처음 전세기를 빌릴 당시만 해도 여행 성수기와 비수기가 확실히 구분되던 시기였습니다. 주5일 근무하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성수기에는 비행기 좌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가려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에 새로운 루트를 개발했죠. 뉴질랜드를 오가는 300석 규모 비행기 일곱 대가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직항편이 드물었다. IMF 금융위기를 막 벗어나고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가 있던 시기여서 백 사장은 전세기 모객(募客)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초반에는 예측만큼 모객이 잘 되지 않아 고민도 많았지만 매일 아침 직원들과 똘똘 뭉쳐 고민과 대책회의를 거듭했고, 결국 성공을 거두었다.
“IMF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회사가 여러모로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매일 조회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직원들에게 돌파구를 찾아 나가자며 독려했죠. 결국 뉴질랜드 전세기가 성공하면서 회사도 살아나고 직원들도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최근 TV 여행프로그램 등에서 인기 여행지로 주목받는 중국 장가계 패키지 관광도 롯데관광개발이 처음 시도했다. 중국 무안을 거쳐 장가계로 가는 전세기 노선을 처음으로 발굴해 상품화했고, 여름에는 북해도, 겨울에는 뉴질랜드를 오가는 전세기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전세기 사업은 모 아니면 도라는 인식이 있지만 직판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도전했습니다. 새로운 관광 루트를 시도하고 꾸준하게 있기 있는 관광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고객을 더욱 만족시키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전세기 노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백 사장은 업계에서 ‘전세기의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이름이 더욱 빛나는 분야는 크루즈 관광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어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백현 사장은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 크루즈산업을 발전시켜왔다. 그는 2008년에 산토리니 섬을 찾았다가 처음 크루즈관광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을 갔을 때 수많은 관광객을 보았습니다. 울릉도 크기의 작은 섬에 어떻게 이렇게 사람이 많은지 궁금해서 알아보니 대부분 크루즈 관광객들이었죠. 인구 13,000여 명 남짓한 섬에 연간 관광객이 2,500만 명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크루즈 관광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롯데관광개발은 2008년부터 크루즈를 연계한 패키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중해로 고객을 보내 크루즈를 타는 방식이었다. 백현 사장은 곧이어 국내에 기항하는 전세선 크루즈 관광을 추진했다.
“인아웃바운드를 모두 판매하는 입장에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야 지역 경제가 더욱 발전하니까요. 상하이에서 5만 톤급 크루즈선을 처음 빌려왔습니다.”
우리나라의 크루즈 인바운드 시장은 2009년 6만 명에서 2016년 195만 명으로 늘어났다. 7년 만에 3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전체 방한 외래객의 11.3%를 차지할 정도다. 백 사장은 처음 롯데관광에서 크루즈 사업을 시작할 당시의 상황을 황무지와 같았다고 회상한다.
“모객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크루즈를 정박시킬 항구부터 관계 기관에 허가를 맡는 일 등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대형 크루즈선이 규모가 작은 인천 부두에 입항하다가 방파제가 깨지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모든 임직원이 힘을 합친 결과 패키지를 위한 크루즈 전세선을 세계 최초로 운항할 수 있었어요. 고생 끝에 국외여행뿐 아니라 크루즈를 통한 인바운드 비중을 높이는 등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백현 사장은 롯데관광개발의 크루즈 모객 인원을 꾸준히 늘려왔을 뿐 아니라 크루즈선 입항지를 새로 개발함으로써 지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해왔다. 그에게는 한국관광공사 크루즈 관광 자문위원, 제주특별자치도 크루즈 산업 진흥 특구위원, 강원도 크루즈 발전 협의회 위원 등 크루즈와 연관된 직함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제주 강정마을에 크루즈 항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작년에는 속초항 관광선부두에 7만 5천 톤급 코스타빅토리아호를 입항했다. 크루즈산업에 대한 그의 공로를 증명하듯 그의 집무실에는 강원도지사로부터 받은 감사패와 명예 제주도민 위촉패 등이 여럿 놓여 있다.

위기 속에 지켜낸 고객과의 신뢰
관광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높고 ‘굴뚝 없는 산업’이라 불릴 정도로 친환경적이지만 경제 상황과 외부 요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이기도 하다. 백 사장은 대표적으로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사태를 회상한다.
“여행업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실적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부산에서 북해도에 가는 크루즈 모객을 하던 중에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쓰나미와 원전사고로 이어졌고 일본으로 배를 보낼 수가 없었어요. 전세 크루즈는 멀리서 운항해 오기 때문에 특성상 취소가 불가능하잖아요. 결국 상해와 인천, 제주만 반복해서 배를 돌리고 나머지는 중국에서 판매해서 위기를 넘겼습니다.”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잠겼던 3년 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에도 전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크루즈 예약이 대거 취소되고 추가 모객이 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도 크루즈 운항을 취소해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예정대로 운항을 강행했어요. 롯데관광을 믿고 여행을 기다린 고객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기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비록 회사는 수십억 원의 손해를 입었지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죠. 결과적으로는 고객의 만족과 믿음이 업그레이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백현 사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고객과의 신뢰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와 같은 뚝심은 롯데관광이 8년 연속으로 전세선 크루즈를 띄울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제주 관광의 트렌드를 바꿀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롯데관광개발의 주력사업 중 하나는 부동산 개발 및 빌딩 관리다. 계열사인 동화투자개발을 통해 동화면세점 건물인 광화문 빌딩과 무교동 서울파이낸스빌딩, 삼각동 조흥은행 백년관과 공평동 한미은행 빌딩 등 랜드마크급 대형빌딩을 시행했다. 최근에는 그동안의 시행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주도 제주시 노형동에 롯데관광개발 창업주 김기병 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짓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녹지그룹의 자회사 그린랜드센터제주와 함께 한중합작으로 짓고 있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제주시 도심 부지면적 23,330㎡ 위에 연면적 303,737㎡ 규모로 지어진다. 38층 트윈타워는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이며 2019년 완공 예정이다.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는 현재 올 스위트 레지던스 850실과 호텔 750실 중 레지던스 850실에 대해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20년간 매년 분양가의 5~6%에 달하는 확정수익을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어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의 완공은 제주도 관광 트렌드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백 사장은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해 쇼핑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기존의 면세점과 쇼핑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제주드림타워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입점할 수 있는 위락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게임테이블 190개와 슬롯머신 420대를 갖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계약자에게 분양 확정수익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뿐 아니라 쇼핑센터와 함께 관광산업 매출에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유사한 사례인 싱가포르의 경우,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효과로 관광객 수가 많이 증가했으며 2012년 이후에는 카지노보다 쇼핑몰에서 더욱 많은 소비가 일어나고 있다. 백 사장은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이 회사의 수익적인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제주도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싱가포르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개장한 후 첫 2년 동안 관광객이 2,000만 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관광산업 매출 또한 41%나 증가했죠. 복합리조트 산업이 싱가포르 전체 GDP의 1%를 증가시킨 셈인데 제주드림타워 또한 완공 후에 제주도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면 제주도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백현 사장은 롯데관광개발이 대한민국 대표 여행그룹으로서 단지 모객 인원을 늘려 수익을 내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여행지에서의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특히, 인바운드 관광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향상할 수 있으니 부가적인 경제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롯데관광개발은 46년 세월 동안 새로운 루트의 관광 코스를 개발하며 관광 트렌드를 선도해왔다. 이번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업 또한 제주도 관광의 트렌드를 획기적으로 바꾸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관광개발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만족스러운 관광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다시 한 번 찾게 하는 선순환을 만들어 왔다. 그 중심에 백현 사장이 있다. 합리적인 판단과 추진력으로 유명한 백 사장은 관광업계에서는 ‘뚝심’으로 통한다. 그가 개척하는 크루즈 시대와 제주도 랜드마크 건설에 기대해보는 이유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