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I 그룹 송주온 회장(CEO& 편집자문위원)이 이정섭 대표, 성그레이스 대표 부부를 만나 필(必)환경 시대에 필요한 경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급격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로 인해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적인 움직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가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닥터브로너스와 이탈리아 여성 위생용품 브랜드 콜만은 모두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한국에서 두 브랜드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데, 각 브랜드의 수입사 대표를 맡은 이정섭 대표와 성그레이스 대표가 부부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기농 브랜드를 수입·유통하는 부부의 기업 철학은 필환경과 얼마나 밀접한 연관을 가질까.

극심한 아토피, 가장 믿을 수 있는 브랜드 찾다

CEO& 편집자문위원 송주온(이하 송주온) 닥터브로너스와 콜만은 각각 미국과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유기농 브랜드입니다. 환경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 철학 또한 남다른데요. 화장품부터 여성용품에 이르기까지 인체에 무해한 원료를 사용하는 유기농 브랜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엠아이인터내셔널 이정섭 대표(이하 이정섭) 엠아이인터내셔널이 닥터브로너스를 수입하게 된 데는 제 개인적인 사연이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겪었어요. 질환의 강도가 심해 성인이 되어서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아토피 때문에 입대 당시 단기사병으로 배정받기도 했죠.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가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과 세정제를 찾아야만 했어요. 시중의 화장품에는 화학성분이 많이 첨가돼 아토피를 악화시켰기 때문입니다. 닥터브로너스라는 유기농 화장품 브랜드에 대해 알게 돼 직접 사용해보니, 제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순한 제품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기존 수입사에서 수입을 중단하게 됐고, 저는 직접 이 브랜드 제품을 수입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2007년, 아시아 내에서 닥터브로너스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일본에 가 담당자를 만나고 시장을 분석한 후에 국내 유통 독점권을 확보했습니다.
에임케이 성그레이스 대표(이하 성그레이스) 앞서 이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닥터브로너스의 최다 수출국은 일본이었어요. 하지만 한국이 점차 성장세를 보이며 두 나라의 판매량이 우위를 다퉜죠. 2019년에는 한국이 아시아 내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이와 같은 현상은 닥터브로너스의 본고장 미국에서 화제가 되었어요. 아시아 국가에서 천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사실 때문이었죠. 저희 사례가 미국 주요 일간지 매체에 소개되기도 했고, 이후 정말 다양한 브랜드에서 유통을 요청했습니다. 수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리뷰했지만 닥터브로너스의 기준에 맞는 친환경 제품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닥터브로너스는 친환경의 기준이 굉장히 까다로운 브랜드입니다. 유기농 원료 사용, 공정무역, 동물 실험 금지 등 고객에게 항상 투명한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죠. 저희는 수입사지만 이미 기업의 철학과 환경에 대한 기준이 닥터브로너스에 맞춰졌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를 선뜻 수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브랜드 콜만을 만나게 됩니다. 커버부터 흡수체까지 모두 국제유기농섬유기구(GOTS)의 인증을 받은 유기농 순면으로 제조된다는 점, 방수 필름과 포장 비닐이 식물성 전분 소재의 생분해성 비닐로 제조된다는 점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당시 국내에 시판되는 생리대 중 커버부터 흡수체까지 모두 유기농인 제품은 없었기 때문이에요. 


꾸준히 유통시장 변화 흐름 읽어내야

송주온 닥터브로너스는 미국 내 입소문을 통해 20년 연속 내추럴솝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국 소비자의 신뢰도도 상당하죠. 수입 제품인 만큼 국내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이정섭 닥터브로너스의 첫 유통은 백화점 입점이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내 판매를 통해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드럭스토어(헬스앤뷰티 스토어)에 입점하며 접근성을 높였어요. 대중적인 인지도를 더하고 홍보하기 위해 홈쇼핑 채널을 이용하기도 했고요. 어느 정도 제품 홍보가 이뤄진 후에는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식품과 동일한 수준의 유기농 원료 사용, 공정 무역 원료 사용 등 닥터브로너스의 철학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화장품을 포함한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기준이 과거와는 달라졌습니다. 유해 성분이 포함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상품의 제조 과정 전반에 걸쳐 윤리적인 문제가 없는지 살피게 됐죠.

송주온 유통하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인터뷰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엠아이인터내셔널의 기업 철학도 상당 부분 닥터브로너스로부터 영향받았다고 하셨는데, 대표적인 일화가 있을까요?
성그레이스 제품 포장 시 재생 용지를 사용한다거나, 친환경 인증을 받은 종이로 굿즈를 자체 제작하는 등 브랜드의 철학을 존중하며 마케팅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환경단체나 환경친화적 기업과도 힘을 모으고 있어요. 회사의 명함은 베어베터라는 곳에서 제작됐는데요.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의 일터로, 장애인 청년들이 인쇄 제품을 제작해 배송까지 직접 해줍니다. 상생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선택하게 됐어요.
감사하게도 닥터브로너스와 콜만의 제품이 각각 ‘2020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 대상’에서 립케어 부문과 순면 생리대 부분 1위를 수상했습니다. 두 브랜드의 건강한 생각이 소비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고 생각해 더없이 기쁜 마음이에요. 

 

판매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알권리

송주온 콜만은 소외 계층 청소년을 위해 생리대 사용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고, 청소년 홈리스와 수감자 자녀에게 생리대를 나누는 등 건강한 생리에 대한 인식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성그레이스 여성이라면 당연히 생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가져야 하지만, 소외 계층 청소년들은 생리에 관해 알려줄 사람이 없어요. 당장 생계가 걱정인 이들에게 생리대 사용법은 막연한 문제죠. 작년에는 서울시 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와 연계해 지적장애 여고생을 위한 성교육을 진행했어요. 국내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중 다수가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일어나는데, 피해자의 성에 대한 교육 부재로 인해 범죄가 심화되기도 해요. 당시 성교육의 한 부분으로 올바른 생리대 착용법에 대해 저희가 함께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더욱 다양한 계층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에요.
큰 기업은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 비교적 많은 수량의 제품이나 큰 비용을 투자하기가 쉬워요. 저희는 그 대신 큰 기업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곳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누군가 생각해보니 조부모와 함께 지내는 아이들, 한부모가정, 수감자 자녀, 여성 노숙자들이 떠올랐어요. 현재 서울시의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이들에게 콜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송주온 부부가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두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이정섭 성 대표님과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음에 감사를 느낍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그 과정에는 늘 배움이 있기 마련이죠. 업무가 많아 늦게까지 일하곤 하지만, 휴식 시간에는 가족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또한, 해외 출장을 가거나 업무상 미팅이 있을 때 아이들을 데려가는 편이에요. 최대한 아이들로 하여금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게 합니다. 이것이 사교육보다도 중요한 참교육 아닐까요? 우리가 함께하는 브랜드와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자란다면 분명 다음 세대를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Interview 송주온 편집자문위원   Editor 이윤지   Photographer 권용구     

BT&I 여행그룹-비마이컨시어지

송주온 회장

오피니언 리더이자 여성 창업 성공 신화를 이룬 30년차 대표 경영인이다.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2010년 여성 기업인 최초로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포브스> 선정 아시아 기부영웅 4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 남부후원회장으로서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서고 있으며 긍정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하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CEO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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