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끼 호텔 레스토랑 뺨치는 식사가 제공되고, 휘트니스센터와 수면실, 심지어 직원들을 위한 무료 미용실까지 있는 회사. 얼핏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같은 외국계 글로벌 기업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 우리나라 중견 IT 기업 마이다스아이티가 실시하고 있는 직원 복지제도의 일부이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경영의 핵심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가 주창하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에서 직원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재한다. 그렇다고 그가 단순히 인자하기만한 CEO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설립 7년 만에 건설 구조 분야 소프트웨어 세계 1위 달성, 국내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시장의 95% 이상 점유 등 가파른 상승세는 이 대표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증명한다.   

 

Interview 정달운 편집장   Editor 박우현   Photographer 권용구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약육강식의 전쟁터. 1등이 아니면 생존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CEO는 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회사의 자본은 물론 기술력, 잠재력 그리고 인적자원 역시 CEO가 관리해야 할 ‘경영요소’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영요소를 얼마나 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CEO의 능력이 결정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기분이 든다. 기업의 구성원이자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직원들조차 때로는 경영을 위한 수단이자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게 경영의 핵심은 사람이며 사람을 키우는 것이 경영의 목적이다. 이른바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철학으로 마이다스아이티를 세계 최고의 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의 행보에 많은 경영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수하지만 깔끔한 옷 매무새와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차분한 발걸음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이형우 대표의 첫인상은 마치 고고한 선비를 연상시켰다. 인터뷰 내내 떠나지 않는 입가의 미소와 본인의 경영관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하는 조용한 목소리도 이 대표의 온화한 인격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더욱이 최근 그의 행보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의 경영철학도 이 대표가 오랜 시간 노력 끝에 정립한 새로운 경영철학이라고 한다.

넓은 세상을 향한 도전

이 대표의 일상은 세계 일류기업 CEO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단조롭다. 1년에 2~3번 외부 강연이나 출장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회사에 출근한다. 아침 6시 30분 경 회사에 출근해 운동과 식사를 하고 오전에 한 두건의 미팅을 한다. 약속이 없으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다시 오후 일과를 시작한다. 골프나 등산 등 특별히 즐기는 취미는 없고 대신 회사 내 휘트니스센터에서 달리기를 할 뿐이다. 마치 수도승과 같은 절제된 삶 속에서 그의 관심은 오롯이 인간에게 향해있다.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마이다스아이티는 포스코건설에서 구조해석용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업화를 담당했던 마이다스센터가 그 모체가 되었다. 

“대기업 안에 속해 있다 보니 많은 제약이 있었습니다. 의사결정체계가 복잡하고 필요한 자원들이 적시에 지원되지 않았죠. 마이다스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당시 마이다스센터장을 맡고 있던 이형우 대표는 마이다스가 대한민국 구조공학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기술자립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울타리 안에 갇혀있기보다 더 넓은 세상과 만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2000년 9월 사내 벤처 1호로 포스코건설에서 분사하며 독립의 길을 걷게 되었다.

세계 일류기업 성장비결은 인재양성

마이다스아이티는 건축·토목·지반 등 건설과 기계 분야의 구조해석 및 설계용 소프트웨어를 개발·보급하는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사람들이 주거하고 생활하는 건축물, 교량, 터널 등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각종 변수를 고려한 사전 시뮬레이션이 필수이다. 이는 완공 후 구조물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 하중과 바람, 지진, 태풍등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막대한 시공비가 들어가는 건설분야의 특성상 정해진 비용 안에서 최적의 시공을 할 수 있는 재료와 방법을 찾는 것도 마이다스아이티 소프트웨어의 중요한 임무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학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이지만 그 실력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설립 7년 만에 건설 구조 분야 소프트웨어 세계 1위를 달성한 기록은 업계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건축되고 있는 기념비적인 초고층 빌딩, 장대교량 등 주요 구조물의 대부분이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로 구조설계 되고 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163층, 828m)와 두바이 타워, 베이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세계 최장 사장교인 러스키 아일랜드 브릿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내에서도 상암 월드컵경기장, 인천대교, 인천국제 환승 센터 등 2000년 이후 건설된 건축물의 95% 이상에 마이다스 SW가 적용되었다.

현재 마이다스아이티에 근무하는 직원은 600여 명. 이중 외국인 전문인력 비율이 40%에 달한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이와 같은 글로벌 인재풀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러시아 6개 국가의 현지법인과 35개국 해외 대리점을 통해 110여 개 국에 수출하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이와 같은 기업의 성장 요인을 자연주의 인본경영을 바탕으로 인재양성에 매진한 덕분이라 설명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초창기부터 육성한 인재들이 현재 10개 핵심 사업조직의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반면 오랜 역사를 지닌 경쟁업체의 경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사업에만 집중해 핵심 개발인력의 노화와 이에 따른 소프트웨어의 쇠퇴를 피할 수 없었죠.”

현재 마이다스아이티의 각 사업조직은 평균 500~700만 달러의 매출성과를 내며 전체 7,000만 달러의 매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본인이 직접 모든 사업을 챙기기 보다는 각 사업의 책임자들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오랜 연구 끝에 완성된 자연주의 인본경영

‘축록자불견산 확금자불견인(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이란 말이 있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탐하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형우 대표는 사람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한다. “경영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자원을 조직하고 이를 관리하는 주체는 사람이며, 계획을 실행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주체 역시 사람입니다.” 

이 대표는 경영을 ‘사람의 행복을 목적으로 행복을 돕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이 대표가 이러한 생각을 시작한 것은 회사의 임직원이 100여 명을 넘어서던 2004년,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면서부터다. “회사가 한창 성장하던 당시, 조직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직원들의 이직률도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의 발전과 직원들의 행복 사이에 깊은 괴리를 느끼고 고민에 빠졌죠.” 한번 시작된 고민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이 되어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이 대표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사람의 본성에 대한 오랜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철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를 통해 사람의 정체성과 행복의 실체를 추상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다시 생물학·뇌신경과학과 같은 현대과학의 연구를 지속해 비로소 사람과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가 주창한 ‘자연주의 인본경영’은 이 같은 심오한 연구와 깊은 성찰 끝에 태어났다. 결국 자연주의 인본경영이란 ‘인간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과 세상의 행복을 효과적으로 추구하는 경영’이라 정의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자연주의 인본경영 철학은 회사의 복지문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복지제도는 이미 여러차례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을 정도로 매우 훌륭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모든 복리후생은 사람의 1차적인 욕구(수면, 음식, 위생)를 최우선, 최고의 수준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라며, “단순히 편리성, 만족감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효용성, 가치 증대, 성과 향상을 고려하여 설계 되었다”고 소개했다.

우선 직원들이 기본급만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대기업 수준(신입 초봉 4,000만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동 승진 제도와 정년 없는 종신고용제도를 운영, 근무 연한에 따라 부사장 직위에 오를 때까지 자동 승진이 보장된다. 근속 1년 이상의 구성원에게 필요 시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전세자금을 저금리로 대출해준다. 

또한 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사내 휘트니스센터를 운영하고,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수면실도 마련해 놓았다. 하루 3식을 지원하는 구내식당은 호텔 주방장급 요리사를 채용해 최상의 뷔페식을 제공한다.

직원중심 복지문화는 기업성장의 열쇠

우수한 인재들이 마이다스아이티에 몰리는 이유도 이 같은 최상의 복지제도 덕분이다.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 경쟁률은 여느 대기업보다 치열한 500:1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였다.

이형우 대표는 마이다스아이티의 복리후생은 신뢰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최고의 근무환경과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을 세 단계로 구분한다. 이는 생존을 추구하는 행복, 성장을 추구하는 행복, 그리고 완전을 추구하는 행복으로, 이 대표는 상호 존중과 최상의 복지문화를 통해 신뢰를 형성하고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인 성장의 추구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이 인심이 후해서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두둑히 챙기는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흔히 경영자들은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말로 애사심을 강조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직원은 없을 것이다. 최근 재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경영 승계 문제는 기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많은 이들에게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형우 대표는 단지 말 뿐이 아닌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직원을 진정한 회사의 주인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의 2대 주주인 사내 근로자 복지기금인 ‘행복기금’을 2017년까지 마이다스아이티의 최대 주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행복기금은 세대간 단절 없이 영속성을 유지하며, 이를 통해 회사 경영권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진정한 의미의 직원들의 회사로 새롭게 거듭날 전망이다.


 

CEO와 직원 모두 하나의 구성원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완성시킨 자연주의 인본경영. 이는 이형우 대표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문득 그의 인간애는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중학생 시절 우연히 고아원을 방문하게 된 이후 대학 시절까지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곳의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하고 데이트도 고아원에서 할 정도였죠.” 

이 대표는 그곳의 아이들에게서 한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했다고 한다. 죽을 때까지 벗을 수 없는 고아라는 인장. 그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의 꼬리표 때문에 평생 고통속에서 살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불공평함을 깨달았다는 이 대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과 목적성에 더욱 집중하는 CEO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전후해 회사를 둘러보니 곳곳에 나침반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형우 대표의 사무실에도 여러 종류의 나침반들이 벽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직원들이 해외출장 틈틈이 사서 모은 것들이다.

“나침반은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부단한 정진의 표상입니다. ‘옳은 일을 올바르게 하자’는 마이다스아이티의 철학을 지켜나가겠다는 다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양각색의 나침반 바늘이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는 것처럼 CEO와 직원이라는 직책을 넘어 하나의 구성원이 되는 곳. 이형우 대표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인본경영의 위대한 실험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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