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간 경계가 점점 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제양항공해운의 자회사 아나로지텍은 종합 물류 기업으로서 드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한희  

온라인에서 서적을 판매하던 아마존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GE는 현재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가전과 금융 부문 비중을 줄여나가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룡 기업의 대대적인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눈앞의 매출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의 생존전략을 찾는 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에 주목하고 체질을 개선하는 일은 글로벌 기업, 대기업만의 몫은 아니다. 종합 물류 유통 기업 아나로지텍 김지영 대표는 한국무인기안전협회와 연계해 드론 교육을 시행하고 드론 전문 잡지 <아나드론>을 발행하는 등 새로운 시대, 신개념 물류를 선도할 기술에 대한 도전을 시작했다. 김지영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 물류의 중심에 드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드론은 크게 취미를 위한 분야와 산업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아직 취미용으로 드론을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그랬듯 드론은 일상과 더욱 가까워지며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류 유통 기업, 드론에 집중하는 이유
아나로지텍의 모기업인 제양항공해운은 육상과 지상, 해상 물류를 총괄하는 종합 물류 기업이다. 제양항공해운은 제주와 인천, 목포와 제주, 진해와 제주를 오가는 8,600톤 이상급 화물선 3척을 보유하고 이를 통한 해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월간 1,800톤~2,200톤급 규모의 항공화물사업,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육상 운송, 육해공 복합 운송 사업 등의 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물류센터와 냉동창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여러 기업으로부터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제주도 부동산 사업 또한 진행하고 있다. 김지영 대표의 부친인 제양항공해운 김성호 회장은 1988년도에 부진을 겪던 회사를 인수해서 지금의 제양항공해운으로 키워냈다.
“제양항공해운이 대한항공과의 계약으로 항공화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아나로지텍은 아시아나의 요구로 설립된 항공해운 물류 종합 회사입니다. 2012년 제양항공해운의 자회사로 창립한 이래 연매출 5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왔죠.”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물류 기업에서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드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는 최근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김지영 대표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 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김성호 회장의 드론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이러한 행보에 큰 몫을 했다.
“회장님께서는 항상 하늘을 나는 것에 대한 로망을 가지셨어요. 물류라는 업종이 매우 보수적이고 변수가 없는 사업 영역으로 보일 수 있지만 회장님은 언젠가 배송물류의 대부분을 드론이 담당하는 시대가 올 것을 예상하셨죠. 한국무인기안전협회를 만들어 드론 기술을 전파하고 드론교육과 안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다고 생각했어요. 드론 전문지를 창간하는 일은 드론에 대한 전문지식을 전달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죠.”

디지털미디어 시대, 드론 전문지를 창간하다
종이매체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황금기를 누렸던 남성지와 여성지의 휴간 소식이 거듭 들려오고 있고, 여전히 종이 매체를 발행하는 업체들도 웹진 등 디지털 콘텐츠 발행을 병행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김지영 대표가 드론 월간 <아나드론>을 웹진이 아닌 종이 매체로 만든 시도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월간<아나드론>은 최첨단 주제인 드론에 대해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역설을 지닌 매체다.
“전문지를 콘셉트로 발행했지만 너무 대중에게 외면당하는 전문지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일반인에게는 아직 먼 얘기일 수 있는 드론이나 4차 산업혁명 등의 주제를 가지고 대중을 이끌어나가고 싶었죠. 40%의 대중성과 60%의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발행하고 있습니다.”
<아나드론>은 논문집이나 학회지를 연상시키는 기존 전문지들과는 차별화된 구성을 보여준다.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 화보가 들어가거나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가 등장해 트렌디한 연출로 사진을 찍고 인공지능이나 드론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정 등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대답한다. 물론 전문지로서의 전문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작년에는 미국 에어로바이런먼트(AeroVironment)와 함께 군사드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고, 매달 국내 지역별 드론 허용지역과 금지구역을 표시한 ‘드론판 대동여지도’를 만드는 일도 이어나가고 있다.
전문지로서 대중성과 전문성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중들에게 드론을 더욱 쉽게 전파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일이다. 최근 많이 완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드론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여론을 주도하는 것도 드론 전문지로서의 역할 중 하나다.
그렇다면 드론의 기술 발전은 현재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김지영 대표는 농업 분야에서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파종을 할 수 있는 땅인지 아닌지를 측정하고 농약 살포를 하고 물을 주고 모를 심으며 이 모든 과정이 빅데이터로 저장합니다. 농부들은 앉아서 드론을 띄워 관리하며 재배하고 배송까지 드론을 활용해요. 농업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죠.”
김 대표는 최근 이슈가 되는 미세먼지 측정 또한 드론을 활용 가능하다며 ‘쓰리에스솔루션’사의 기술을 예로 들었다. 대기 환경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드론이 공중에서부터 실시간으로 미세먼지를 정밀측정해서 초 단위로 측정 결과를 전송하면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으로 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는 기술이다.
“드론을 활용한 미세먼지 측정은 이미 국내업체에서 개발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조금 더 필요한 시점이죠.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모두 조금만 버티자며 현재 상황을 버거워하고 있습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기술 발전 또한 경계하고 견제할 대상이에요. 앞으로 10년 정도 내다봤을 때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텐데 외국에 선제 기술을 빼앗기고 의존하게 되면 큰 손해가 될 테니까요.”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형 CEO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업이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을 구축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융합이다. 김지영 대표는 다른 분야의 융합과 활용에 매우 능숙한 편이다. 초등학교 6학년에 처음 미술을 시작한 대표는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순수미술의 길을 걸었다. 대학교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에는 제일기획에서 광고디렉터로 근무했다.
“대학교 교양 강의로 광고 관련 수업을 들었어요. 애플의 카피 Think Different를 보고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감동을 했죠. 광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졸업과 동시에 제일기획에 입사했습니다. 제일기획에서 디렉터로서의 역량이나 디자인적인 시야도 키울 수 있었지만 인문학적인 지식을 자기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석사 과정으로 마케팅을 선택한 것도 새로운 것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죠.”
광고회사의 일을 그만둔 후에는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친구와 주얼리 관련 사업을 하던 중, 김성호 회장의 부름을 받고 아나로지텍 설립에 참여하게 된다. 처음에 김지영 대표에게 물류는 관심이 가지 않는 분야였지만,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에는 다시 열정을 쏟는다.
“물류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이나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분야였어요. 하지만 이왕 시작한 일이라면 모든 힘을 쏟아서 최선을 다해 해보자는 마음으로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죠.”
드론잡지를 창간하게 된 계기 또한 김지영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고 융합의 발현이었다. 물류라는 전통적인 업종에서 광고디렉터로서의 경력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나아가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CEO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김지영 대표의 융합적인 사고의 기반을 찾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멘토나 멘티 같은 표현을 싫어합니다. 철학자와 화가, CEO 등 많은 이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주지만 깊이 들어가면 실망스러운 구석이 있게 마련이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그리고 코코샤넬. 이들은 모두 괴짜이고 사회의 이단아로 불리는 인물들이지만 다른 분야를 자신의 분야로 접목하는 방식만큼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어요.”
스티브잡스는 애플 제품을 만들면서 음악에서 가장 많은 모티프를 받았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는 복수전공으로 심리학을 전공하며 다른 요소를 융합하는 방법을 습득했다. 코코샤넬은 디자이너였지만 시인을 스폰할 정도로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길 좋아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김지영 대표 또한 남들 못지않은 융복합형 CEO다. 순수미술 전공자로 광고 디렉터에 도전해 수많은 결과물을 내놓았고, 안정적인 물류 기업을 경영하면서 드론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아나드론이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유명한 커뮤니티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하지만 그런 결과는 열심히 하다보면 뒤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선 매거진 본연의 뜻이 그랬듯 지식인들이 스스럼없이 담론을 이야기하는 쌀롱의 역할을 해나가야죠.”
김지영 대표는 <아나드론>을 지식인들이 담론을 이야기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나드론이 훗날 사라지더라도 흔적으로나마 역사 속에 남는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김지영 대표의 모습에서 도리어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자하는 열정과 영속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