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이달에 만난 인물은 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의 25% 점유율을 차지하며, 지난 해 ‘5천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1위 기업 서플러스글로벌 김정웅 대표다.   Interview 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권상훈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우리 일상생활 속 빠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 반도체 세계 1위의 강국이 바로 우리나라다. 뿐만 아니라 한 해 60조 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매출 역시 한국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하학적인 규모의 반도체 장비 시장 중 8%가 중고장비 시장인데, 이 금액이 무려 5조 원에 이른다.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은 자본집약적 산업이라 전문성과 자본력을 갖춘 미국이나 일본의 리스 회사가 이끌고 있었으나 변화가 심한 시장 상황과 침체기를 거치며 몇 해 전 판도가 바뀌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인 투자와 전문성 그리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 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시장에서 서플러스글로벌이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해마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 공급되는 7천 여대 중 1천 여 대를 거래하며 세계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의 25% 점유율 , 연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며 5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모두가 포기하던 순간 희망을 만나게 되었다는 서플러스글로벌 김정웅 대표를 만나기 위해 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오산에 위치한 회사를 찾았다.
    
윤석훈 이사(이하 윤석훈) 세계 점유율 1위 기업, 서플러스글로벌에 대한 소개와 현재 국내외 사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김정웅 대표(이하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은 반도체 중고장비 유통 회사로,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반도체 중고장비를 매입한 후 이를 다시 판매하는 전문 유통 기업입니다. 관련 산업에 필요한 모든 품목의 중고장비를 취급할 뿐 아니라 A/S는 물론, 필요한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10만 원에서 120억 원에 이르는 다양한 장비들을 거래하는 딜러업체로 중소기업부터 글로벌 기업 등 세계 시장을 상대로 거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더리, TSMC, 도시바 등의 반도체 기업에서 중고장비를 사들여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약 40여 개 국에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현재는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수출에서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중국, 대만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고객사를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윤석훈 2017년 매출 총액이 1천억 원을 넘어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 영업이익률이 20%이상이라고 하는데 놀랍습니다. 이 분야가 고부가가치 산업인가요?
김정웅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이 전 세계 시장의 25%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는 과점 업체라 경쟁사 대비 영업이익률이 10% 정도 높은 것입니다. 이건 전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것인데 선두업체라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결실이 있기까지는 많은 고민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글로벌 리스기업들이 이끌고 있었던 이 시장에서 차별화 된 전략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했습니다. 저희가 지향한 것은 운송과 포장상태, 작동시험 및 2~3대 장비의 결합 등 엔지니어링 부분까지 전문성을 갖춘 반도체 장비 종합 솔루션 기업이었습니다. 반도체 중고장비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큰 폭으로 움직입니다. 가격이 구매가의 10배까지 상승하거나 반대로 10% 가치로 하락하기도 하는데, 시장의 수급을 잘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표님이 아니라 브루스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 사무실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피규어와 한쪽 벽면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였다. 외관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인테리어의 사무실에서 근무 시간임에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그곳을 이용하고 있었다. 문득 이 회사의 기업문화가 궁금해졌다.
“저희 회사의 DNA, 즉 핵심가치는 수평적인 조직문화입니다. 사실 저는 조직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던 직장생활 부적응자였습니다. 특히 관료적인 조직에서는 적응을 못해 창업 전 10년 간 8번이 넘는 이직을 경험했습니다. 강하게 지시를 하거나 짜여진 틀에서 일할 때 거부감이 심해 후배들과는 사이가 좋았지만 권위적인 상사들하고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경험을 토대로 의전과 보고 없는 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가 중고 유통 업체이기에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긴밀한 결정이 필요해 결재 체계가 2명을 넘기지 않으며, 수평적 토론과 집단지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동료들은 편안하게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른답니다. 회사 내에서 저는 브루스입니다.”
서플러스글로벌은 공식적으로 회사 내에서는 직급이 없다. 이는 김 대표가 창업 초반부터 중점을 두었던 기업 문화였고, 이 문화가 긍정적으로 정착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훈 김 대표님 이력이 다양하네요. 대기업 근무, 공무원, IT 강사를 거쳐 2000년 창업을 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또 창업 후 위기는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김정웅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당시 집안이 어려워 사업으로 집을 일으키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20대부터는 글로벌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2000년에 드디어 전자상거래 회사 서플러스글로벌을 창업 하게 되었습니다. 넘치는 패기로 청바지부터 헬리콥터, 탱크, 기계 부분까지 모두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를 상대로 판매하겠다며 시작했지만 창업 2년 만에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2002년 회사에 남은 직원은 6명이었고, 사실 폐업 직전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는지 신문을 보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특정한 지식이나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반도체에서 진입벽이 낮은 제품들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나 하던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다시 한 번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그 당시 지나친 자신감으로 회사 자본금이 50억 원 이던 상태에서 200억 원의 대출을 받아 장비에 투자를 했지만, 세계 경제 위기는 경기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기를 쓰고 매출을 만들며 버티기를 꼬박 일 년을 넘게 했습니다. 간신히 살아남았던 저희 회사와는 달리 금융위기가 끝나가던 2009년 말 2010년 초에 경쟁사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때 저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시장이 회복할 무렵 몇 백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해 장비를 구입했고, 빠른 시간 내 그 장비들의 가격이 수직으로 상승하면서 회사가 지금의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윤석훈 올해로 18년 째 회사를 운영하고 계신데요. 남들이 말하는 성공에 대한 자평은? 그리고 계획하고 계신 클러스터 대해 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김정웅 외부에서 보면 이 수치들 덕분에 많은 분들이 부러워하시지만 저는 사실 워커홀릭으로 주 70~80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 시간은 물론 주말까지 모두 반납하고 일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만큼 회사를 키워낸 것이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아직 만족할 만한 단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클러스터는 제가 2005년부터 준비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장기적인 계획입니다. 집요하게 지금까지 끌고 온 덕분에 2019년 5월에 동탄에 건평 2만2천 평에 이르는 클러스터가 완공 예정입니다. 총 8백억 원을 투자한 원 스탑 플랫폼 사업으로 고객들이 방문을 했을 때 필요한 솔루션을 저희 한 회사가 모두 제공할 수 없기에 이곳에 입주한 30여 개의 업체를 통해 필요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거죠.
반도체중고장비 종합물류센터 겸 A/S 센터, 부품 및 소모품까지 모두 가능한 세계 최초의 클러스터입니다.
 
윤석훈 김대표께서는 기업사회공헌의 일환으로 2012년 ‘함께 웃는 재단’을 설립하셨는데요. 발달장애인 지원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김정웅 제 큰 아들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전쟁터의 군인과 비교될 정도로 큰 스트레스를 동반하는 힘든 일입니다. 제가 경험자이자 가족인만큼 이 분야를 시작하면 오랫동안 사회 공헌을 지속할 수 생각했고, 좋은 솔루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가장 좋은 사회공헌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지금도 2명의 발달장애인이 근무하고 있고, 회사를 클러스터 단지로 옮긴 후에는 그 인원을 늘려 표준사업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재단 출범 5년 차, ‘함께 웃는 재단’은 경증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지원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고, 관련 교육이나 치유에 대한 효과는 상당하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종합 클러스터가 완성되고 나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기대되는데요, 대표님의 궁극적인 미래 비전은 무엇인가요?
김정웅 실제 반도체 장비는 대부분 외국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능한 엔지니어 뿐 아니라 반도체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장점을 십분 활용, 반도체 장비 개조 및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들을 통해 계속해서 분야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서플러스글로벌을 빌리언 밸류(Billion Value, 조 단위의 가치)를 가진 백 년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 사회에 크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회사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대표는 이 바쁜 와중에 실크로드 10년 계획을 세워 해마다 그곳을 방문하고 있다. 그가 직접 집필할 역사기행 저서 <(가제)실크로드 경영학>을 준비하기 위해 관련 도서를 섭렵하는 한편, 징기스칸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의 바람처럼 그의 인생이 앞으로도 재미있고 즐겁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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