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에는 강남, 이태원, 부산에서 여유롭게 미국의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이 상상은 지난 해 현실이 되었다. 르뱅코리아가 아이스크림계의 수퍼 루키, 에맥앤볼리오스(Emack & Bolio’s)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성공적으로 국내에 론칭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한 남자, 이진환 대표를 만나보았다.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권상훈 

 

국내 디저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디저트노마드族’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가벼운 식사 뒤 다양한 디저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에 프랑스, 미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에서나 만나볼 수 있었던 다양한 해외 디저트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국내 진출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무려 9조 원이라는 국내 디저트 시장 규모와 세계 FnB 시장의 성장가능성으로 인해 대기업 등 관련 업계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에 가능한 것이다.
국내에서의 성공이 점쳐지는 해외 디저트 브랜드의 경우 라이선스 경쟁이 치열해 지기도 한다. 사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르뱅코리아는 이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차지해 40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수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에맥앤볼리오스와 메뉴 개발권은 물론,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미국 변호사가 만든 아이스크림, 한국 셰프를 만나다
1970년대 미국 보스턴에서 음악가이자 변호사였던 에맥의 창업자 밥 룩(Bob Rook)이 록 뮤지션들을 위한 디저트를 만들어 주기 위해 그들의 아지트에 아이스크림 기계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연주하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아이스크림 메뉴를 개발했다. 록 스피릿이 깃든 변호사의 손에서 탄생된 아이스크림, 에맥앤볼리오스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975년 보스턴에 첫 선을 보인 에맥앤볼리오스는 40여 년 전통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수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보스턴 공장에서 엄격한 관리·감독 아래에 안전하고 깔끔하게 생산해 코셔(Kosher) 인증까지 받은 안전한 먹거리다. 특히, 화려한 비주얼로 SNS 상에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으며,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대만, 홍콩 등 9개국 50여 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 브랜드의 국내 론칭을 이끈 이진한 대표는 미국 Le Cordon Bleu Baking & Pastry를 수료한 디저트 전문가로, TV 방송 및 자문위원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연구하는 그가 왜 새로운 브랜드 개발이 아닌 해외 브랜드 수입을 결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고개를 들 무렵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홍콩여행 중 우연히 에맥앤볼리오스를 발견했고, 제품의 비주얼과 퀄리티에 반해 수입을 추진했습니다. 그 당시 브랜드 라이선스를 놓고 대기업과 경합을 펼쳤는데, 에맥의 창립자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셰프여서 참 좋다. 당신과의 대화를 통해 이 브랜드를 더욱 키워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라고요. 그리고 ‘앞으로 메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해달라’고 말하더군요. 저를 믿고 지지해 준다는 점이 참 감사했습니다. 그에게 저는 한국에서 1년 안에 10개의 매장을 오픈할 것이고, 아시아 시장을 위한 메뉴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그만큼 이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인증샷을 부르는 비주얼로 마음을 훔치다
에맥 이태원점이 오픈한 후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라는 것 자체가 홍보 효과를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스크림을 구매한 고객들이 남긴 ‘인증샷’은 더욱 강력한 마케팅 치트키가 되었다.
“고객들에게 억지로 브랜드를 노출하고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오히려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따로 홍보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을 직접 먹어본 고객들의 인증을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상의 퀄리티와 맛, 그리고 환상적인 비주얼 덕분에 자연스럽게 SNS를 통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게 되었고 이를 통해 더 큰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증샷 열풍에 대해 비주얼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이 대표의 말처럼 디저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맛과 재료의 퀄리티다. 눈에 보이는 것은 그 다음 선택 사항이다.
이 대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에맥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본사의 마진을 최소화해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내 시장에 맞는 서비스 제공과 연속성과 지속성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지금도 매장 교육과 서비스 개선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경험보다 더 견고한 디딤돌은 없다
에맥 이전에 이 대표의 가장 대표적인 이력은 바로 르뱅베이커리의 오너셰프이다. 미국에서 10년 간 유학생활을 정리하고 국내에서 어학원 원장, 제과·제빵 시간강사, 컨설팅 등 다양한 이력을 만들어가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동네에 작은 빵집을 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절, 패기 하나로 시작한 그 작은 가게는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간이 흐름과 함께 천천히 자리를 잡아 가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웃음 밖에 안 나올 정도로 무모했었습니다. 무지한 상태에서 시작한 비즈니스는 제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어요. 자존심이 상하고, 몸도 상하고, 문을 닫을까 하는 고민도 여러 번 했습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그 이유는 아직도 미지수지만 그 어렵고 힘든 길을 묵묵히 걸어갔어요. 그리고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입소문만으로 그의 빵집은 언론 매체, TV 방송에 소개되며 이 대표까지 요리 방송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정상 궤도에 올라서기 시작하자 그의 빵을 찾는 곳이 너무 많아 매장 운영 외에도 호텔, 식당 등으로의 납품을 시작했다. 제품의 생산부터 배송까지 이 대표가 직접 발로 뛰었다.
“제가 생각하는 경영은 스스로 모든 것을 다 겪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는지, 그 당시 저는 모든 일을 직접 처리했습니다. 빵을 생산하고, 직접 물류차량을 운전해 매일같이 배송을 나갔었죠. 그 경험 덕분에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애로사항과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보지 않았다면 공감하기 어려운 일들이었겠지만 그 경험이 제가 올바르게 매장은 물론 납품을 위한 물류 라인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제대로 운영해 갈 수 있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르뱅베이커리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고파
이 대표가 에맥의 창립자에게 했던 다짐은 현실이 되었다. 지난 해 이태원 1호점을 시작으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가로수길점, 부산 신세계센텀시티점, 메가박스와 롯데월드몰 등이 이미 오픈을 했거나 예정하고 있다. 국내 론칭 후 약 5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이런 추세라면 올 상반기 내 10개 매장 오픈은 헛된 그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에맥의 아이스크림은 맛의 종류만 100가지입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맛을 찾는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언제든 이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줄 수 있죠. 하지만 아이스크림이 가진 계절성과 디저트라는 한계성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디저트 메뉴 개발에 애쓰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점차 그 수를 늘려갈 매장에서 판매될 디저트이기에 유통성과 시장성 이 두 가지 부분도 충분히 염두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한 메뉴를 개발해 최대한 빨리 고객들에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 대표가 그리는 에맥의 3년 뒤는 하겐다즈와 베스킨라빈스의 교집합이다.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하겐다즈와 매장 판매수익과 가맹으로 매출을 올리는 베스킨라빈스의 장점을 모두 흡수한 두 가지를 만족시키는 보다 큰 그림을 그는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기본 카페의 모든 음료와 디저트에 40가지 아이스크림이라는 플러스알파를 통해 확정성을 키워나갈 계획이다. 물류는 물론 생산 능력까지 겸비한 이진환 대표의 큰 그림은 결국 에맥앤볼리오스를 장수 브랜드로 만드는 것으로 귀결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맛있는 메뉴로 그 입지를 다지기 위해 오늘도 그는 기꺼이 주 7일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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