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소비 행위가 아니라 방문하게 되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관계의 형성을 지향하는 공정여행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여행 업계 최초로 공정여행 개념을 도입한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맵은 행복을 주는 여행,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여행, 환경을 보호하는 여행을 목표로 한다. 트래블러스맵 변형석 대표를 만나 공정여행의 가치와 지속가능한 여행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Editor 문효근   Photographer 한희

여행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맵은 청소년 문화작업장이자 대안학교인 하자센터에서 2009년 1월, 여행협동조합MAP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같은 해 9월 지금의 트래블러스맵으로 사명을 바꾼 후 2010년 1월 국내에서 최초로 여행 부문 사회적 기업으로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았다. 창립 직후 네팔 자유 트레킹과 지리산 둘레길 할머니네 홈스테이 등 이색적인 국내외 공정여행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다문화가정 청소년 대상 여행 프로그램인 ‘내 친구의 외갓집은 산호세’ 등을 기획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대안학교 교사 출신인 변형석 대표는 여행이라는 콘텐츠가 갖는 무궁한 잠재력과 사람에게 주는 여행의 긍정적인 영향력에 주목했다. 일과 학습, 그리고 놀이의 사이에는 특별한 경계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근거해 공정여행이 추구하는 가치에 동감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윤리적 소비, 사회적 소비를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춰 공정여행이라는 화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학습이란 것이 단순히 교실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수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삶의 공간에서도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았습니다.”라고 밝힌 변 대표는 “여행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는 학교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 지금의 트래블러스맵의 창립으로 이어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여행자와 여행지를 모두 만족시키다
트래블러스맵의 공정여행은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여행 지역의 현지인들과 역사, 환경, 경제, 문화 등에 대해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한편, 그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즐거움, 체험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배우는 여행이다.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맺은 소중한 관계를 우선시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방문하는 관광지의 지역사회에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여행 사업의 수입 중 일부는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교육, 지역개발, 탄소상쇄 프로그램 등에 재투자되며, 트래블러스맵은 지역의 공동체를 지원하거나 기부금을 마련하는 여행을 기획하기도 한다.
변형석 대표는 “여행 경비가 현지인에게 직접 전달돼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트래블러스맵은 건강한 여행을 위해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홈스테이, 현지가이드, 현지 음식, 현지 교통수단 등을 우선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해 일회용품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여행 지역만을 무조건적으로 위하는 것은 아니다. 트래블러스맵의 공정여행에 참가하는 여행객들을 위한 다양한 기준도 마련되어 있다. 살펴보면 우선, 모객여행 상품은 15인 이하의 소그룹 여행을 원칙으로 한다. 이를 통해 인솔자는 세심하게 고객을 살필 수 있고, 여행자들은 동행하는 여행객들과는 더욱 빨리 친해질 수 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 맛집을 검증한 후 식사를 하고, 마치 골목길을 산책하듯 여행지의 숨겨진 구석구석을 탐방한다. 규모가 큰 호텔보다는 홈스테이 등을 이용해 현지인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강제 쇼핑, 강제 선택 관광이 없어 올곧이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리고 주요 관광 포인트에서는 현지인 가이드나 지식 가이드가 함께해 전문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변 대표는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여행지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지인과 함께하는 경험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고객들의 일상에 신선한 변화를 주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위해 현지 파트너와의 긴밀한 관계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트래블러스맵의 여행 상품을 경험한 고객 중 60% 가량이 재구매율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일반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뒤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가치를 깨닫지 못해 공정여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상품가격이 조금 높게 책정돼 있어도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로 작용하는 것이라 분석된다.

 

 

여행의 세계화 통한 공동체 의식 형성
그렇다면 변형석 대표가 꿈꾸는 여행의 궁극적인 가치는 무엇일까?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여행의 세계화입니다. 세계 속의 시민의식을 여행을 통해 육성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예를 들어 네팔에 심각한 지진 피해가 일어났을 때 실제 네팔을 여행했던 유럽 등 서양 사회의 관광객들은 구호금을 아낌없이 보냈습니다. 자신이 관광했던 지역에 대한 애정과 보호의식이 발동한 것이지요.”
변 대표는 이어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폐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행지의 주거지역에 관광객들이 몰려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들이 결국에는 그 곳에서 쫓겨나기까지 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부인의 유입으로 상승된 임대료 탓에 원래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에서 따온 말이지요. 공정여행은 여행 지역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공감하고 소통하되 지역사회, 지역주민과 공생하는 지속가능한 여행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바라는 여행의 궁극적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의 가치에 대한 변 대표의 견해는 그의 경영 철학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창업 초기만 해도 행복하게 일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일터, 지속가능한 기업,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데 일조할 수 있는 기업 경영을 실행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CEO가 가져야할 가장 최선의 미덕에 대해 변형석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언급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외부적으로는 고객과 여행을 떠나는 지역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공정여행을 다녀온 고객들이 홈페이지나 SNS에 남긴 여행에 대한 좋은 평가와 회사로 보내오기까지 하는 소박한 선물들은 변 대표의 말처럼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성공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여행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의 상임대표이기도 한 변형석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발전과 상생에 대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의 경우 당사자조직, 즉 사회적 기업 자체보다 허브 역할을 담당하는 중간지원조직이 더욱 빠르게 성장한 역전현상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정부 주도의 사회적 기업 제도나 정책이 실제 현장에서는 헛돌고 있는 것을 해결하는 게 가장 시급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공생과 협력이 아닌 흡사 경쟁의 구도로 치닫고 있는 점도 개선되어야 하는 사항이지요. 정치권에서도 주요 아젠다로 사회적 기업의 논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의 힘, 민간 주도의 힘으로 변화와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상호 협조가 필요한 현실입니다. 다행히 현재는 전반적인 상황이 민간 주도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놓여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변 대표는 국내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여행사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여행 상품의 꾸준한 개발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도시재생 프로그램 등을 여행 상품에 접목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라는 충고도 남겼다.
여행업 최초의 사회적 기업으로 창립한 지 올해로 10년차를 맞이한 트래블러스맵은 2018년을 맞아 새로운 도전에 임한다. 규모화를 위한 자기정비, 명확한 매뉴얼과 구조적인 시스템화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여행 플랫폼으로서의 신속한 변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공정여행은 여행다운 여행을 떠나기 위한 아름다운 선택입니다. 여러분은 지하철을 타고 파리의 구석구석 숨겨진 명소를 방문할 수 있고, 파리지엔과 함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박물관을 찾아 현지 가이드의 전문적인 해설로 명작들을 감상하게 될 것이며, 저녁에는 마음씨 좋은 홈스테이 주인장과 와인을 한잔 할 수도 있겠지요. 트래블러스맵은 여러분이 떠나는 여행지에 대한 검증된 결과물로 최고의 감동과 경험을 드릴 수 있으리라 자신합니다.”
여행이란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색다른 나를 발견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흥미로운 여정의 연속이다. 여기에 ‘더 나은 여행, 더 나은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트래블러스맵과 함께라면 바로 그곳에서만 마주칠 수 있는 시선과 감동이 더해진 완벽한 여행이 완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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