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휴대폰으로 세계 최고 브랜드로 군림했던 노키아가 최근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주력으로 4차 산업혁명 선도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노키아 코리아의 앤드류 코프 사장을 만나 5G 시대를 맞은 노키아의 생존전략을 들었다.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한희

평소 모바일 디바이스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CEO라면 심플한 디자인의 노키아 휴대폰을 기억할 것이다.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 국민기업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시기를 경험 삼아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다. 노키아 코리아의 앤드류 코프 대표는 노키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는 요건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말한다.
“모바일폰 비즈니스로 시작한 노키아의 사업 영역은 지난 5년 동안 매우 큰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모바일과 네트워크, 맵핑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했고, 그 결과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비중을 높여 집중하고 있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도래
소비자들은 주로 자주 접하는 휴대폰으로 노키아를 기억하지만, 초창기부터 노키아 내에서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비중이 높은 사업 영역이었다. 모바일 비즈니스를 수행하며 노키아는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고, 이러한 원천 기술은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노키아가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배경으로는 적절한 M&A도 한몫했습니다. 모바일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고, 알카텔루슨트를 인수하면서 통신 장비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나갔죠. 디지털 맵핑, 로케이션 사업인 ‘히어’를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에 매각한 것도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현재 노키아의 사업 영역은 유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설치 및 기술을 서포트하는 서비스 비즈니스 등이 있다. 앤드류 코프 대표는 현재에 대한 사업 영역이 9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10% 비중은 2~3년 이내의 미래에 상용화될 기술 및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가 ‘노키아 테크놀로지’라고 말한다.
“알카텔루슨트 소속이었던 벨렙과 노키아 테크놀로지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보면 노키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벨렙이 10년에서 20년을 앞선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라면 노키아 테크놀로지는 2~3년 후의 상용화를 목적으로 제품을 개발하죠.”
노키아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 사업들은 대부분 5G 시대의 도래와 영향이 있다. 최근 노키아 본사 라우리 옥사넨 부사장이 “노키아는 휴대전화회사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회사로 완전히 변신했다”고 언급하며, “5G와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곳에서 쓰이냐에 따라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은 각기 다릅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많은 용량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모든 범위를 제어할 수 있는 넓은 커버리지가 필요합니다. 다른 환경에서는 제한된 커버리지만이 필요하지만 아주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가 필요하죠. 이처럼 상황에 따라서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은 다릅니다. 5G는 대용량, 초스피드, 광역 커버리지, 빠른 응답 속도 등 모든 조건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습니다.”
통신 시장은 경쟁이 심하지만 표준규격이 있어서 경쟁사와도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더욱 새로운 시각에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5G 시대를 준비하는 노키아만의 전략 및 핵심기술은 무엇일까?
“표준화된 국제 규격 안에서도 노키아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노키아 테크놀로지입니다. 통신을 넘어 헬스나 산업, 공장까지 영역을 침투하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노키아가 다른 네트워크 회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진행된다. 한 회사가 모든 영역을 총괄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는 뜻이다. 앤드류 코프 대표는 최근 노키아가 관심을 가지고 연구개발 중인 분야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노키아 테크놀로지와 헬스케어
“노키아가 항상 잘해왔던 부분에서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해야 합니다. 저희가 주목하는 영역은 국가 재난망, 스마트 시티, 유틸리티와 에너지, 오토매틱, 그리고 디지털 헬스입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 위딩스를 인수하며 노키아의 디지털 헬스 분야는 성장에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네트워크나 기기 간 연결(Connectivity)에 대해서는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의료 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올 것이고 그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노키아의 전략이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많은 노인층이 생겨날 거에요.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의 수는 적어지겠죠. 앞으로의 20년 동안 벌어질 일이고 우리 세대의 문제입니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디지털 헬스 시장에서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노키아는 네트워크나 기기 간 연결에 대해서는 전문적이지만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의 보강이 필요하기에 웨어러블 기기 전문 기업 위딩스를 인수했다. 노키아가 준비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는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워치 등의 웨어러블 제품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향후 지향하는 제품들은 오히려 의료기기와 가까워 보인다. 이미 관련 제품이 많이 출시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측정한 정보를 데이터화하는 기술도 많이 개발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고 2~3년 안에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분야라는 것이 앤드류 코프 사장의 주장이다.
“얼마 전 헬스테크 세미나에서 언급했던 예를 들면 미래에 혈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병원을 찾아간다면 의사는 위딩스 왓치를 주면서 혈압을 직접 체크하는 방법을 알려줄 겁니다. 스스로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한 검진 때문에 병원에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되죠.”
휴대폰이 처음 상용화되던 1995년 즈음에는 모바일 분야가 어떻게 성장하고 변할지 짐작할 수 없었다. 노키아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존재는 하지만 어떻게 어느 정도 규모로 발전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법률이 엄격합니다. 환자의 기록에 대해서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의 제약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례로 환자와 의사가 비디오로 소통하는 원격진료의 경우 이미 두바이에는 존재합니다. 하지만 관련 법규 때문에 한국에서는 도입할 수 없지요.”
노키아는 이제 현재가 아닌 미래 사업에 집중하며 변화를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앤드류 코프 대표는 과거 모바일 사업도 결코 실패라고 결론지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떤 이들은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을 실패라고 단정 짓습니다. 하지만 노키아는 모바일 사업을 통해 모든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죠. 스마트폰 사업에서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면서 적당한 시점에 손을 뗐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하루가 다르게 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판단은 중요하다. 때로는 기존 사업 영역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사 제품을 부정하면서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 부정을 무서워하지 않는 기업이 되는 것은 중요하다.
“애플은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제품에 대한 자기부정을 통해 그 영역을 더욱 확장해왔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때는 기존 영역에 대한 포기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노키아는 모바일 환경이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 그렇게 하지 못했죠. 아무리 점유율이 높은 분야라도 변화가 감지된다면 때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지금은 확실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노키아 한국지사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아온 앤드류 코프 대표는 한국이 작지만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 사업은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LTE도 최초였고 5G 기술도 앞서 있는 등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죠. 사실 노키아는 지난 3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상당히 고전했습니다. 이미 LTE 시대가 끝났다고 판단한 통신사들이 새로운 산업에 비용을 투자하기를 꺼렸기 때문인데요.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도전할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앤드류 코프 사장은 외국인 CEO로서 한국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며 적응해 왔다. 그는 한국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일을 시작하고 수행할 때 추진력이 강하고 업무 집중도가 높으며 헌신적이라는 뜻이다. 한편, 너무 조급하지 않고 여유를 가진다면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애정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혁신을 위해서는 뇌가 좀 쉬어야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국의 CEO들이 직원들을 너무 다그치지 않고 때로는 급할수록 여유와 시간을 준다면 더욱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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