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이달에 만난 인물은 최고의 한우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벽제외식산업개발 김영환 회장이다. 그에게서 한식의 세계화 그리고 대한민국 외식산업의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임상현    

  

지금 대한민국은 한식의 대외 인지도 상승과 농식품 수출 확대 등 한식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추진방향을 모색 중이다. 이렇듯 범 국가적인 차원의 한식 세계화에 기꺼이 선봉장이 되어 고군분투하고 있는 벽제외식산업개발 김영환 회장이 이번 인터뷰 주인공이다.
벽제외식산업개발은 최고의 식재료와 정통 우리 맛의 벽제갈비, 봉피양, 청미심, 벽제오세요, 그리고 벽제설렁탕 5가지 브랜드, 3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방이동에 위치한 벽제갈비 본점을 찾았다.    


윤석훈 이사(이하 윤석훈) 김영환 회장이 딱 마흔이 되던 1986년, 벽제갈비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전에는 건설회사를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외식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김영환 회장(이하 김영환) 저는 원래 미식가였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니던 시절, 직장 생활을 하며 몇 년간 모았던 적금 만기로 120만 원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 저는 고민 없이 그 돈으로 자동차를 구입했습니다. 그 이유는 점심 시간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맛집에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당시는 도곡동의 아파트 한 채가 280만 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저는 집은 몇 년 뒤에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음식을 좋아했던 제가 건설업계의 불황으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회사에서 나온 후 외식업에 뛰어들게 된 건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니었을까요.

‘물 안 먹인 도축한 한우만 파는 집’ 
명문대를 졸업하고, 10년을 넘게 회사 생활을 했던 김영환 회장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열정이 아닐까 싶다. 벽제갈비를 시작한 그 순간부터, 김 회장은 최고의 등심을 구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녔다.
“ 제가 CEO가 되겠다는 꿈을 꾼 순간부터 기술도 없는데 무작정 도전해 밑져야 본전 식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식재료부터 꼼꼼히 챙겼습니다. 당시 소 무게 측량에 있어서 속임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우를 사러 갈 때면 프라이팬을 가지고 다니면서 그 자리에서 고기를 직접 구워 수분 함량을 체크했습니다. 첫 시작 단계에서부터 확실한 식재료를 찾아 나선 것이지요. 좋은 고기를 찾아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단골집을 만들어 좋은 안심을 사려고 공을 들였죠. 88 서울올림픽이 시작되면서 강력한 단속이 이루어졌고 일시에 공급시장이 정리됐습니다. 저는 그 당시 ‘물 안먹인 도축한 한우만 파는 집’이라고 써 붙여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윤석훈 벽제갈비의 한우가 이른바 명품으로 인식되기 까지는 재료에 대한 관리 및 공급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김영환 일류 레스토랑의 첫 번째 근간은 바로 식자재입니다. 소고기는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좋은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사업 초반, 약 7년 간은 직접 소고기를 구매하고 다녔습니다. 광우병 파동 이후 전략을 바꿔 직접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에서는 하루에 2~3마리를 도축해 저희 직영점과 신라호텔에만 단독으로 재료를 공급하고, 소매는 하지 않습니다. 매일 경매 시장에서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판정한 ‘한우 마블링 스코어 No.9’의 최상품을 낙찰 받아 벽제갈비 직영 매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브랜드 경쟁력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등 다른 외식사업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계신데요.
김영환 최고의 한우를 고객에게 선보이기 위해 전국의 맛집들을 섭렵하고 다녔습니다. 지역마다 훌륭하다고 소문난 곳들을 찾아보았지만, 고기의 품질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일류 레스토랑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했고, 우리보다 선진 외식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을 통해 제 사업의 방향성을 결정했습니다. 최고의 재료 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인, 서비스 그리고 설비까지 모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본에서 벤치마킹한 기술을 토대로 당시 국내에서 최고로 손꼽히던 삼원가든, 버드나무집과 경쟁을 벌였고,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매장 설비와 인테리어, 디자인 뿐 아니라 꿈과 비전을 함께 갖고 갈 직원 관리에 힘을 썼고 이를 통해 최고의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훈 그러셨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직원 관리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32개의 점포에 6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을 어떠한 시스템을 통해 교육하고, 관리하고 계신가요?
김영환 소통과 협력이 바로 벽제외식산업개발의 모토입니다. 조리법, 서비스 등을 소통이라는 큰 틀을 통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지식창고’에 모두 꺼내놓고 함께 협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는 장기 근속하고 있는 직원들이 많습니다. 특히, 20년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조리사가 30명이 넘는데, 이들을 위해 도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분야별 요리장인을 스카우트해 꾸준히 음식의 맛을 지키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서비스 교육을 위해 전문교육 기관의 컨설팅 을 통해 기업의 핵심 가치 적립, 직원 교육, 브랜딩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상대방과 교감하며 먹는 것이다
김 회장은 무엇보다도 음식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사업가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이 외식사업의 근간이 되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저는 외식사업은 단순히 음식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기질, 그리고 이념까지 함께 고객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스타일리시한 감성을 파는 것이지요. 음식은 비단 건강뿐 아니라 먹는 기쁨 그리고 정성으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과의 교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가 사업을 위해 전 세계 많은 곳을 다니며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음식은 상대방과 소통하며 먹는 것이라는 것인데, 이게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돈이 아닌 가치를 쫓아온 만큼 제 철학을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는 고객들이 많아졌습니다.”

윤석훈 머릿속에 가장 고민하시는 것이 바로 한식 세계화로 알고 있는데, 해외진출의 현 상황은 어떤가요?
김영환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는 메뉴 역시 한우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외진출을 위한 생산성에 대한 부분을 고민했고, 현지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난 15년 간 중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예를 들면 현지인의 채용과 교육 그리고 체계화에 대해서 말이죠.
현재 중국 위해와 사천성 두 곳에서 로열티 베이스에 현지화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운영과 구호가 아닌 실제로 미래 비전에 대한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김영환 결국 음식의 성공여부는 맛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에서 인정받는 맛이 바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맛이지요. 저는 한우를 가지고 갈 수 있는 나라에서만 한식 세계화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우라는 본연의 재료 공급이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에서 한우의 수입을 승인해주었고, 홍콩은 이미 한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격에 구애 받지 않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섭외해 최고 품질의 한우를 공급한다면 한식의 세계화가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윤석훈 김영환 회장님이 당대에 꼭 이루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김영환 당대에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우수한 인재 양성을 통해 한식 세계화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입니다. 한식에는 외식산업을 이끌어갈 인력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체계화되고 세분화된 트레이닝을 통해 제가 가진 열정과 비전을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첨병들에게 엔젤 투자가가 되어 한식 세계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기쁠 것 같습니다.

고희(古稀)가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김 회장은 열정적이다. 누구보다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새로운 비전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다. 지난 30년 간 오직 한 길만 걸어온 그에게 한식 세계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위한 탄탄한 기반이 마련되어, 그의 꿈을 향한 발걸음이 꽃길로 이어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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