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지인들 앞에서 맹세를 하게 되는 성스러운 이벤트 결혼식. 인생 최고의 하이라이트 순간을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한 결과 웨딩업계의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칼라티움의 신상수 대표를 만나봤다.   Editor 이혜진   Photographer 임상현

신상수 대표의 한자 이름은 장사 ‘상(商)’, 빼어날 ‘수(秀)’. ‘빼어난 상인’이라는 뜻으로 이름부터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성공할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 동네의 탁발승으로부터 이름을 바꾸라는 얘기를 듣고,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늦장마로 폭우가 쏟아지던 광복절에 진행된 인터뷰. 이날은 일본 웨딩 문화사업 분야에서 손꼽히는 ‘세인트 조르디 플라워’와 한일 공동 주최의 웨딩박람회가 스칼라티움 강남점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웨딩업계의 침체 속에도 남다른 마케팅과 웨딩사업도 문화 사업이라는 철학에서 비롯된 기획력이 돋보이는 시도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양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출신인 신 대표. 하지만 운동권 전력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워 선택하게 된 것이 보험 세일즈였다. 뛰어난 영업 실적의 우수사원으로 3년간 삼성생명을 다니다 29살 되던 해인 96년 12월, 오랜 준비 끝에 자본금 8천만으로 웨딩 이벤트 회사를 다니던 아내와 함께 ‘결혼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25평짜리 작은 사무실을 1층도 아닌 6층에 얻고, 보험 영업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예전에 집집마다 하나씩 있었던 노란색의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에 있는 연락처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적극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요즘 스타일로 말하면 텔레마케팅이었던 것이다. 가정집이나 사무실에 전화를 걸면 으레 한 명 정도는 웨딩 컨설팅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통화 후에는 미팅을 잡고, 사무실 방문을 통해 심도 있는 웨딩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작은 사무실 앞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날이 다반사였다.

브랜딩화된 웨딩그룹
토털 웨딩 이벤트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한때 웨딩홀의 대명사이자 강남지역을 대표하는 예식장인 목화예식장을 2011년 10월에 인수해 본격적인 웨딩홀 사업을 확장하게 되었다. 목화예식장 인수로 그는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세상을 다 가진 듯 너무나 기쁜 나날을 보냈다.
더불어 목화예식장의 인수는 그가 하는 사업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기업의 미션, 비전, 목표에서부터 서비스, 인테리어, 직원교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시 재검토한 것이다. 이미 운영하고 있던 웨딩홀도 스칼라티움으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브랜딩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스칼라티움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계단을 뜻하는 ‘Scala’와 공간을 뜻하는 ‘Spatium’의 합성어입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영문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멘델슨이 쓴 <인생의 일곱 계단>에서 인생의 중요한 단계 중 하나로 꼽은 ‘결혼’과 바로 인생의 다음 계단으로 향해 나아가는 첫 관문의 무대인 웨딩홀이라는 공간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 이름값 높은 목화예식장이라는 브랜드를 버리고, 스칼라티움으로 새롭게 브랜딩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웨딩홀 사업은 승승장구해 현재 서울에 2개점을 비롯해 수도권에 6개 지점, 선상웨딩이 가능한 크루즈 378등 총 10개의 웨딩홀과 수입 웨딩드레스 숍인 NY브라이덜필리파와 헤리티크 뉴욕 등을 두며 웨딩 전반을 책임지는 웨딩 그룹으로 규모를 키워나갔다. 직원 수는 정규직 120명에, 웨딩이 있을 때는 아르바이트생울 포함해 500~700명이 스칼라티움을 위해 애쓰고 있다.
첫 웨딩 사업을 시작해 스칼라티움이라는 브랜드가 성공하기까지 어느덧 21년이 지났다. ‘25평에서 시작해 2만 평으로 성장한’ 비결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려줬다. “향상심과 사고의 유연성, 용기 이 세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신도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가 많은 사업 아이템 중 웨딩업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웨딩업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일이라는 생각해서였습니다. 또한 결혼식은 일종의 가장 ‘현실화된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창시절 연극반 활동을 해서인지 결혼식에서는 음악, 조명, 주례, 사회, 하객 등 연극에 빗댈 수 있는 요소로 가득합니다.”
근래 젊은 층이 결혼을 기피하다 보니 웨딩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는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요즘 업계 분위기는 어떤지 신 대표에게  물어봤다. “최고 매출을 올릴 당시에는 연간 400억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젊은 층의 결혼이 줄어들던 2010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매출이 줄더니 작년부터는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칼라티움만의 차별화된 마케팅과 단순히 사업이 아닌 한 개인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위해 서포팅 해준다는 생각으로 진정성 있게 고객을 대해 왔고, 결혼식 준비 당시 뿐 아니라 추후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개최한 홈커밍 데이도 평소의 철학이 반영된 고객 이벤트였습니다. 결혼했을 당시의 의미를 되새기며, 500명이 흰색 옷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추고 진행된 의미 있는 행사였습니다.”
그는 도전하는 삶을 좋아한다. 그의 롤 모델 격인 사람은 미국의 버진그룹을 이끄며, 괴짜 사업가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회장이다. 바로 이 리처드 브랜슨이 절대 손대지 않겠다는 사업 분야가 바로 웨딩홀 사업이다. 그는 평생 딱 한번 뿐인 일은 사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포기한 것을 신상수 대표는 도전했고,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지난 시간은 치열함으로 가득했다. 평생 단 하루를 위해 기획하고 각색하고 연출하는 일이 오히려 그의 피를 뜨겁게 했다. 

핑크빛 사회를 꿈꾸며…
그는 본인이 하고 있는 사업과도 관련이 있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현실적, 경제적 고단함 때문에 소중한 가치인 사랑과 결혼을 하지 않는 현상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스칼라티움 수원영통점 로비에는 신 대표가 좋아하는 시로 꼽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가 로비 벽면에 새겨져 있다.

모래알 하나에서 우주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천국을 발견하기 위해
그대의 손에 무한을 움켜쥐고
한순간 속에 영원을 담아라


그는 이 시가 결혼의 의미를 잘 응축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웨딩홀을 찾는 고객들을 생각하며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무대로 만들어주고자 했다. 지금까지 약 4만 여 쌍이 스칼라티움에서 결혼식을 치뤘다. ‘청춘의 사랑을 지켜주자’라는 철학으로 이제 문화 기업을 넘어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저는 옥탑방에서 신혼을 시작했습니다. 결혼식도 대출금으로 치뤘구요. 대학 때 동아리연합회 회장을 한 터라 후배들 200여 명이 왔으나 그들 모두 학생 신분이라 따로 축의금도 없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들게 한 결혼이었지만 그날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입니다. 그날 제가 사람들로부터 받은 에너지 덕분에 지금까지도 사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승승장구한 사업 덕분에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좋을 기회를 선물 받기도 했다. 바로 사랑의 열매 재단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의 7777번째 기부자가 된 것이다. 또한 2013년 미래지식경영원 창조경영인상 수상, 2014년 국제 언론인 클럽 주관 ‘글로벌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 대한민국 한류 대상 문화산업대상 개인부문 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중국에서도 한국의 대표적인 웨딩홀인 스칼리티움을 방문해 K 웨딩을 이끄는 사업 노하우를 전수받고, 중국인 관광객 요우커들에게 스칼라티움이 유명 드라마 협찬 장소로 알려져 있다 보니 단골 관광 코스로 방문하고 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철학이 있는 기업을 만들다
신 대표가 2015년에 발행한 저서인 <나는 철학이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다른 확고한 사업 철학을 가지고 있다. 웨딩홀은 복합 문화 공간이며, 돈이 없어 서러운 결혼식은 없게 하자는 모토로 철저히 고객 중심을 실천하며, 결혼이라는 신성한 인생의 계단을 함께 오르는 마음으로 임해 온 것이다. 
“저희는 단순히 공간을 대여해주는 웨딩홀이 아닙니다. 결혼식에 필요한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여 함께 준비하며, 새로운 웨딩문화를 창조하고 구현하는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인생의 동반자이자 좋은 사업 파트너인 아내도 그동안 웨딩드레스 사업을 하며 느낀 점과 철학을 담은 ‘브라이덜 패션’과 관련된 책을 곧 출간합니다. 웨딩드레스도 단순히 잠시 입는 예복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녹아내며, 패션 감각을 한껏 살릴 수 있는 의상이라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신 대표에게 장단기 사업 계획을 물어봤다. “어릴 적 꿈이 호텔 주인이었습니다. 다양한 기획력이 돋보이는 웨딩과 이벤트를 진행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격식보다는 휴식에 방점을 찍는 리조트웨딩입니다. 그동안 키워준 부모님을 비롯해 하객 모두에게 웨딩데이가 힐링데이가 될 수 있도록 제주도에 스칼라티움 리조트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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