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 한영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서울과 런던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가 열리고 있다. 오는 10월 9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에도 ‘영국 특집’ 프로그램이 마련되었고, 이 공연을 위해 영국의 무용단 Far From The Norm이 한국을 찾았다.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권상훈  Ⓑ 시댄스 

양국 정부 간 합의로 시작된 ‘2017-2018 한영 상호 교류의 해’ 사업은 문화 교류를 통해 문화적 공감과 소통의 폭을 넓히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공고히 해 지속 가능한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를 위해 양국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창의적인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에서 선보일 <젠 20:20> 공연 역시 양국의 무용수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선보일 예정이다.
협업을 위해 한국을 찾은 영국의 실험적인 무용단 Far From The Norm의 예술감독 보티스세바(Botis Seva)를 만나 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새로운 문화와 춤에 대한 갈망, 한국을 찾게 된 이유
보티스세바가 2009년 설립한 Far From The Norm은 힙합댄스라는 장르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영국의 실험적인 무용단이다. 도전정신을 가진 예술가들이 모여 통념과 규범의 틀을 벗고 현실문제에 제기하지 못한 질문을 춤으로 표현하며 영국 전역의 무대에서 사회·정치 등 어려운 문제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 보티스세바는 장르간 경계를 허무는 작업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안무가로 영국 뿐 아니라 독일, 덴마크 등 국제무대에서도 인정받는 크리에이터이다.
<제 20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2017, 이하 시댄스)>의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인 무용수 4명과 함께 신작인 <젠 20:20> 무대를 위해 공동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적 관점을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과 한국간의 문화 교류를 위해 진행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긴장되지만  동시에 매우 행복합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서로 다른 문화와 생각하는 방법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특히, 한국의 무용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저를 설레게 합니다. 영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공연이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첫 방문지로 한국을 찾은 보티스세바는 “한국에 와 본 적이 없었기에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춤에 대해 교류, 그리고 춤을 통한 소통을 갈망했습니다.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죠. 자유로운 분위기가 있더라도 저는 런던이 가지고 있는 형식적이고 관습적인 면을 벗어나서 작업하고 싶었거든요. 익숙한 환경이 아닌 제 작품에 대해 다른 시각과 해석이 있는 문화권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 그것이 저에겐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콜라보레이션, 그 자체만으로 특별한 경험
지난달 보티스세바는 시댄스 2017에서 선보일 작품의 협업을 위해 한국 무용수들과 이틀 간 워크숍을 진행하며 4명의 무용수를 선발했다. 자신의 스타일과 한국 무용수들의 콜라보레이션 자체가 마치 마법처럼 느껴진다는 그는 “음악, 춤, 작품의 내용 등 모든 것이 저에게는 매우 놀라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4명의 한국 무용수를 선발할 때 교감이라는 기준을 두고 그들과 함께 춤추며 그들이 가진 휴머니즘과 특별함을 발견하며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와 우리 무용단원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큰 만큼 한국의 무용수 선발과정, 음악 선정, 주제, 내용 등 그 모든 것에 신중해 질 수 밖에 없죠. 한국에서의 첫 공연이기에 아직 한국대중에 대해 잘 모르지만, 한국 무용수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살에 춤을 시작한 보티스세바는 댄서가 아닌 뮤지션을 꿈꾸던 소년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접하게 된 춤의 세계는 그를 매료시켰고 그 한 번의 기회는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계기가 되었다. 힙합 댄서였던 그는 춤에 대한 개념적 접근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난 10년 간 그의 작품들은 힙합을 기본으로 한 다양한 장르가 접목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저는 작품을 만들 때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테크닉과의 융합, 다른 장르의 조화 등을 염두에 둡니다. 스스로 제 자신을 크리에이터 또는 아티스트로 인식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것입니다.”

영감의 원천은 ‘사람’이다 
이번 공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아끼는 보티스세바에게 작품을 구상하는 방식과 이를 위한 아이디어나 영감의 원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저는 작품 구상을 오래하는 편인데, 보통 1년에 걸쳐 작품을 만들어 냅니다.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걸리는 이유는 커뮤니케이션 때문인데요, 함께 무대를 만들어 갈 무용수들의 움직임에 대한 파악과 그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이렇게 공을 들인 작품은 공연 때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작품의 아이디어나 영감은 제 자신을 들여다보거나 주변을 살펴보는데서 시작됩니다.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을 좀 더 관심 있게 관찰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죠. 온라인 속에 정보들보다는 주변의 인물들이 저에게 좋은 영감의 대상이 되거든요.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 작품의 이야기가 정말 풍부해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콘셉트를 구체화합니다. 이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몸의 언어라는 춤을 통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하는 보티스세바에게 이번 공연이 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보티스세바의 철학과 스타일과 한국의 무용수들이 함께 협업을 통해 선보일 <젠 20 :20>는 오는 10월 13일과 14일 양일 간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