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창업해 작년에 창립 20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적인 아웃소싱 인력 공급업체인 제니엘. 사람으로 치면 성인이 된 제니엘의 역사는 한국 노동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의미 있는 나날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ditor 이혜진    Photographer 김인석  

제니엘은 인재파견, 토털 아웃소싱은 물론 교육 컨설팅, 고용지원 서비스, 인사노무 컨설팅, 채용 대행, 헤드헌팅 등 폭넓은 사업 영역을 자랑한다. 창업 첫 해부터 승승장구해 어느덧 창립 한 지 20년을 훌쩍 넘겼다. 협력업체는 각 산업별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굵직한 기업들을 포함해 약 500개 사와 함께 하고 있으며, 자회사는 학생이나 취업 애로 계층에게 직업 적성검사와 상담, 직장체험, 멘토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푸른꿈일자리재단과 HR 아웃소싱 IT 전문기업인 이엠룩 등 총 11개를 둘 정도로 성장했다.
박인주 회장은 직장을 퇴사하고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창업을 했다. 제니엘(Zeniel)이라는 회사명은 Zenith Business Elite에서 따 온 것으로 ‘최고의 업무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가 많은 사업 아이템 중 아웃소싱 인력공급업체를 택하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1980년대 만해도 우리나라 기혼 여성의 사회 진출은 턱없이 어려웠습니다. 주로 남편 혼자 가정 경제를 책임지는 구조였는데, 선진국과 같이 결혼한 여성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남자와 동등하게 일을 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소위 돈 들어갈 일이 많아지는데 외벌이로는 힘들다보니 부부간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다툼도 잦아집니다. 돈을 버는 사람이 적으니 돈을 쓰는 사람도 없고, 전반적으로 사회 경제가 침체 일로였습니다.”


국내 탑 5안에 드는 아웃소싱 업체로 성장
아웃소싱이라는 용어를 국내에 도입하고, 아웃소싱협회를 최초로 설립한 장본인이 바로 제니엘의 박인주 회장이다. 창립한 지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제니엘은 국내 탑 5에 드는 아웃소싱업체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곳과의 차별점이라면 고급 기술력이 필요한 항공기 정비사와 같은 인력부터 자동차, 제조, 판매 등 좀 더 다양한, 세분화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하고, 쉬운 해고가 만연한 한국의 노동 시장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 빨리 직장 개념에서 직업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좋은 직장을 갖기 보다는 각 분야의 최고 권위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비원도 기존에 우리가 아는 경비원의 개념이 아닌 한 회사의 ‘보안’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청소 담당자도 ‘환경관리사’라는 개념을 가지고 일한다면 돈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고 일에 대해 좀 더 긍지를 가지고 긍정적이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기업의 핵심인 제니엘이 원하는 인재상은 바로 ‘정의로운 사람,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박인주 회장은 꼽았다. 제니엘 그룹은 1996년에 창업한 이후 그동안의 성장, 발전을 증명하듯 이루 셀 수 없는 다양한 수상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1년 아웃소싱 업계 최초 ISO9001을 인증 획득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에는 한국의 CEO 대상 ‘인재 아웃소싱’ 부분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제 40회 상공의 날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승승장구해 온 제니엘이지만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을 하면서 늘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도 IMF 당시 어려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당시 협력업체 중 한 곳이 없어지면서 직원 약 150여 명을 해고할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한 사람 한사람 설득해가면서 다른 곳에 재취업을 시켜주고, 장사를 하겠다는 직원들에게는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6~7개월 만에 정상화시키는데 주력해 큰 어려움을 해결했다.

 
 

성공의 비결은 내부교육 그리고 비전 2020
작년 매출의 경우 그룹사 전체로는 3500억 원, 제니엘만 놓고 보면 2000여억 원에 이를 정도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제니엘은 단지 양적 성장에만 치우치지 않고, 질적 성장을 위한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통합적 운영을 위한 장단기 플랜인 ‘비전 2020’을 발표했다. “먼저 회사 주식 상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제니엘의 직원이 퇴직 한 후 이를테면 일종의 지역 공동체인 제니엘 마을을 건립해 직원들이 끈끈한 유대를 바탕으로 안락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전원마을 개념이라 보면 됩니다.”
박인주 회장은 성공의 비결을 내부 교육에 있다고 꼽았다. 창업 초기에는 교수를 초빙해 기획에서부터 영업까지 교육을 실시했으며, 지금까지도 이어져 매주 월요일 마다 전 직원이 자유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SERI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거나 매주 수요일에는 MBA 교육을, 한 달에 한번은 독서토론회를 열어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가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대학원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직원이 있으면 회사에서 지원을 해주기도 합니다.”
제니엘은 직원 교육 뿐 아니라 회사의 수장인 박인주 회장 본인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경영학 석사와 노동대학원을 수료하는 등 학문적으로도 성과를 냈음은 물론이고, 2005년에는 ‘한국의 CEO대상’과 2008년에는 매경이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CEO’에 선정되는 등 최고 경영자로서 자타공인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3년에는 <흔들의자에서 일하지 말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권과 함께 한국의 노동 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아웃소싱 업체의 미래도 어떤 식으로 변화를 겪게 될 지 자못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노동 시장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공유경제시대라는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피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 브랜드의 업무 환경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은 모든 분야가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소위 눈감고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해냅니다. 안타깝게도 국내 노동시장의 개념은 아직 6~7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는 굳이 정규직에 얽매이지 않고 직장보다는 직업의 개념으로 정착되어 있다 보니 다양한 레저 활동을 하며, 풍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사회 활동이 가능합니다.”

노동 시장에도 트렌드가 있다
박 회장은 국내 대학 교육 현장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3~40년 전에 활용 가치가 있는 것을 배울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사회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것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재 AI와 IoT 관련해서 전문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예를 들면 독일 나이키 사의 경우 예전 같으면 600명이 일할 것을 자동화로 인해 8명으로 제품 생산이 가능한 상황에 도달했습니다. 변화된 노동 환경에 대처해 하루 빨리 전문가를 키워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아웃소싱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그래서 눈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 베트남과 같은 동남아나 일본도 박인주 회장이 요즘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기업을 경영함에 있어 분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야말로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도 기업 단독으로 잘 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 가치를 전파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국가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부분을 기업들이 책임 의식을 갖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맘껏 펼치며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으면 합니다.”
박인주 회장은 존경하는 기업가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제일 먼저 꼽았다. 자동차, 조선업 등 남들이 섣불리 시작하지 못한 것을 과감하게 밀어부친 벤처정신을 높이 샀다. 더불어 삼성의 창업주 고(故)이병철 회장의 경우 인재 양성에 탁월한 기업인이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기업을 하는 사람은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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