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세대 바리스타이자 대한민국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의 김용덕 대표를 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만나 그의 커피 인생을 들어보았다. Interview 윤석훈 KBS 비즈니스 이사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권상훈


 

원도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에 위치하고 있는 ‘테라로사 (TERAROSA) 1호점’은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소다. 한적한 시골마을에 위치한 이 커피공장은 무엇이 특별한지 테라로사 김용덕 대표를 만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어보았다. 테라로사 광화문점, 그 곳에 갓 내린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을 두고 윤석훈 이사와 김용덕 대표가 마주앉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석훈 이사(이하 윤석훈) 강릉 본점과 도심 속 테라로사는 매장 분위기나 인테리어에 있어서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전국 11개의 테라로사 인테리어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김용덕 대표(이하 김용덕) 전국 11개의 테라로사 매장은 어느 곳 하나 동일한 인테리어로 지어진 곳이 없습니다. 흔히들 카페 인테 리어에 ‘통일성’에 주안점을 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기존 매 장과 다르게 공간을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을 염두에 둡니 다. ‘다름’이 제가 매장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많이 고민하는 주제 인데요, 다른듯하지만 왠지 모를 동일한 감성이 느껴지는 이른바 ‘테라로사스러움’을 지닌 공간들을 만들기 위해 고심합니다. 합리 적인 가격과 기업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 그리고 그것을 찾는 사람들이 잘 어우러져서 커피 문화를 녹여낸 그런 곳으로 만들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윤석훈 여기 광화문점도 그러하지만, 특히 부산 테라로사는 지역의 명소로 손꼽히고 있던데 그 비결이 뭔가요? 비단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 겠지요?

김용덕 부산의 테라로사는 좀 더 특별한 공간이죠. 해방 이후 산업 화기 시작되던 시기에 고려제강이라는 와이어 제작 공장이 있던 자리를 카페로 탈바꿈 시킨 곳입니다. 스틸이라는 차가운 재료를 만들어 내던 곳을 커피의 따뜻한 감성으로 녹인 곳입니다. 5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 장소를 지키던 공장의 철판들을 두드리고 펴서 테이블과 커피 바를 제작했습니다. 그 공간을 채운 모든 재료가 차가운 철로 만들어졌지만, 오랜 시간을 그곳에 있던 소재라 자연스 럽게 카페에 녹아들어 새로운 느낌의 인테리어를 완성했습니다.



 

Be company가 아닌 Good company

테라로사는 포르투갈어로 ‘적갈색 토양’을 뜻하는데 브라질에서는 ‘희망이 있는 땅’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는 테라로사의 경영 철학과 닮아있다. 독학으로 커피를 공부한 그는 테라로사의 직원 들이 자신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테라로사의 창업 초기 경영난을 겪으면서도 식음 산업에서의 경험과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직원들의 해외연수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현재 전국 11개 매장의 200여 명의 직원을 모두 정직원으로 채용해 4 

대 보험 및 자녀 교육, 복리후생을 지원한다. 이는 바리스타 뿐 아니라 매장의 청소부까지 모두 동일한 혜택을 받고 있다. 파트 타이머가 대부분인 카페 산업에서 그의 이러한 과감한 결정은 모두의 우려를 샀지만, 결과적으로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 직원들이 보다 나은 삶을 구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직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 것이 회사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윤석훈 김 대표님의 커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평범한 은행원에서 돌연 명예퇴직을 하고 레스토랑 오너로, 다시 바리스타로 제 2의 인생이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김용덕 학교를 졸업하고 만 21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했었습니다. 제 나이 마흔 정도 되었을 때 문득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 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1998년 9월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1년 간 미술학원에서 하루 12시 간이 넘게 머물며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던 것이 지금 제가 매장 인테리어를 구상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뒤 시작한 사업이 바로 레스토랑 경영이었고, 어떻게 하면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커피 공부를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커피 산업이 가까운 일본에 비해 너무 낙후 되어 있어서 큰 충격을 받고 분노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커피 공부에 매진했고 2002년 지금의 테라로사 1호점을 오픈했습니다.

윤석훈 강릉에서도 번화가나 경치 좋은 바닷가가 아닌 구정면, 농촌 한가운데 1호점을 내신 것이 의아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김용덕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결정이었죠. 그때는 정말 무지해서 그런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덕분에 5년 간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게 커피에 대한 지식을 알려줄 사람도,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기에 혼자 무작정 잡지를 보며 훌쩍 떠나 커피를 맛보고, 원두를 공부하고, 시행착 오를 겪다보니 몇 년 새 빚만 25억까지 늘어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 삶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 하던 그 때 아이러니하게도 조금씩 카페가 이익을 내기 시작했습 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공간의 미학을 공감하는 이들이 찾는 곳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인테리어, 테라로사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 스토리를 가진 커피 문화의 창조 이것이 바로 ‘테라로사스러 움’의 정의다. 김 대표는 “저희 같은 경우, 매장이 모두 손님들이 필요에 의해서 찾아오게 만드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공간의 질은 손님의 질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뒤 이어 “제가 선택하고 직접 만든 공간을 찾는 이들이기에 저와 같은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시는 곳, 좋은 풍경이 만들어 지는 곳, 지역의 문화를 이끌 수 있는 그런 공간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고 이야기를 맺었다. 

윤석훈 테라로사는 카페보다는 원두 유통으로 더 명성이 자자했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그 규모가 더 커졌나요?

김용덕 현재 테라로사는 코스트코의 원두 전체 물량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수 백 군데에 원두를 납품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국 매장이 11개로 늘어나면서 테라로사 내에서 소비하는 양도 많아졌습니다. 테라로사의 원두 유통기한은 2개월입니다.밀도가 좋은 콩을 잘 로스팅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맛 볼 수 있는 기간을 그렇게 잡았는데, 사실 3개월 이상 지나도 원두의 맛은 큰변화를 느끼지 못하실 겁니다.제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품질의 제품들을 유통하 고, 판매하기 위해 직접 산지를 찾아 일년에 절반 이상을 그곳에서 농부들을 교육하고, 좋은 품질의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커피마니아 사이에서도 테라로사의 스폐셜 티에 대한 명성이 자자한데요, 그 맛의 비밀은 무엇입니까?

김용덕 커피에도 절대맛 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전세계 모든 커피 전문가가 인정하는 훌륭한 맛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커피도 와인처럼 아는 만큼 느낄 수 있는 분야입니다. 테라로사의 커피맛은 손님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맛과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 이 맛을 좋아하는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습 니다. 최상의 원두와 로스팅, 핸드 드립까지 그 어느 것하나 허투루 하지 않습니다. 이 중 하나를 놓치면 전체를 망치게 되기 때문이죠.

윤석훈 국내 커피 산업이 그 동안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줬다. 커피 업계의 CEO가 바라보는 커피 산업의 미래, 어떻게 보십니까? 

김용덕 전 세계에서 인스턴트 커피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인스턴트 커피의 원두 교체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시장의 판도가 변하면서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이 향후 5년을 정점 으로 180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현재 6만여 곳에 달하는 커피전문점들의 수가 향후 4~5 년 사이 절반 수준 정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커피에 대해 높아진 관심만큼 좋은 품질의 원두가 시장을 선도할 것입니다.




커피는 ‘내 스승’이다.

김용덕 대표는 커피를 통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커피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의 역사, 미술사, 미식사, 예술사 등을 접하게 되었고 카페 인테리어를 위해 건축사까지 섭렵했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서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들을 마주하게 되었고, 이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무한한 가능성의 발견과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희망, 그리고 나를 깨닫게 되는 시간까지... 마치 좋은 스승님과 같은 존재가 바로김 대표에게는 ‘커피’였다. 

윤석훈 테라로사,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인가요? 

김용덕 올해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현대카드’와 ‘에르메스’다”. 테라로사는 디자인적인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절박함을 가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늘 부족함을 느끼는 만큼 꾸준히 노력하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간다면 글로벌한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어 한국 커피 산업 발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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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훈 이사는 지난 30여년간 KBS PD로 수많은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통찰력을 키워왔다. 라디오센터장을 끝으로 PD 생활을 접고 지난해부터 KBS비즈니스 이사 겸 KBS 스포츠 예술과학원 학장을 맡아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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