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 선별 능력이 중요해지고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가속되는 가운데, 빅데이터 연구와
활용 분야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온 JPD빅데이터연구소 장수진 대표를 만났다. Editor 박인혁 Photographer 김인석


  

"빅데이터의 반대말은 스몰데이터가 아닌 빅쓰레기입니다."


경제, 경영, 마케팅, 정치, 스포츠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다. 하지만 한 번쯤 빅데이터에 대해 들어봤더라도 명확히 빅데이터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JPD 빅데이터연구소 장수진 대표는 빅데이터를 한 마디로 ‘Valuable Data’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빅데이터가 단순히 많은 양의 데이터를 일컫는 말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중요한 데이터, 즉 Valuable Data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필요한 데이터를 제대로 선별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쓰레기에 불과하죠.”

장수진 대표는 대한민국 인터넷 부흥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국내 최초로 한글 PDF 컨버전 프로그램을 개발해 출시했고 메일 서버당 1,000만 명에 대해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이메일 엔진 또한 개발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성과는 바로 빅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다. 장수진 대표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2005년부터 빅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2006년에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경제지표를 자체 개발하는 등 꾸준히 연구해왔다. 마침내 2014년 11월 장수진 대표가 설립한 JPD 빅데이터연구소는 국내에서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유일한 기관이었다.

“국내에 빅데이터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대부분의 기관은 데이터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처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패턴과 도구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다루지만 특정한 방법론을 만들 수는 없다는 한계를 가지죠. JPD 빅데이터연구소는 데이터를 연구하고 방법론을 개발하는 유일한 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방법론을 활용해 의사 결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JPD 빅데이터연구소는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방법론과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개발 방법론을 연구하는 빅데이터 전문 연구소로, 특히 경제, 정치,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늘의 날씨’처럼 직관적인 일일 경제지표 KOEPI 

사람들은 습관처럼 “경제가 어렵다”거나 “불황이다”라고 이야기한다. CEO라면 특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하지만 “경제가 어떻게 어렵냐”는 질문에 명확히 근거를 들어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는 증시를 예로 들어 경제 상황을 분석하고 다른 누군가는 환율이나 경제 성장률을 근거로 불황임을 주장하지만, 이는 모두 단편적인 정보만을 포함할 뿐 경제 전반을 반영한 지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장수진 대표는 2006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일 250여 개의 변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가중치를 산출해 ‘KOEPI’라는 오늘의 경제지수 플랫폼을 만들었다. 

“KOEPI는 한 마디로 ‘오늘 경제 어때?’라는 질문에 직관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처음 지표를 만들었던 2006년 1월 1일의 경제지수를 100으로 기준 잡고, 국내외 250개 경제 지표가 경제 요소에 미치는 영향력을 빅데이터로 분석해서 만든 수치죠.”  

기존의 증시나 환율이 개인 경제 활동에 대한 간접적 판단 기준이라면, KOEPI 지수는 국민 눈높이에서 필요한 경제요소를 빅데이터로 재분석한 국민경제 상황 판단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일일 경제지표 KOEPI는 현재 홈페이지(www.koepi.kr)를 통해해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2006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20년 데이터가 많이 축적될수록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장수진 대표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JPD빅데이터 연구소가 개발을 완료하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축구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축구 빅데이터는 작년에 분석 시스템을 완성하고 강원 FC에 1년 동안 분석 서비스를 제공했다. 올해는 제주 FC에 서비스를 제안했고 앞으로 중국과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금껏 축구의 기술이 아닌 전술을 데이터로 보여주는 플랫폼은 없었습니다. JPD빅데이터 연구소의 축구 빅데이터 플랫폼은 단순한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훈련프로그램까지 포함된 개념입니다. 현재 EPR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5월에는 박람회를 통해 저희 기술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90분 동안 진행되는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이로 인해 공과 각 선수 간에 무수한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JPD빅데이터연구소는 매 경기가 끝나면 24시간 이내에 경기 결과와 공격력을 분석해서 고유의 수치로 변환된 데이터를 제공한다. 또한, 경기 데이터뿐만 아니라 훈련 중 선수별 데이터를 측정해 해당 선수의 현재 상태에 대해 수치화했다. 

“빅데이터의 최종 목표는 데이터만 보고도 의사결정이 가능한 플랫폼입니다. 감독들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경기나 훈련 데이터를 보고 최근 어떤 선수의 가치가 가장 높은지에 대해 알 수 있죠. 그리고 이에 따라 포지션별로 선수를 기용하게 될 겁니다.” 

장수진 대표는 유럽의 축구 경기 1,500게임을 분석해서 새로운 수치를 개발했다. 축구의 공격 포인트에서 나오는 볼 터치인 TAP(Total Attack Point)나 그중에서 실제로 골과 연결되는 비율인 GSR(Goal Success Rate) 등은 그동안 축구 데이터에서 논의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이다. 2016년 JPD빅데이터 연구소의 축구 빅데이터 플랫폼의 도움을 받은 강원 FC는 2부리그에서 1부리그인 K리그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여론조사 시대가 가고 빅데이터 시대가 온다

2015년, 갤럽의 짐 클리프턴 회장은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얻는 데이터는 이제 큰 쓸모가 없고 신뢰하기도 어렵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번 발언은 세계 최고 여론조사 기관의 수장이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갤럽이 빅데이터 시대에 기존방식을 벗어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짐 클리프턴 회장보다 앞서 전화 여론조사의 종말을 예측한 사람이 바로 장수진 대표다. 장 대표는 지난 18대 대선에서 전화 여론조사가 아닌 획기적인 방식의 대선 결과 예측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컵 리서치 시스템’이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부스를 방문한 사람들은 커피를 한 잔 가져가는데, 이때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이 있는 컵을 가져가는 거죠. 조사에 응한 사람 중 어떤 컵을 들지 망설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허수를 제거하기 위해 컵을 들고 가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투표 여부에 대한 질문을 건넸죠. 선거날 여행이라도 가시냐는 식으로요.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들의 답변은 결과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실제로도 투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장수진 대표가 행인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컵 리서치는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 대선 결과인 51.6%와 48.0%에 가까운 51.9% 대 47.3%로 나타났던 것. 당시 어떤 여론조사기관에서도 한쪽 후보가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기에 더욱 의미있는 결과였다.  

“눈으로 보는 행위와 귀로 듣는 행위는 정확도 측면에서 2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가장 널리 이용되는 전화 여론조사는 귀로 듣고 말로 응답하게 되지만 우리가 투표할 때는 눈으로 보고 도장을 찍잖아요. 컵 리서치가 눈으로 컵을 보고 들어 가져가는 행동으로 이어지니 실제 투표와 비슷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CEO에게 필요한 빅데이터 교육

JPD빅데이터연구소는 빅데이터에 대한 연구와 활용 외에도 CEO와 임원들에 대한 창의 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장 대표는 농촌진흥청에서 박사급 인재를 대상으로 창의 인재교육과정 JPD-57을 진행했으며, CEO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1:1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 최고경영자과정인 CBA를 통해서 빅데이터에 의한 통찰력(Insight)의 중요성을 설파하기도 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지만 결국 의사 결정 플랫폼으로 발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 시스템에서 최종 의사 결정은 전부 CEO들이 하잖아요. 각 실무 담당자들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 결정할 수 있게 하려면 CEO들이 빅데이터 시스템을 명확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빅데이터에 의한 통찰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오랜 시간 기업들은 CEO의 개인적인 감각에 의존해 의사 결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면서 시장은 점점 불규칙적으로 변화하고, 이에 따라 기업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의사결정이 중요해졌다. 장수진 대표는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기업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어떤 상황에도 빅데이터에 근거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플랫폼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 CEO들의 인식이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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