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즈니스 윤석훈 이사가 PMC프로덕션 송승환 예술 총감독을 만나 그의 문화와 산업에 대한 속내를 물었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송승환 감독의 지난 51년간의 행보는 어떠했을까?   Interview 윤석훈 KBS 비즈니스 이사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김재형

 

1964년 아역성우로 연예계에 데뷔한 송승환, 올해로 어느덧 51년째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아역성우에서 연기자, MC, 라디오 DJ, 뮤지컬 배우, 교수, 공연 기획자, 프로듀서 등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 그의 이름앞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이라는 타이틀까지 추가되었다. 이번 송승환 총감독과의 인터뷰는 동년배로서 같은 시대의 문화적 감성을 겪었던 KBS 비지니스 윤석훈 이사와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대한민국 문화계 멀티태스커
많은 이들이 송승환 예술 총감독은 연예인 느낌이 나지 않는 수더분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기자가 만난 날에도 청바지에 스니커즈, 편안하고 꾸밈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문화에 대한 열정과 꿈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고 강렬했으며 확고했다.
대중문화계 전 분야를 두루 거친 엔터테이너 그리고 PMC 프로덕션 초대 CEO까지 어느 한 분야에서도 뒤쳐짐이나 모자람 없는 완벽한 멀티플레이어의 역할을 해냈다. 문화 전반에 걸쳐 이뤄낸 성과들은 그가 대한민국 문화계의 진정한 멀티태스커임을 보여줬다.


윤석훈 이사(이하 윤석훈) 얼마 전 ‘평창 테스트 이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써 요즈음 평창을 오가는 일이 많아졌을 것 같습니다.
송승환 총감독(이하 송승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은 감독단과 제작단의 협업으로 완성됩니다. 11월 중순 이후에 그 동안 감독단에서 작업했던 것과 제작단에서 준비했던 것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만들어 낼 예정입니다. 이번 행사의 경우 기획력 뿐 아니라 해발 700 고지에서 진행되다 보니 날씨 또한 큰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다음 주에 감독단과 제작단이 함께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고, 변수인 날씨 체크를 위해서라도 이번 겨울에는 평창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윤석훈 송승환씨 이력을 보면 TV 탤런트, MC, 라디오 DJ, 연극, 뮤지컬 배우, 교수, 공연기획자, 프로듀서, PMC 프로덕션 CEO까지,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데, 본인의 의도와 행보는 일치하는지요?
송승환 제가 데뷔한 지 올해로 51년째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활동 기간도 길다 보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어떤 시기에는 연기자로 또 어떤 시기에는 MC로, 연극배우도 다양하게 활동했지만 크게 겹치지 않게 잘 조율해서 활동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들이 잘 아시겠지만 늘 주제와 이슈가 달라 하는 일마다 어려움보다는 재미를 훨씬 많이 느끼면서 지금까지 활동해 왔습니다. 어느 한 분야 즐겁지 않은 일이 없었습니다. 

윤석훈 보통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잘 나가는 배우로, 한때는 청춘스타로 인기나 돈도 부족하지 않으셨을텐데. 욕심이 많으신 건지 아니면 끼가 넘치는 건지 궁금합니다.
송승환 제가 젊은 시절, 한창 바쁘고 소위 스타 소리 듣던 20대 때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죠. 부모님이 사업하시다 실패하고 빚을 많이 져서, 초등학생 시절부터 소년 가장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자연스럽게 일을 많이 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그 일이 싫지 않았으니 저에게는 행운인거죠. 빚을 갚기 위해 노력했던 20대, 공연 제작에 대한 투자를 위해서 30대까지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제겐 빚이 바로 원동력이었던 거죠. ‘난타’의 성공 이후 빚을 다 갚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목표가 사라져서 허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윤석훈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들이 하던 ‘젊음의 행진’ MC,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까지 인기가도를 달리던 중, 85년 돌연 미국으로 떠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송승환 몇 가지 이유가 있었죠. 1983년 처음으로 촬영 차 해외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KBS 미니시리즈 <불타는 바다>와 영화 <낮과 밤> 촬영을 위해 중동과 동남아 그리고 유럽까지 제법 긴 촬영을 했습니다. 이어서 평소 정말 가고 싶었던 미국 뉴욕을 혼자 한 달간 여행을 했는데,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에 유럽과 미국을 보고 난 이후에는 그 강렬한 경험 때문에 가슴이 뛰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뉴욕에서는 몇 년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간절했습니다. 때마침, 집안의 빚을 청산한 후라 경제적인 부분에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기회가 필요했습니다. 당시에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운전에 촬영에 계속되는 방송 스케줄에 정말 많이 지쳐있었죠.
20대가 돈을 버는 것보다는 무언가를 많이 보고 경험해야 인생의 자양분이 쌓인다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윤석훈 4년간의 미국 생활은 어떠셨는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다수의 뮤지컬을 경험한 것이 결국 <난타> 탄생의 자양분이 되었나요?
송승환 당시 미국으로 함께 건너 간 아내와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주중에는 대학교 청강생으로 주말에는 프리마켓에서 장사하고 여유가 생기면 보고 싶은 영화나 연극을 보러 다녔습니다. 정말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제 인생에 다시 없을 시간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고, 이런 생각들이 결국 지금의 <난타>를 기획하게 된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뉴욕 시절이 없었더라면 <난타>의 탄생도 어려웠을겁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작품 <난타>
2016년 대한민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K-드라마, K-팝 등 K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이 시작점이 바로 대한민국 제1호 한류 콘텐츠 <난타>이다. 1997년 송승환 총감독은 넌버벌 퍼포먼스 뮤지컬 <난타>를 기획해 국내에서 초연하고, 1999년에 해외공연을 시작했다. 2001년에 산업자원부는 <난타>를 차세대 일류 상품으로 선정했다. 2014년 <난타>는 누적 관객 수 천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언어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넌버벌(nonverbal) 즉, 말을 사용하지 않는 퍼포먼스 공연으로 기획되었고, 이는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나고 흥겨운 리드미컬한 퍼포먼스로 세계를 ‘난타’하는데 성공했다. 현재는 국내 난타전용관 외에 중국과 태국에도 전용관이 건립되어, 매일 난타가 공연되고 있다.

윤석훈 우리나라 문화시장의 한계, 개인으로서는 극복하기 힘든 여건(제한된 공연 인프라) 때문에 좌절하기 쉬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시키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송승환 뉴욕에서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범접하기 힘든 규모와 높은 완성도를 가진 작품들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것과 이와 정반대의 낮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시장성과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콘텐츠도 존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난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믿었고, 자신이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면서 그 문화 매커니즘을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무모한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윤석훈 뮤지컬 협회장도 역임하시고, PMC 프로덕션에서도 제작을 많이 하시던데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이십니다.
송승환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젊음의 행진’ MC나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를 함께 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춤과 노래를 가까이 접할 기회가 많았고,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것이 바로 뮤지컬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뉴욕에 있는 동안 정말 수많은 뮤지컬을 감상했던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창작 뮤지컬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년에 <난쟁이들>이라는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는데,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에 라이선스 수출에도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윤석훈 우리나라 문화산업이 지난 20여 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이 있었지만 뮤지컬이 부침이 제일 심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송승환 음악이나 영화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보니 그 시장이 크고 방대합니다. 이에 반해 공연은 제한된 시간에 특정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다 보니 시장이 커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뉴욕에서만 유독 뮤지컬이 흥행하는 이유는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이 그 시장을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도 뮤지컬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에 우리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언어의 한계가 있다 보니 전 세계인이 즐기기엔 쉽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나 음악처럼 뮤지컬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이 존재합니다.

윤석훈 한류 1세대로서 한류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송승환 우리 세대에는 문화콘텐츠를 산업이라고는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국내 시장의 한계 때문에 살기 위한 돌파구로 찾은 것이 바로 해외 진출이었죠. 드라마, 음악 모두 역시 국내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이다 보니 해외 판로를 찾아 개척해 나갔고,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노력이 한류가 되었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문화 산업이 발전을 하게 되면서 이제는 그러한 도전 의식이 좀 줄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가진  잠재력이나 기술력이면 이를 더 글로벌하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전 세계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문화 콘텐츠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한류도 지속이 될 것입니다.

 

문화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교육 여건 마련이 절실
송 감독은 인터뷰 내내 현재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의 부재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이와 관련된 교육 여건 마련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적인 것들을 즐기고 갈구하던 시절의 감성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교육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의 가치를 스스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교육 여건의 부재를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윤석훈 평창 동계올림픽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개·폐회식은 올림픽의 얼굴인데 콘셉트는 정해졌는지, 총감독으로서 세계인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송승환 1차 구성안이 마련되어 지난 10월 IOC에 1차 보고를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습니다. 1년 4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죠. 부분적인 수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IOC 보고가 내년 2월인데, 그때는 최종 시나리오를 보고하게끔 되어 있어서 그때까지 완벽한 시나리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중점을 두고 싶은 것은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를 어떻게 외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에 포커스를 잡고 있습니다. 글로벌한 감각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찾고 있습니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글로벌한 보편성’이라는 그릇에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사물놀이에 넌버벌을 접목해 <난타>를 만들었던 획기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발상으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멋진 퍼포먼스를 탄생시켜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송승환 잘 아시다시피 지금 정국이 시끄럽다보니 아무래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관련된 정치적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멋진 쇼를 만들어 내자며 기획단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평창의 날씨가 그 날의 관건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플랜 A와 플랜 B를 모두 빈틈없이 만들어 대비하고 있습니다.

윤석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에는 또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십니까?
송승환 저는 특별한 꿈보다는 그냥 이렇게 공연 만들고, 배우(俳優)라는 직업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오는 2018년에는 CJ와 함께 <응답하라 1994>를 뮤지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산을 넘고 나서 새로운 뮤지컬 제작에 열정을 태울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