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편집숍들이 봇물처럼 밀려오고 있다. 한 곳에서 한 브랜드만 판매하는 것보다 같은 종류의 제품군을 판매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시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 노른자위 땅에서부터 제주도 작은 마을에서도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천연 화장품 편집숍 ‘일 나뚜랄레’의 장원규 대표를 만나 올해 20주년을 맞는 ㈜아람코퍼레이션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Editor 이상민   Photographer 안욱환


 

한국 외국어대 영어교육과 재학 시절, 학교 앞에는 몇 개 안되던 화장품 브랜드인 라미화장품의 라피네 대리점이 있었다. 어릴 적 둥그런 상자를 이고 다니면서 분과 동백기름, 동동구리무, 참빗 등을 파는 박물장수를 하셨던 할머니를 따라 다니며 여러 번 구경했던 기억으로 일단 화장품 대리점으로 들어갔다. 그날 이후로 한손에는 책가방, 한손에는 푸른색 화장품 가방을 들고 교정을 누비며 선배들과 교직원들에게 스킨과 로션, 샴푸와 린스 등을 팔며 용돈을 벌었다. 이는 훗날 이탈리아 명품 및 초콜릿 수입 차 현지에 출장을 갔을 때 호텔직원의 추천으로 ‘엘보라리오’를 소개받고 수입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원동력이 된다.

내 사업의 9할은 신뢰에서  비롯된다

스무살부터 장돌뱅이 기질로 똘똘 뭉쳐져 ‘비즈니스맨이 되겠다’라는 결심을 했던 장원규 대표는 졸업 후 ROTC 중위로 특전사 전역을 하고, 수출업무를 배우기 위해 년 섬유수출기업인 ‘갑을방적’에 입사하였다. 섬유업계에서의 그의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으로 삼성물산에서 스카우트 되어 이년 여 동안 삼성물산 두바이지사에서 근무를 포함하여 4년간의 실무능력을 더 쌓은 후 드디어 94년 ㈜아람코퍼레이션을 창립했다.

“그 때 연을 맺었던 첫 번째 바이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중동 원단수출 발주를 맡았을 때였어요. 리비아 조달청으로부터 섬유 원단 90만불 어치를 오더받아서 1억7천만 원을 벌게 되었고, 이 돈이 아람코퍼레이션의 사업종자돈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 같은 바이어에게 250만 불짜리 프로젝트 오더를 받았고 이에 대한 20%에 해당하는 50만 불을 선수금으로 받았으나 카다피의 실무자 3명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리비아 수출 커미티의 만장일치 원칙에 따라 취소되었습니다. 선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었지만, ‘이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리비아에 돌려보냈지요. 그 당시 50만 불이면 강북의 서민아파트 10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6개월 후에 이 바이어는 그 만큼의 수익이 남는 신규 오더를 줌으로써 이에 보답을 했습니다.”  

훗날 레바논에서 열린 딸 결혼식에도 초대받아 가는 등 좋은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이 팔레스타인 국적의 사업가는 장 대표에게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신뢰’라는 것을 알려준 산 증인이다.


OK장의 오뚝이 근성

‘밤이 영글은 모양’에서 ‘결실이 있다’,’성숙하다’,‘모든 이에게 유익하다’라는 세가지 뜻으로 대학시절 스터디 사회과학 서클 ‘아람 83’에서 따온 아람코퍼레이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직원 3명의 작은 회사로 시작한 아람코퍼레이션이 현재의 위치로 도약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영국의 원단, 봉제 바이어에게 영국의 백화점에서 판매할 옷의 오더받았을 때였지요. 봉제 생산경험이 없던 저는 전국을 뒤져 부산에 있던 남영산업을 컨택했고 바이어에게 주문받은 후 2주만에 비행기로 납품하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실현해냈습니다. 바이어에게 비행기로 선적하기 2일전에 샘플을 보내면 본품을 받기 전에 바이어는 이미 물건을 다 팔고 재주문을 하는 형태의 매우 짧은 시간내에 물건을 공급했어요.” 

한국의 우수한 원단과 한국인의 꼼꼼한 봉제실력을 검증한 제품으로 한 시즌의 베스트상품을 3번,4번 시즌이 가기 전에 재주문을 받아 납품을 한 것이다. 공급가 미화 6~8불짜리 옷은 영국의 백화점에서 60~90파운드(약 18만원)에 판매되며 해당 바이어에게 매우 큰 이익을 남겨주는 동시에 그도 막대한 돈을 벌게 되었다. 그 해에 재산 총액을 합산해 보니 전국 사업가 재산순위 만 명 안에 들었단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해외명품 수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우리나라에 명품바람이 불던 2000년대 초반 페라가모와 펜디 등 이탈리아 명품을 수입하기 위해서 이탈리아에 방문했을 때, ‘뱅키’라는 이탈리아 초콜릿을 경험했고 그때만해도 한국에 잘 없던 다크초콜릿의 유행을 몰고 올 것이라 예감했다. 뱅키社에서는 당시 젤라토 사업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함께 수입하면 환상적일 것이라 생각한 장 대표는 2005년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1호점을 오픈했다. 부유층 상권에 입점하면 충분히 경쟁력있다고 생각한 장 대표는 수입을 강행했지만, 유제품의 특성 상 유통기한이 짧고 운반이 용이하지 않은 등  F&B분야의 경험부족과 불어닥친 국제금융위기로 대리점 6개에서 사업을 접고 타사에 양도해야 했다. 

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그는 오뚝이 정신을 발휘했다. “이탈리아 출장 중 갑자기 건조해진 날씨에 얼굴이 당겨 호텔 직원에게서 ‘엘 보라리오’라는 제품을 추천받은 적이 있었어요. 이 제품을 한 번 바르자 놀랍게도 피부가 촉촉해졌고, 이 이탈리아 천연 화장품에 대해 당장 알아보고서는 무작정 엘 보라리오 실무 임원과의 만남을 강행했지요.” 

이미 30여개의 한국 기업의 러브 콜을 많이 받았지만 한사코 사양했던 이탈리아 본사의 임원은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지 않는 다는 조건으로 이탈리아의 근사한 만찬을 그에게 대접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미 30페이지에 달하는 엘보라리오 사업계획서를 준비했었고, 꼼꼼한 그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그 임원은 처음보는 한국인 OK 장(One Kyu Jang)에게 흔쾌히 승낙했다. 

마치 거짓말 같은 계약성사 이후 장 대표는 곧바로 천연화장품 수입에 착수했다. 단일 브랜드보다는 유럽의 천연화장품 계열을 같이 소개할 수 있는 편집숍 형태의 로드숍이 더  유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함께 판매할 때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엘 보라리오의 자회사 브랜드인 천연에센셜 오일 ‘엘마비아’와 이탈리아의 전통있는 향초회사인 ‘루멘’의 천연원료로 만든 향초와 리드스틱 디퓨저 등을 추가로 계약 성사시켜 이탈리아 천연화장품 편집숍인 ‘일 나뚜랄레’의 로드숍을 오픈했다. “당시 엘보라리오 단일 브랜드로 백화점의 러브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홍보를 위해 높은 로열티를 지불하기 보다는 유통과정을 줄여 합리적인 가격대의 이탈리아 천연화장품이라는 이미지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일 나뚜랄레 100호점 돌파 목표

2014년에는 프랑스의 천연디퓨저 브랜드의 계약 성사를 앞두고 있는 등 아직 우리나라에 들여오지 않은 유럽의 천연화장품 라인들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천연화장품 사업은 시설투자비가 적게 들고, 일인 창업이 가능할 정도로 인건비가 많이 들지 않아요. 향이 좋고 품질이 훌륭한 천연화장품이라면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합한 분야라고 판단했고, 그것이 적중한 것이지요.”

현재 4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일 나뚜랄레는 2014년 2월 논현동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고 가맹점 100개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리한 가맹점 확장은 하지 않느니만 못합니다. 한 달에 한번 본사나 직영점으로 가맹점주들을 모아 집체교육을 실시하며 점주들과 함께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등 가맹점 확장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20명의 일 나뚜랄레 서포터즈를 모집하여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VIP를 초대하여 뷰티클리닉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장 대표는 오는 7월 아람코퍼레이션 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아 바쁜 시간 틈틈이 지난 20여 년 사업의 경험을 토대로 한 자서전도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역경을 이겨오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고속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만큼 앞으로 50년 100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기업을 만들 거예요. ‘아람’의 이름으로 지난 수십년간 해오고 있는 보육원 기부활동도 더욱 열심히 하고 싶고요.” 

현재 주로 내수사업에 몰두하고 있는 장 대표는 원래 특기인 수출쪽으로 다시 눈을 돌릴 생각이다. “내 안에는 장돌뱅이의 피가 흐르고 있나 봅니다. 잠시라도 사업 계획을 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현재의 내수 사업에 대한 기반과 경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필라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처럼 세계적인 수출기업으로 국가 이익에도 기여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