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즈니 만화 영화 <겨울왕국>을 보면서 떠오른 한 사람이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남성보다 여성 주인공 둘에 의해 전개되고, 주인공을 구출하는 것 또한 기존의 왕자가 공주를 구출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공주가 공주를 구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면서 디즈니-ABC TV 그룹을 이끌고 있는 여성 리더 앤 스위니(Anne Sweeney) 대표가 생각났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꼽히는 앤 스위니는 하버드 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는 ‘교육’과 ‘호기심’, ‘창의’, ‘새로운 기술’ 등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앤 스위니가 모교인 하버드 교육 대학원에서 한 초청강연, 청중들과 가진 질의와 응답을 토대로 그녀의 경영 철학과 교육 철학, 그리고 앞으로 TV 산업에 대한 전망(insight)까지 2회에 걸쳐 연재한다.


 

디즈니-ABC TV 그룹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당신은 성공한 여성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동의하시는지요?

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이 다음은 뭘까?’가 궁금하고, 그런 점에서 새로운 기술에도 관심이 많고, 또 남들의 이야기도 궁금하거든요. 그런 호기심에 입각해 이제까지 저의 모든 결정이 이뤄졌어요. 남들이 신기해하는 경력(career path)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고요. 직업이나 회사를 선택하고 일을 바꿀 때도 ‘호기심’에 따랐어요.

디지털 원어민 세대의 소비패턴을 따라 잡는 TV

TV의 미래에 대해서, 또 그걸 가능하게 해줄 기술에 대해서 자주 강연을 하시는데요. 

맞아요, 특히 제 아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죠, 그 아이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기도 하고요.저는 1980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디지털 원어민 세대’라고 부르는데요, 그들의 소비 패턴에 맞게 변화하는 게 디지털시대 미디어가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아이들을 보면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로 인해 삶을 더 풍요롭고 이롭게 할 수 있는지 터득하죠. 그리고 그렇게 터득한 것들을 제 일에 적용하는 거예요.

요즘 TV 산업은 여러가지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데요, 그런 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글쎄요, 우선 저는 이 일이 좋아요. 디즈니라는 회사를 위해 매일매일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요. Fox나 Viacom에 있을 때도 그랬어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얼마만큼 몰두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해요. 물론 정치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외부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죠. 그렇지만 결국은 기본이에요. 회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죠.

디즈니로 옮겨왔을 때는 어떤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엄청 큰 과제가 있었죠. 전임자가 디즈니 채널을 유료 서비스에서 기본 채널로 바꾸려고 하다가 떠났거든요. 아직 초기단계였는데 저는 케이블 TV 업계에서 이런 시도를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디즈니 채널의 시청층을 넓혀서 Walt Disney Company에도 더 좋을 거라고 판단했죠. 또 한 가지는 그렇게 채널 시청자들을 더 많이 섭렵하게 되면, 아이, 가족 등 전 시간대 시청자들을 고려해 Disney Channel을 다시 짜는 거였어요. 즉, 프로그램 콘텐트나 편성 등 이제까지 주 시청층이 아니라서 배려하지 못했던 시청자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는 거죠. 결국 그런 틈새 시청자를 공략한 게 주효했고요.

뿐만 아니라  Disney Television을 iTunes 같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기는 데도 큰 역할을 하셨잖아요, 당연히 위험부담이 있었겠죠?

그게 기회로 보였어요. 사실 그 전에도 항상 “우리 방송을 다른 데서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루는 제 상사가 “스티브 잡스가 보자고 한다”며 저를 불렀어요. 잡스가 새로운 기기를 가져왔대요. 그래서 ‘와 멋진데’라고 생각했죠. 스티브 잡스를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그가 가져온 건 비디오 iPod였는데 비디오물을 고를 수 있는  iTunes store의 베타 버전도 같이 봤어요. 제품이 너무 훌륭해서 정말 잘 될 거라는 느낌이 왔고, 돌이켜보면 그 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죠. 그 새로운 발명품들로 인해 엄청난 변화가 왔으니까요. 그 iTunes 계약 이후에 우리는 ABC.com으로 온라인 방송을 하는 첫 번째 TV network가 되었고, 그 다음에 Hulu 등등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났어요.


시청자들의 현주소가 성공의 답

그렇게 미디어 업계에서 앞서가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시나요? 미디어 산업은 가장 빨리 변해서 때로는 따라가기 벅찰 것도 같은데…

두 가지인데요. 소위 혁신가라고 하는 사람들을 잘 살피고, 자주 만나요. 차세대 위대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을요. 그리고 우리 팀 사람들한테 전파하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격려하는 거에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시청자들의 현주소에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거에요. 

그것은 단순히 그들이 현재 어떤 기술을 사용하는가 뿐만이 아니라 어떤 쇼를 주로 시청하는가와 더 나아가서는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삶을 살고 있는지, 일상에서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우리 쇼를 어떻게 보고 활용하는지,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내용은 어떻고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놓는지, 그래서 소비자들의 상태와 상황에 항상 귀를 기울이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시청자들을 살펴봤을 때 어떤 프로그램이 성공할지도 보이세요?

앞서 예단하거나 섣부르게 추측하지 않아요. 먼저 소비자들의 얘기를 듣죠. 하지만 프로그램 기획 단계가 있어요. Disney Channel도 그렇고, ABC나 ABC Family, SoapNet 등 모든 네트워크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단계가 분명히 존재하죠. 그럴 때 우리는 관심 가는 사람들을 만난다거나,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하기도 해요.


 

그 많은 채널들 가운데 별볼일 없던 네트워크를 인수해 성공 사례로 만든 경우도 있으시죠, 그 과정을 통해 무얼 배우셨고, 또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나요?

우선은 그 사업이 왜 잘 돌아가고 있지 않은지를 알아야 돼요. 실적 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도요. 타깃 시청층과의 괴리는 없는지, 또 시청자 중에 소외되는 사람들은 없는지 그런 걸 포커스 그룹 조사 등을 통해 밝혀내고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삼았어요. ABC Family의 경우 다양한 기술을 실생활에서 이용하면서 자란 세대가 있었는데-우리가 millennials라고 부르는- 그 시청층의 요구나 기호에 부합하는 콘텐트를 제공하지 못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그 세대 아이들에게 TV 시청방식과 주로 읽는 책, 주로 보는 방송, 영화, 사는 방식, 하루 일과 등을 물었어요. 그리고 나서 알았죠. 그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정말 잘 모르던 소비자였고, 동시에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겠구나. 탄탄한 이야기 거리만 갖춘다면. 그리고 나서는 실력있는 팀을 꾸려서 배치했어요. 당시 ABC Family 수장이 훌륭한 인재들을 여기저기서 불러 모으고 새로 채용해 이 목표 시청층을 집중 공략했죠. 그런 노력과 스토리텔링에서 뛰어날 수 있도록 신경 쓴 것, 그리고 그러한 신세대가 사용하는 기술적인 측면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온라인상의 활동 등까지도 면밀히 살핀 것이 성공으로 갈 수 있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이라는 점은 당신의 성공에 어떻게 작용했나요?

‘성공한 여성 리더’라는 말처럼 여성이라는 건 제게서 떼려야 뗄 수가 없죠. 하지만 저는 제 할 일에 대해서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요. 일이 너무 신나고 그래서 제가 어떻게 불리고, 어떤 평가를 받는지는 별로 개의치 않아요. 이 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는 걸요.


방송계에서도 유리 천장 같은 게 존재하나요?

그건 여성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또 어떻게 기대하느냐에 달렸어요. 저는 한 번도 유리 천장을 느껴보거나 경험해본 적이 없어요. 제 앞에 어떤 장애물을 설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제가 하는 일은 재미있는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그런 만큼 그 일에 몰두하죠. 어떤 장애를 상상하거나 생각하는 시간에 그냥 일을 해요. 불가능성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거죠.

최고의 인재들이 만들어낸 ABC.com 앱

직원들을 다루는 경영 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는 최고로 똑똑한 인재들을 고용하는 걸 최우선시하고, 그리고 나서는 그들 스스로 할 일을 하도록 격려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회사 전체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두가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서죠. 그리고 매년 그 목표와 가능성에 대해 전 직원들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집니다. 저 혼자서 모든 걸 다 잘 할 수는 결코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제 주변에 정말 똘똘한, 반짝반짝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전문가들이요. 그리고 저는 지금 그런 팀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의욕이 넘치는 사람들이죠.


‘똑똑하다’는 것도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인재를 채용할 때 또 어떤 면면을 보시나요?

저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습니다. 스티브잡스가 iPad를 처음 공개했을 때, 그 발표 현장에 있었는데, 적어도 네 번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신의 손 안에 인터넷을 쥐고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말이 뇌리에 박혀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 다음 날 스태프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에 들어가자마자 모두가 물었죠. 스티브잡스의 발표가 어땠냐고요. 무엇을 느꼈느냐고요. 저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어제 제가 본 것으로부터 당신들이 이제부터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당신이 만약 손 안에 인터넷을 갖게 된다면 그걸 가지고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는 회의를 마쳤어요. 며칠 뒤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졌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ABC.com 앱이었습니다. iPad로 ABC show를 보기에 최적화된 도구였죠. (다음 호에 계속)

 

앤 스위니 하버드대 강연 영상

<TV Tech: The Role of Technology in the Evolution of Creativity and the Viewer Experience>

http://www.youtube.com/watch?v=YzvGKKBWq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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