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4당 5락’이라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로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잠을 줄이는 것을 성공의 열쇠로 생각한다. 웰빙은 적극 장려하지만 오히려 건강과 직결된 잠에는 인색한 현실. 그러나 최근 수면의학이 뇌과학과 접목되며 잠의 기능이 재조명되고 있다. 

Editor 박우현   Photographer 안욱환


 

“잠은 우리 뇌를 일상의 잡무로부터 해방시켜 보다 고차원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창조의 시간’입니다.” 서울대코슬립수면의원의 신홍범 원장은 수면이 단순히 쉬는 시간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잠을 자는 동안 일상에서 얻은 정보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지식과 새 지식의 융합이 일어나며 창조적 발상이 생겨나게 된다.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현대인에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이다.

CEO 건강의 적, 불면증

우리는 흔히 수면부족을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과도할 경우 우리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교통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만성적 졸음. 또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부족한 수면이 뇌세포의 파괴를 촉진시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원장은 피로감을 느낄 때 간이 아니라 잠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홍범 원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수면전문의로 유명하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수면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 2006년 미국수면의학회에서 인정하는 국제수면전문의(Certified International Sleep Specialist)자격을 취득, 2007년 12월 수면전문클리닉을 개원하여 운영하고 있다. 신 원장은 현재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로 활동하며 수면의학의 기본검사인 수면다원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및 수면의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 원장은 현대인에 가장 흔한 수면장애로 불면증을 꼽았다. “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습관 때문에 많은 현대인들이 불면증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밤에 잠들기 힘들고 얕은 잠을 자며 쉽게 깨게 되죠.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 힘듭니다.” 이 같은 불면증은 낮 동안 졸음, 피로, 집중력 저하 등을 유발하여 일상생활을 힘들게 한다.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리고, 여러 변수를 감안하면서 경영을 해야 하는 CEO들 중에도 이러한 불면증 환자가 많다. 물론 젊고 건강할 때는 이 같은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피로가 누적되면 불면증과 그로 인한 낮 동안 피로, 집중력 저하가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신 원장은 불면증을 예방하기위해 가능한 일정한 수면리듬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잠드는 시간을 조정하기 힘든 경우에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수면리듬을 유지시켜주면 쉽게 불면증이 생기지 않게 되죠.”

낮 동안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야간에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안정적인 수면상태를 유지하게 해준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는 건강한 수면을 위해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수면제와 그 성분이 유사하기 때문에 장기간 다량의 음주는 수면제 중독 상태에 있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들기 힘들어지게 된다. 특히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습관이다. 신 원장은 “술보다는 차라리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건강에 적신호

신홍범 원장이 운영하는 서울대코슬립수면의원은 수면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료기관이다. 대표적인 수면질환인 불면증,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몽유병, 렘수면행동장애, 소아수면장애, 교대근무와 관련된 수면장애, 시차여행과 관련된 수면장애 등 수면의학에서 다루는 모든 수면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한다. 신 원장은 불면증, 코골이, 졸음 등이 심할 경우에는 수면질환을 의심하고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40~50대 이후에는 코골이와 함께, 혹은 코골이와 무관하게 자다가 숨이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나이가 들면서 체중이 늘고, 기도 주위의 부드러운 조직의 탄성이 없어져 숨을 들이쉴 때 기도가 막히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이 혈압의 상승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혈압 상승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을 유발하고 돌연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심장병, 뇌혈관질환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건강검진은 매년 받으시는 분들 중에도, 정작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수면질환에 대한 검진은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 원장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면의학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신 원장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있어 비수술적 치료방법을 추천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기도의 여러 부분이 좁아지면서 생기게 되는데, 연구개를 조금 절제하는 수술로 완치할 수 있는 경우는 채 20%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염과 비중격만곡증과 같은 코의 문제, 부드러운 입천장(연구개)이 늘어지고 편도가 커진 경우, 혀가 두껍고 잘 때 뒤로 처지면서 기도를 막는 경우, 비만으로 기도 주위 조직이 좁아진 경우, 노화로 인하여 기도를 유지하는 조직에 힘이 없는 경우 등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야기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이미 코골이, 수면 무호흡증을 수술로 완치 할 수 없다는 것이 수십 년의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수면의학 선진국에서는 이 같은 증상에 대해 수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신 원장은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표준적인 치료 방법으로 ‘양압술치료’를 추천했다. 양압술은 환자가 수면을 취하는 상태에서 코를 통해서 양압의 공기를 주입, 이를 통해 기도 협착을 방지하게 되는 기계적 치료법이다. 기도가 좁아져서 증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기 부목을 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수술적 치료법과 비교해 치료효과가 높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불규칙한 일상과 스트레스로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정부의 지원은 여전히 미진한 형편이다. 신 원장은 “수면장애는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환자 스스로가 수면장애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이 아닌 완치가 가능하다는 질병이라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