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오페라 공연들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오는 6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수지오페라단의  <카르멘>이 주목을 끌고 있다. 오페라 본고장인 이탈리아 유수 극장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하여 국내 오페라 산업을 활성시키고, 국내외 글로벌 리딩 기업과의 탄탄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문화메세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수지 오페라단. 이탈리아 현지 오디션에서부터 완벽한 공연무대까지 직접 총괄지휘하고 있는 수지 오페라단의 박수지 단장을 만나보았다.  

 

Editor 이상민   Cooperation 수지 오페라단(02-542-0350)

 


 

치명적인 매력의 집시여인 카르멘은 자신에게 무관심한 하사관 돈호세를 유혹한다. 그녀의 매력에 넘어간 돈호세는 동료와 다투다 체포된 카르멘을 구해주고 감옥에 갇힌다. 군 복귀 명령조차 어기고 카르멘과 함께하기 위해 탈영병이 된 돈호세는 상관을 폭행했다는 죄목으로 갇히게 된다. 시간이 흘러 유랑생활에 지쳐가던 중 약혼녀 미카엘라가 찾아와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카르멘을 잊지 못해 다시 찾은 돈호세는 그녀가 유명한 투우사 에스카미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애원하는 그에게 카르멘은 이별을 통보하고, 이에 극도로 흥분한 돈호세는 칼로 그녀를 찔러버리고 슬픔에 절규한다.

 

이탈리아 현지 캐스팅

지난 2월, 수지 오페라단은 최적의 카르멘 캐스팅을 위해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 소재 유명 클래식 매니지먼트와 손잡고 글로벌 오디션을 진행했다. 밀라노 소재의 알리오페라(Aliopera), 로마에 자리잡은 피비뮤직(PBMusic)과 오베르뚜레(Overture) 소속 음악가 목록에는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유명 성악가와 지휘자 등 총 110여명의 사진과 이력 등이 상세히 소개되어있다. 까다로운 1차 서류 검토를 통해 선발된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연습실에서 2차 현장 오디션이 진행되었다. 수많은 가수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디션이 진행된 결과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카르멘 스페셜리스트들로만 구성된 화려한 조연캐스팅이 이루질 수 있었다. 지난 2008년 작고한 이탈리아의 전설적 테너 피에르 미란다 페라로(Pier Miranda Ferraro)의 딸로 현재 알리오페라(Aliopera)의 대표를 맡고 있는 베아트리체 페라로(Beatrice Ferraro)는 “현재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을지라도 아직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성악가들이 많다. 본 오디션을 통해 유럽의 실력있는 성악가를 한국 무대에 직접 소개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 오페라는 이미 이탈리아의 국경을 넘어 전 세계가 향유하는 문화가 된지 오래다. 수지 오페라단 무대를 통해 한국과 유럽의 무대가 좀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한다”라며 오디션에 대한 소감을 밝힌 바 있다. 

2009년 창립 이후, 최고 수준의 오페라만을 제작해 오며 몇 년 사이 오페라 계에서 주목받는 단체로 부상한 수지 오페라단. 박수지 단장이 진두진휘하고 있는 수지 오페라단은 이탈리아 현지 캐스팅을 비롯해 세계 최고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감탄을 자아내는 화려한 무대로 오페라 마니아들은 물론 VVIP를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에서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인이 오페라단을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다. 오페라 기획에서부터 가수 캐스팅 및 섭외, 기업과 파트너쉽을 맺기 위한 실무자 미팅까지 모두가 그녀의 몫이었다. 

“요즘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문화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후원사들의 VVIP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은 두 배로 커지지요.” 수지오페라단이 모든 주역 뿐 아니라 조역들의 캐스팅까지도 이탈리아 현지 오디션 감행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다.

 


 

수지 오페라단의 시작

문화 예술전반에 대한 빼어난 감각과 문화 예술의 대중화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박수지 단장은 숙명여자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밀라노로 떠났다. 건축과 패션 등 예술 전반에 관심이 깊었던 박 단장이었지만 이탈리아 비발디 국립 음악원에 지원해 바로 합격하는 바람에 음악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이탈리아 유학시 Fiaviano Labo 국제 콩쿨과 Tortona 국립 콩쿨에서 입상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고,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유라시안 필 오케스트라, 뉴 서울 오케스트라 등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국립국악원 주최 광복 50주년 기념음악회, 미주지역과 유럽 국내 수백 여 회의 음악회에 출연 하는 등 성악가로 승승장구했다.

오페라 <카르멘>, <삼손과 데릴라>, <무당>,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코지 판 뚜떼>, <리골렛또>, <수녀 안젤리카>, <비단사다리>, <루치아> 등 오페라 주역가수로 성공적인 행보를 밟아왔다. 이 후, 모교와 상명대학교에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을 쏟다 오래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그녀의 이름을 딴 ‘수지 오페라단’을 창립하고 현재 단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성악가 출신이라서 그런지 한 부분도 소홀할 수가 없어요. 직접 무대 셋트와 의상, 조명 상태를 완벽하게 체크하게 되지요”라고 말하는 박 단장. 하지만 그 모든 상황에 배우가 묻혀버리지 않도록 발성은 물론 가수의 연기력이 가장 중요하기에 섭외 캐스팅이 그녀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이다. 

“외국에서 활동한다고 다 훌륭한 같은 가수는 아니에요. 이번 카르멘 역을 위해 공들여 캐스팅한 리카르도 무띠가 선택한 카르멘, 니노 슈굴랏제와 마린스키의 프리마돈나, 나탈리아 에바스타피에바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가수들 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

니노 슈굴랏제는 현재 전세계 극장에서 카르멘 전문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메조 소프라노이다. 순수와 퇴폐가 공존하는 오묘한 매력을 지닌 그녀의 카르멘은 전세계를 열광하게 만들며 흥행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나탈리아 에바스타피에바 역시 마린스키 극장의 전속 성악가로 활동중이며 뉴욕 메트로폴리탄과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 올랐던 최고의 카르멘이다. 니노의 카르멘이 순수해서 퇴폐적이라면 나탈리아의 카르멘은 퇴폐 그 자체. 니노가 헐리웃 스타일의 카르멘이라면 나탈리아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독특한 매력의 카르멘이다. 

“최고의 카르멘을 가리기 위해 그녀들이 펼치는 박빙의 승부가 이번 수지 오페라단 <카르멘>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국내창작오페라가 라스칼라 무대에 서는 그날까지

“현재 국내의 오페라들은 대부분 주역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만큼 조역이 중요한 장르가 없지요. 수지 오페라단은 모든 캐스팅이 골고루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많이 신경쓰고 무대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조역 한 명 한 명도 이탈리아 현지 오디션을 강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가수들은 아직 조역에 지원하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에 있어서는 발성 만큼 중요한 것이 연기력입니다. 몸을 아끼지 않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 열연이 꼭 필요한 장르이지요. 유럽 가수들의 경우 이런 면에 있어서 의식이 훨씬 자유롭다고나 할까요?” 

<카르멘>의 경우 전체적으로 화려한 무대 셋팅 보다는 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이 노출되는 공연이다. 1막은 담배공장 여공들이 중심이고, 2막은 선술집을 배경으로 플라멩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3막 또한 밀수 하는 장면과 4막에는 투우장이 주 무대가 되는데 각 무대들에 신경을 많이 쓴 만큼 무대의 변환 하나하나를 눈 여겨 보면 오페라를 감상하는 묘미가 더욱 클 것이라고. 

무대 변환 만큼 볼 거리의 요소는 의상에도 있다. 해외에서 의상을 300여벌 공수하여 이제까지의 오페라와는 의상에 있어서 여실히 다른 점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밀라노에서 공부해서 인지 성악만큼이나 건축물과 미술, 옷을 보는 안목도 수준급인 박 단장의 의상에 대한 애착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듯함을 느껴요. 그럴 때는 일주일이건 열흘이건 아무것도 안하고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쉬면서 다시 아이디어를 얻고 재충전하여 다음 작품에 돌입하게 되지요.”

대중가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도 조용필의 공연은 가고 싶어하듯이, 오페라를 잘 모르는 관객들이라도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꿈이다. “나아가서 순수 국내 창작 오페라를 밀라노의 라스칼라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에 올리는 것이 저의 최종 목표고요. 그런 날이 멀지 않아 꼭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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