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4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EBS는 수능방송이란 틀에서 벗어나 고품격 콘텐츠를 바탕으로 ‘지식채널’로 자리매김 한 상태다. 특히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EBS만의 특화된 고품격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은 세계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15일 강남구 도곡동 EBS 사옥에서 신용섭 사장을 만났다.   


Interview 정달운 편집장   Editor 주혜란   Photographer 안욱환



EBS 40주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EBS는 학교교육보완 및 평생교육구현, 민주적 교육발전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교육전문 공영방송 입니다. EBS 40주년의 역사는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열망에 부응하는 위한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망국병이라 일컬어지는 사교육비 절감에 앞장서 왔고, 인재 육성을 위해 고품질의 교육 콘텐츠 개발과 선진적인 이러닝 시스템 구현 등 교육 발전에 이바지해왔습니다.

올해는 평생교육의 동반자로서 국민과 함께 해온 EBS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세계 최고의 교육 미디어로 발돋음하기 위해 앞으로의 발전 방향과 과제를 재점검하는 해로서 의미가 깊습니다. 


EBS 7대 사장에 선임된 지 1년 반이 됐습니다. 취임 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습니까?

방송통신 환경이 급변하는 혼란 속에서 방송사 CEO로 첫 부임하며, 임직원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먼저 유아·어린이 콘텐츠와 애니메이션 사업의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오후 황금시간대에 전격 편성했고, 교육 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유아특임국, 애니메이션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하였고 인원도 확충하였습니다. 또한 강원, 경북, 광주 등 지역의 콘텐츠 진흥원과 연계 협력하는 등 세계적인 유아 교육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지난해 ‘두다다쿵’이라는 TV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EBS의 콘텐츠와 시스템 진출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3년 8월 26일부터 11월30일까지 시행된 콜롬비아 교육방송의 시험방송은 수행하였습니다. 시험방송 후 시청률 변화 및 인지도 조사에서 <신들의 땅, 앙코르> 같은 경우, 이전 같은 시간대 보다 약 5배의 시청률 상승을 보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재 태국과 베트남 측과도 EBS 모델에 대한 벤치마킹, 관련 협력사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CCTV측과 EBS 대표 어린이 대상 공연프로그램인 ‘모여라 딩동댕’에 대한 포맷 수출도 합의하는 등 콘텐츠 및 프로그램 포맷 진출에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봄 개편 특징은 무엇이며, 시청자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봄 개편은 새롭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역동적으로 도전하는 EBS’, ‘시청자에게 더욱 신뢰받고, 국민과 함께하는 EBS’를 목표로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였습니다. 키워드는 ‘실용’, ‘혁신’ 그리고 ‘참여’입니다. 우선 ‘실용’의 측면에서 EBS 오전 인기 장수 프로그램인 <부모>가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실생활 밀착형 육아·부모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EBS 스페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국내 최초로 정규 편성되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매달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다른 또 하나는 ‘참여’입니다. <모여라 딩동댕>, <방귀대장 뿡뿡이>, <리얼체험 땀>, <다문화 고부열전> 등 일반 시청자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편성되어 있습니다. 올해에는 이러한 기존 프로그램 이외에도 특집 형식으로 시청자 참여의 장을 넓히고자합니다. 저녁 시간대는 <세계테마기행>과 <한국기행> 특집 편에서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올해 봄 편성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특히 성인시간대 시청률이 상승세입니다. 유아ㆍ어린이 프로그램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탈사이트, 각종 플랫폼에 서비스되면서 시청권이 한층 개선되었습니다. 특히 유투브에서는 EBS의 유아ㆍ어린이 프로그램이 인기 시청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EBS 대표 프로그램은 무엇인가요?

우선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으로는 82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방송되고 있는 <딩동댕 유치원>을 시작으로 <방귀대장 뿡뿡이>, 국내 유일의 어린이 대상 생방송 <생방송 톡!톡 보니 하니> 등의 라이브 액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여기에 <두다다쿵> 등 다양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아카데미즘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 다큐멘터리라는 새 장을 개척한 <EBS 다큐프라임>를 비롯해 <세계테마기행>, <극한 직업>, <명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시청자 여러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온라인 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도 높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는 <지식채널e>도 EBS하면 떠오르는 프로그램입니다.




40주년을 맞아 준비 중인 행사나 기획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6월 22일은 EBS 창립기념일입니다. 창사특집으로 ‘교육다큐멘터리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 대형 기획 다큐멘터리들이 준비되어있습니다. 3D 입체 촬영으로 생생하고 웅장하게 복원된 마야 문명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실감나게 전달할 ‘세계문명사 대 기획 시리즈’ <불멸의 마야>와 지구상 가장 높고, 험하며 외진 곳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을 담아낸 <파미르-숨겨진 땅, 비밀의 강>이 6월에 방송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시청자 참여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인기 장수 프로그램인 <한국기행>과 <세계테마기행>의 출연자를 시청자 공모를 통해 선발해 6월에 방송할 예정입니다. 또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가정의 소중함을 전하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입니다. 이 외에도 전 국민 번개맨 체조 UCC 공모전 등과 같이 시청자가 참여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 EBS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간 나타난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초중고 내신 대비 강좌를 제공함으로써 사교육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교 부문은 정부, 수능시험 출제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수능시험에 대비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의와 교재의 품질은 단연 국내 최고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13년 조사에 의하면 EBS수능강의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액이 2010년 6,526억원, 2011년 8,729억원, 2013년 9,5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연초에 EBS ‘꿈 장학생’ 시상식을 갖었습니다. 여기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사판에서 일하며 지내던 학생이 EBS 강의를 통해 의대에 입학하고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점자책과 EBSi 강의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감동적인 스토리의 주인공들을 만났습니다. 


EBS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EBS는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뛰어난 수출 실적을 보여주었습니다. 2010년에는 <한반도의 공룡>을 독일 Super RTL에, 2012년에는 <신들의 땅 앙코르>을 미국 스미소니언 채널에 수출하면서 각각 한국 다큐 사상 최고가에 수출하였으며(구체적인 가격은 계약사항이므로 밝히기 어렵습니다), 2013년에는 <위대한 바빌론>과 <한국의 강>을 프랑스 공영방송 France 5,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에 수출하고, <위대한 로마>를 일본 NHK에 수출하는 등 세계시장에서 다큐 명가로서의 명성을 높였습니다.

 또한 교육 콘텐츠들도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았는데, 예를 들어 <수학의 원리, 마테마티카>가 미국 PBS에 수출되었고, 교육 다큐 <문명과 수학>이 중국, 일본, 스페인 등 세계 10개국에 수출되었습니다. 최근 EBS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중 하나인 <모여라 딩동댕>을 중국 CETV에 어린이 콘텐츠로는 처음으로 포맷 수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EBS가 야심차게 제작한 애니메이션 <두다다쿵>은 태국, 베트남에 수출을 확정짓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EBS와 견줄 수 있는 선진국의 교육방송이 있습니까? EBS의 세계적인 위상은 어느 정도입니까?

EBS-TV와 비슷한 채널로는 미국 PBS나 일본의 NHK 교육채널을 들 수 있겠습니다만, 두 방송사는 전문 교육방송이라기보다는 더 넓은 의미의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BS와 비슷한,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전국규모의 방송사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의 여러 나라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CETV, 태국의 ETV, 인도네시아의 TV Edukasi(에듀카시), 브라질의 TV Escola(에스꼴라), 칠레의 Novasur(노바수르) 등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방송사들은 대부분 단순 강의 프로그램 위주의 편성, 낮은 인지도, 저조한 시청률 등으로 침체되어 있거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이들이 EBS에 대해 알게 되면, 콘텐츠의 높은 퀄리티와 활기찬 운영, 다른 메이저 지상파 방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 고도화된 웹 서비스 등에 대해 놀라움과 부러움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EBS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가 무엇입니까?

EBS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재정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BS의 재정 상태는 현재까지는 건전한 편입니다. 그러나 점점 EBS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정 확보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현재 EBS는 상업적 재원과 공적재원 비중이 7:3의 비율입니다. 그나마 최근 공적재원이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TV수신료 인상과 EBS 수신료 배분율 확대를 통해 EBS의 재정구조가 안정화되어 시청자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EBS의 대처는 어떻습니까?

방송 환경은 더욱 급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분들이 늘면서 광고 시장이 지상파 방송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에는 한미 FTA에 따라 방송 시장도 전면 개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생존의 위기에 놓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EBS는 특화 분야인 고품격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품격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은 다른 어떤 콘텐츠보다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에서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인터넷이나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롱테일 콘텐츠들입니다.


공직자 생활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환경이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며 겪은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통신 분야에서 약 30년간 공직 생활을 해왔으며, EBS의 사장이 되기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2년 가까이 활동해 왔습니다. 이 때의 경험이 방송사에 와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부임 직후 방송사의 직종 등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소 적응기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이제는 저나 EBS 직원 모두 미래를 보면서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세계테마기행’과 ‘인문학특강’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세계테마기행’은 EBS의 인기 프로 중 하나로 세계 곳곳의 모습을 TV를 통해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유로운 배낭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체험기를 생생하게 전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실제 그 나라를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과 삶의 여유를 주고,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 특강’은 인간에 대한 동서고금의 관심사를 주제로 한 강의 프로그램입니다. ‘르네상스’, ‘논어’ 등 흥미로운 강의들이 있습니다.


사장 취임 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남은 1년 반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과제들을 잘 마무리하고 시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는 앞으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놓겠습니다. 

앞서 강조했지만 방송 통신 시장이 콘텐츠 중심, 수요자 중심,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사람이 바뀌어도 남은 EBS 직원들이 스스로 문제 의식을 갖고 대응하여 시대가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ㆍ제공하여 끊임없이 수요자와 소통하는 EBS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신용섭 사장은 기술고시(16회)로 공직에 입문해 체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거쳐 지난해 11월 EBS 7대 사장에 취임했다. 특히 사장 취임 후 EBS의 불합리한 재원구조를 개선하고 교육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시켜 글로벌 교육 방송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사장은 또 지난해 신산업경영원이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후원하는 뉴미디어대상 시상식에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아 ‘올해의 정보통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1980년대 유선기술 자립, 1990년대 이동통신기술 자립, 2000년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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