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떠오르는 별’로 인정 받은 스타 셰프 김지호 씨를 지난 달에 이어 소개한다. 그는 지금 보스턴을 떠나 뉴욕에서 pastry chef로 일 하고 있는데, 보스턴에서 그를 인터뷰했을 때부터 그의 꿈은 ‘뉴욕에서 일 해보기’였다. 그리고 그는 지금은 아마 

그 다음 꿈이었던 ‘한국에 자신만의 음식점 내기’라는 궁극적 꿈을 위해 또 다시 한 발 한 발 정진하고 있을 것이다. 김지호 씨는 한국에서 이민 간 이민 1세대로 보스턴 최고급 레스토랑 L’Espalier Pastry Chef,  Gordon Ramsay at the London NYC Pastry Chef를 거쳐 현재 뉴욕의 유명 레스토랑인 Restaurant  Beautique(http://beautiquedining.com/) Pastry  Chef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는 ‘일에 미쳐있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렇게 미쳐서 할 정도로 재미있는 일을 어떻게 찾은 건지 궁금합니다.

저도 궁금한데요. 제가 워낙 공부를 안 해서 아버지가 ‘커서 뭐 될래?’ 하면은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그러다가 아버지께서 어떻게 한국관광공사에서 하는 요리학교를 알게 되셨어요. 아버지께서 요리학교를 가라고 하셨어요. 그 당시에 저도 일상이 약간 지루하고, 또 질풍노도의 시기가 막 끝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요리학교에 등록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그래도 지금처럼 그렇게 재미있게 일을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월급이라는 게 매력이 있더라구요. 당시 한 달에 백만 원 정도 벌었는데 굉장히 크게 느껴졌어요. 돈을 버니까 너무 신났어요. 그러다 보니 월급쟁이를 벗어나기가 어렵더라구요. 다른 것도 해보고 싶기도 하고 했는데 말이에요. 그러다가 이제 영어 공부하고 책 사서 보고 그러면서부터 진정한 재미를 느끼게 됐죠. 그 때가 2000년도 정도 됐었어요.

요리 학교를 다니셨는데, 지금은 pastry chef세요.

학교에서는 요리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서도 요리를 하다가 페이스트리가 더 재미있겠다 해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일할 때 바꿨죠. 참고로 제가 다닌 요리 학교는 경주에 있는 곳이에요.

그렇다면 문화적인 차이 말고도, 한국에서 교육 받았던 거라든지, 한국인이라는 것 자체가 장애로 작용하지는 않았는지요?

지금의 제 상황에서는 그런 건 느낄 수가 없어요. 왜냐 하면 지금의 상황은 누가 보더라도 제가 실력이 잘 갖춰져 있으니까 한국에서는 다 잘 가르치는 줄 알아요. 만약에 학교를 졸업하고 여기로 바로 와서 일을 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미국의 유명한 요리학교 나온 애들은 별로야’라고 하거든요.

한 마디로 학벌이 힘을 못 쓰네요.

좋은 학교 나온 애들은 힘 주고 그러죠. 하지만 학교는 학교일 뿐이죠.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 학교는 여기와는 많이 다르니까요.

사람들을 고용하고, 또 많이 자르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런데도 사람들이 잘 안 따르는 경우가 있었나요?

처음엔 안 따르죠. 그러니까 자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처음엔 제가 말도 어눌하고 그러니까 자기네들이 가지고 놀아도 되겠다 싶었던 거죠.


지호 씨의 장래 계획은 뭐에요?

꿈은 식당을 오픈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한국에서 하고 싶어요. 정말 좋은 레스토랑을 하고 싶어요. 한국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뭔가 독창적인, 그런 정말 좋은 레스토랑을 열고 싶어요. 물론 비싸겠죠. 하지만 일 년에 한 번,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한텐 큰 부담이 안 되는….  그렇게 정말 좋은 레스토랑을 하나 조그맣게, 하루에 4,50명 정도 받는 규모로 그렇게 하고 싶어요.

페이스트리만 담당하실 건가요?

아닙니다. 여기서도 음식 메뉴들은 저도 주방에서 함께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직접 다 할 거에요.

보스턴에 진짜 좋은 레스토랑들은 어떤가요?

전에 제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는, 그 식당이 소유한 마을이 있었어요. 그래서 버터도 그 마을에서 농부들이 유기농으로 직접 만든 걸 가져다 썼었어요.

L’Espalier도 좋지 않나요?

모든 메뉴를 전적으로 제가 다 하고요, 그런 다음에 그걸 만들 때 필요한 기계 같은 걸 사는 건 서포트를 많이 받고 있지만, 그래도 직장은 직장이죠. 쪼임도 많이 받고 그렇지만, 일하는 데에 있어선 많이 자유로워요. 한국과 비교하면 지원을 해주는 대신 일을 하는 시간 자체나 하는 동안은 굉장히 타이트하죠. 메뉴 선택 같은 건 자유롭지만.


얼마나 일하세요?

하루에 11~12시간, 그렇게 주 5일 근무하고요. 중간에 휴식 없이요. 그렇기 때문에 일은 재미있는데 힘들어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쉬는 걸로요. 쉬는 날엔 푹 쉬죠.


 

L’Espalier는 식당의 특성상 소위 미국에서도 부자들이 많이 올 것 같아요.

네, 그런 사람들 종종 보게 돼요. 정말로 돈도 많고 그런 사람들은 매너도 좋고, 겸손해요. 그런데 또 여기에 그렇게 부자들만 오는 건 아니에요.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 같은 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여기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도 있죠.


앞서 한국인 셰프로서 어려움 등도 이야기해 주셨는데, 여기에서 한국 음식을 구현하신 적이 있으세요?

그럼요. 보리차로 만든 크렘 브륄레, 단팥 아이스크림, 그리고 홍시 같은 걸로 디저트를 만들기도 하고, 홍시 케이크도 만들었어요. 그리고 지난 해 한국 밤을 사다가 이것 저거 많이 해보기도 했었고, 그리고 한국 흑설탕 중에서도 호떡에 들어가는 검은 설탕 알아요? 흑설탕도 색깔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데요, 그 검은 설탕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 적이 있었어요. 정말 맛있어요. 맛이 독특하다고 할까. 그렇게 한국에 자주 가서 필요한 거 있으면 보기도 하고, 또 한국 배, 지금 여기서 사는 한국 배는 그렇게 맛있진 않지만, 콤프레스 한 다음 진공 상태로 넣어서 그 안에 아로마 같은 걸 집어 넣어요. 바닐라, 아로마, 와인하고 집어 넣어서 디저트를 만들면 정말 맛이 근사해요.

정말 훌륭하신 것 같아요.

실력 면으로는요. 뉴욕의 탑 셰프라고 해도, 디저트 만드는 쪽으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느낌은 들어요. 정말.

창조적, 독창적인 측면에서요?

전부 다요. 지식, 기술, 종합적으로 해서…임기응변도요.


 

셰프니까 리더시잖아요. 밑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자기 손발처럼 움직여주어야 되잖아요. 그러는 가운데 느끼는 ‘리더십’은 뭔가요?

소리를 막 지르죠. 욕도 하고요. 여자라고 봐주고 그런 것도 전혀 없어요. 일할 땐 정신 없이 혼도 내고 욕도 해가면서 해요. 풀어주어야 될 때는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웃기도 하고… 

직원들한데 혼쭐도 내지만 늘 그런 건 아니예요. 사실 제가 하는 독특한 것들은 재료 구하기도 어렵고,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공부하며 쌓은 자료들을 저 혼자만 알기엔 너무 아까운게 많아요. 그래서 회사에서 저를 보조해주는 친구들한테 종종 이렇게 이야기 해요. ‘만약에 내가 없어졌다. 어느 날 이 세상에서. 그럼 우리 집에 와서 내 컴퓨터에 있는 그런 비법들을 다 가져가라’ 그 동안 리서치 한 걸 그냥 날려버리기엔 아깝잖아요. 그걸 제가 누구한테도 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냥 제 밑에 일하는 친구들한테 가르쳐준 것뿐이지. 그렇지만 그것도 100% 다 가르쳐 준 건 아니라서 제 밑에서 저를 위해서 가장 열심히 일한 친구한테 ‘네 몫이니까 혹시라도 내가 어떻게 된다면 네가 가지고 가라’고 이야기를 해요. 제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없어져버린다고 생각하면 아까우니까요. 남겨서 또 그렇게 알려진 정보들을 한국에서도 언젠가는 써 먹을테고…


외국에 나와 페이스트리 셰프로서 일해보고 싶다는 한국의 젊은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요.

영어만 준비됐다고 생각되면 외국에 나와도 돼요. 그런데 영어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노크를 하는 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제 경험상 실력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해도, 영어가 조금 모자라거나, 아예 준비도 전혀 안 되어 있는데도 도전하려고 하면 고생이 엄청 뒤따른다는 것을 각오해야만 돼요.


셰프님께 지금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죠?

뉴욕에서 정말로 좋은 데서 일해보는 거에요. 보스턴도 좋지만. 보스턴은 정말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시골스럽고 좋은 곳이에요. 뉴욕과는 너무나도 다른… 서울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도시를 좋아하는데, 보스턴 같은 데는 운치 있잖아요. 겨울이나 흐린 날에도 멋있어 보이고. 그렇지만 정말로 뉴욕에서 일 해보고 싶어요. 아주 좋은 데서요. 그런데 자리가 안 생기니까.

자리가 없어도 계속 두드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요. 인연이라는 것을 굉장히 믿는 편이거든요. 나에게 주어진 인연이라면 오게 돼 있고, 저는 그냥 긍정적이에요. 제가 이걸 안 되겠다고 해서, 그걸로 인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 안 하고, ‘이게 지금은 아니니까 그런 거겠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인터뷰 양영은

현재 <KBS 뉴스타임> 앵커. KBS 인터넷 인터뷰 ‘선물’ 진행. 2008년까지 <KBS 뉴스타임> 기자 겸 앵커로 활약하다 유학길에 올라, 2010년 미국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 웨더헤드 국제문제연구소(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에서 펠로우로 1년간 연구 활동을 하며, 하버드와 MIT를 비롯해 보스턴 지역의 다양한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창의적 리더십과 경영 관련 교육,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다.

e-mail: ye_yang@sloan.mit.edu

twitter: @youngeun_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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