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호 기사와 이번 8월호 기사 사이에 ‘뉴스 페퍼민트’에는 또 하나의 좋은 일이 생겼다. 월간<CEO&>에도 뉴스 페퍼민트 기사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CEO&을 통해서도 ‘뉴스 페퍼민트’에서 선별해 전하는 다양한 외신 번역 기사들을 접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그렇다. 바로 이것이 ‘뉴스 페퍼민트’의 현 주소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뉴스(외신)를 번역하고 요약해 소개하자’는 취지로 하버드·MIT 대학원 재학생들이 주축이 돼 운영해오던 블로그가 이제는 어엿한 특성화된 매체로의 도약을 모색중이다.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이효석 박사와의 인터뷰를 지난 호에 이어서 소개한다.


 

현재 ‘뉴스 페퍼민트’는 새로운 도약과 도전의 시기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더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할까요? 생긴 지 이제 만 2년이 된 ‘뉴스 페퍼민트’의 현 주소는 어떻습니까?

네. ‘과도기’라는 말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꼭 성장을 위한 과도기라는 관점 말고도 일일 방문자수 등의 수치를 볼 때 어느 정도 정체된 부분도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성장이 아니면 소멸이다’와 같은 생각에 100%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해서 다른 기회들을 무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현재 ‘뉴스 페퍼민트’는 모두가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스 페퍼민트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나라 또는 세계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비교 대상이 있을까요?

뉴스 페퍼민트와 비슷한 사이트를 말씀 드리기 위해서는 뉴스 페퍼민트가 어떤 사이트인지를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대개 뉴스 페퍼민트의 특징으로는 ‘외신을 국내에 전달한다’는 바탕 위에 ‘큐레이션’과 ‘괜찮은 번역과 요약’ 등을 꼽습니다. 사실 외신을 전문적으로 자국에 전달하는 서비스는 이런 특징을 어느 정도는 보편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세계의 뉴스들 중에 좋은 뉴스를 골라야 하고, 또 많은 경우에는 해당 언어로의 번역이 필요하겠지요. 단지 그 안에서 어떤 면을 더 강조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겁니다. 

우선 ‘월드크런치’라는 유명한 사이트가 있는데 전 세계의 여러 뉴스들을 온라인에서 영어로 번역해 소개하는 곳입니다. 또 종이 잡지를 기반으로 하는 프랑스의 쿠리에 인터내셔널(www.courrierinternational.com)도 있고, 이곳의 라이센스를 받은 일본의 쿠리에 자폰( courrier.jp)도 있고요. 큐레이션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에서 늘어나고 있고, 비영어권 국가에서 번역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는 시점에서 아마도 제가 모르는 다양한 사이트들이 각국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각 매체마다 어떤 면을 강조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위와 같은 곳들이 보다 기존 언론사에 가깝고 뉴스에 치중하고 있다면, 저희는 아직 아마추어고, 하루 6개라는 적은 양의 기사만을 다루고 있으며, 그렇지만 또 칼럼과 같이 좀 더 심도 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글들에 더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독자들로부터 피드백도 많이 받으시나요? ‘뉴스 페퍼민트’를 운영하시면서 파악한 뉴스 소비 추세나 독자들의 요구는 어떻다고 보고 계세요?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전해오는 소식에 관심이 많지만, 깊이 있는 국제 뉴스는 부족하다는 관점에 동의하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저희 홈페이지에 뉴스 페퍼민트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요, 거기에 올라오는 피드백이 있고 또 각각의 글에 대해서도 답글이 달립니다. 이메일로 개별적인 피드백들이 오는 경우도 있고요. 지난 연말에는 독자 서베이를 한 적도 있어요. 600명이 넘는 독자 분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외신에 대한 수요, 특히 깊이 있는 외신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 수요가 점차 증가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독자의 요구라는 단어에는 조금 민감한 부분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A/B 테스트(주: 독자들에게 다른 제목 등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제목이 더 독자들을 끄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콘텐츠를 포장하는 방법)라는 단어가 상징하는 어떤 흐름이 있는데, 이는 곧 어떻게 하면 더 사람들을 끌 수 있을지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오늘날과 같은 기술 시대 뉴미디어의 특징인 것처럼 생각하는 흐름이고요. 물론 저희도 독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동시에 저희는 내부적으로 조회수와 같은 독자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을 것 또한 주문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항상 독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결국 이런 독자와의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측면에서도 이런 조회수나 인기에 연연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있는데, 결국 그런 수치들은 보편적인, 다수의 선호를 말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라도 ‘꼭’ 필요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희가 그런 정보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뉴스 페퍼민트를 통해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엔지니어의 입장에서 ‘가장’이라는 부사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말입니다. 보람을 느꼈던 많은 순간들을 하나하나 비교해야 하는데, ‘기억’이라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가지는 오차가 매 순간들이 남겼던 느낌의 차이들을 덮어버리기 때문이지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는 ‘가족으로부터의 인정’이 가장 보람을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저희 멤버들을 포함해 이 일을 통해 좋은 분들을 새로, 많이 만나게 된 것을 꼽겠습니다. 정현종 시인은 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만남에서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서로 배울 수 있고 또 그 만남을 통해 현재는 물론이고 서로의 미래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뉴스페퍼민트가 저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뉴스 페퍼민트를 운영하시면서 아쉬운 점도 있나요?

개인적으로 소설책을 전보다 많이 읽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더 부족해졌기 때문이고요. 이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 '뉴스 페퍼민트'는 어떤 매체로 서 있을까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도 끝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1차원적 성장곡선으로 말하자면 사라지거나 유지되거나 혹은 더 성장하겠지요. 지금은 모든 미래가 가능하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저희들이 원하는 미래도 있지요. 그리고 그 미래에 영향을 줄 다양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저희들의 개인적 선택뿐 아니라 사회적 조건, 특히 기술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하는 것이라든지, 이런 변화가 미디어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라든지, 그리고 더 넓게는 인간과 인간 사이, 그리고 인간과 기계 사이의 정보전달 방식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하는 것도 있고요. 전 세계의 수많은 뛰어난 분들이 이런 여러 요인들을 생각하고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흐름들을 잘 따라가면서 저희에게 필요한 것을 받아들여 발전하는 그런 과정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뉴스 페퍼민트’가 매체로서의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독자로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원문 기사를 쓰는 외국 매체들로부터 저작권 문제 등은 괜찮을까 하는 점인데요.

네.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요. 기본적으로는 해결 가능한 부분은 해결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포기해야겠지요. 즉, 협상이 가능한 곳과는 협상을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다른 방법을 찾으려 합니다.

또 말씀하신 것처럼 규모와 수익의 여부가 영향을 미칠 겁니다. 분명히 규모가 커지면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게 되고, 어떤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겠지요. 한편으로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저희 매체가 힘을 가지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됐든 저희는 번역을 통해서, 과거에는 외신들이 영향을 끼칠 수 없었던 영역의 독자들에게까지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주고 있는 셈이니까요.


경영 측면에서 보면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사실 경영이라기 보다는 작은 동아리에 가까웠습니다. 각자 해야 할 일들이 명확했고 결정해야 할 사안들도 많지 않았어요. 지난 몇 달간 일들이 많이 생겼고, 점차 업무분담과 같은 기본적인 ‘경영’이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분담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수익모델을 찾는 문제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럼 지금은 운영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수익모델을 말씀하셨는데 기사 유료화도 생각하고 계시나요?

아직은 운영자금이 크게 들지는 않습니다. 저희가 모은 자본금이 조금 있고 몇 곳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사 유료화 부분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돈을 주고 살 가치가 있으면 (고객은)돈을 주고 살 것이다’는 말은 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합니다. 우리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요소, 시대적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요, 따라서 그러한 제약과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가면서, 동시에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바꿔가기도 하고 그래야겠지요.

대표님은 현재의 커리어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누구보다 더 많이 가지고 계신데, 거기에 뉴스 페퍼민트 ‘창업자’라는 직함까지 추가하셨어요. 무엇이 그런 동기를 부여했습니까? 또  ‘하버드’라고 하는 특수한 환경과도 관련이 있는지요?

글쎄요, 감사한 말씀이지만 한편으로 저는 커리어가 다양하다는 것이 사실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저를 철이 아직 덜 들었다든지, 또는 제가 아직도 길을 못 찾고 있다고 말할 텐데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현실에 대한 불만이 그런 동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요. 이 불만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도(뉴스 페퍼민트 같은 경우 ‘언어에 의한 정보전달의 한계’), 개인적으로도 (현실과 이상의 괴리? 또는 그저 해야 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욕심?)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버드가 특수한 환경임은 분명합니다. 특수하다는 수식어도 실제로 그것이 특수한 것과는 별도로, 다른 이들이 그것을 특수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정말로 특수해지는 그런 측면이 있지요. 예를 들어, 명성이 다시 인재를 모으고 이들이 다시 명성을 쌓는 식이지요. 이곳에서 만난 많은 분들로부터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에서만 보던 유명한 작가들을 실제로 종종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왜 미디어인가요? 공학도로서 다른 분야가 아니라….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수학을 좋아해서 그 길을 따라 거의 30년을 이공계에 있었는데요. 그러다 어떤 순간부터 책을 읽는 것이 더 즐거워졌고, 또 어떤 순간부터는 글을 쓰는 게 더 즐거워졌습니다. 저명한 영화 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가 말했다죠,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한 영화를 두세 번 보는 것, 그 다음은 영화에 대한 평을 쓰는 것, 그리고 마지막이 영화를 직접 만드는 것이라고요. 영화대신 무엇을 넣어도 통하는 말 같습니다. 번역도 하나의 글쓰기이고, 지금은 아직 저희가 번역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직접 글을 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책 읽는 걸 즐기신다고요?

네. 다들 아시겠지만 원래 시험 전에 책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잖아요? 해야 할 일이 쌓여있을 때 읽는 책이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지금까지 제 삶이 계속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그랬는지 어찌어찌 하다 보니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부작용으로는 그 만큼 해야 할 일들을 많이 못했습니다.

매일 번역을 하고 글을 쓰실 텐데 하루 일과도 궁금합니다.

매일매일이 다르지만 대체로 일찍 일어나 깨끗이 씻고, 일찍 출근해서 열심히 할일 하고, 마감은 되도록 닥치기 전에 일찍일찍 마무리해서 보내고 일찍 퇴근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깨끗이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합니다.

하버드에선 그런 삶이 가능한가요?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사시는 곳인 보스턴, 캠브리지, 그 중에서도 하버드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다시 이야기 들려주세요.

하버드는 관광지죠. 학교 교정을 돌아다니는 분들 중 봄 가을에는 50%, 여름에는 99%가 관광객입니다. 물론, 그것이 명성을 드러내는 것이고 나쁜 것은 아니고요. 학부생들에게 하버드는 어린 나이에 이룬 하나의 성취이자, 더 큰 미래의 보상을 어느 정도 보장해주는 훈장입니다. 물론 자신들의 목표가 있기에 내부에서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고, 대체로 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는 아이들이 많고요. 대학원생들은 조금 다르지요. 물론 전공에 따라 어느 대학원이냐에 따라 또 많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로스쿨, 메디컬 스쿨 같은 경우는 미래가 거의 결정된 곳이니 나름의 특징이 있고요. 반면, 박사를 중간에 그만 두는 학생들도 종종 있지요. 전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의 저자이자 저명한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교수의 박사 과정생 디펜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그 분이 그러더군요. “이 학생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후 내게 찾아왔습니다. 그 때 그 학생은 자신은 법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졌다고 말했고, 나는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록 누구나 방황은 하지만 어쨌든 하버드라는 이름을 한 번 달았을 때, 그 사람이 무엇을 하든지 남들이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정도의 힘은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뉴스 페퍼민트 웹사이트 http://newspeppermint.com

 

인터뷰 양영은

현재 <KBS 뉴스타임> 앵커. KBS 인터넷 인터뷰 ‘선물’ 진행. 2008년까지 <KBS 뉴스타임> 기자 겸 앵커로 활약하다 유학길에 올라, 2010년 미국 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버드 웨더헤드 국제문제연구소(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에서 펠로우로 1년간 연구 활동을 하며, 하버드와 MIT를 비롯해 보스턴 지역의 다양한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창의적 리더십과 경영 관련 교육,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다.

e-mail: ye_yang@sloan.mit.edu

twitter: @youngeun_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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