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오로(Creoro)는 최우현 대표가 creative와 oro(금)를 더해 만든 신조어로 ‘주얼리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최우현 대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금속공예)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레 아르띠 오라페 및 도무스 아카데미에서 Fashion과 Jewelry 전문 과정을 수료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개인전을 연 주얼리 디자이너다.


Editor 김엘진  Photographer 안욱환



지금 착용하고 계신 주얼리를 소개해 주세요.

제 책 <최우현의 보석이야기>에서도 밝혔지만 전 원래 진주의 광팬이었어요. 20년 가까이 진주에 빠져있었죠. 진주만큼 사람을 우아하고 빛나게 만들어주는 보석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진주의 편안함도 좋지만 컬러풀한 보석이 주는 생기에도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아쿠아마린, 산호, 터키석 등이 제가 요즘 특별히 애정을 쏟고 있는 보석들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브로치와 귀걸이 모두 그린터키인데요, 그린터키는 광산이 발견 된지 불과 60년 밖에 되지 않은 보석입니다. 

천연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상을 가지고 있죠. 이미테이션이 아무리 색상을 잘 흉내 낸다고 해도 천연 보석의 색상은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을 착용해도 변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다는 점도 큰 특징이고요.


주얼리가 사치품이라는 의견에 대한 최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주얼리는 사실 고가의 제품이며 실용성이 없게 느껴져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보석은 반영구적인 제품입니다. 특별한 날 받은 특별한 주얼리는 그 다음 세대에게도 물려줄 수 있으며, 그로인해 단순한 물건이 아닌 추억과 스토리를 담은 의미 있는 물건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아들이 결혼하게 되었을 때 할머니 때부터 간직해온 주얼리를 선물한다고 하면 얼마나 큰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주얼리가 충분히 그러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얼리하면 보통 여성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남성들을 위한 제품도 있습니까?

부토니에죠. 부토니에는 단춧구멍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온 말이에요.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들에게 훈장처럼 내리던 것으로 유럽에서는 왕의 부토니에가 여왕의 드레스만큼 주목을 끌었었죠. 

특히 부토니에는 중년의 CEO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부토니에 하나만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고요. 요샌 넥타이를 안 하는 분들도 많은데, 부토니에 하나 만으로도 깔끔하게 정리된 인상을 줄 수 있을 거예요. 또한 보석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터키석은 성공을 상징해요. 터키석으로 만들어진 부토니에를 꽂는 순간 한 번 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배지를 부토니에 방식으로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지금 마무리 작업 중입니다. 그리고 이번 밀라노 전은 두 층을 사용할 예정인데, 한 층에서는 부토니에 런칭쇼를 하려고 해요.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부토니에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요.


한국 주얼리 디자이너의 독보적인 존재로서 한국의 주얼리 시장에 대해 평가한다면?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주얼리는 유명해요. 세계 기능올림픽에서 금·은·동 메달을 차지하는 것도 항상 우리나라 사람들이에요. 실력은 충분한데 아직 시장이 개척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나라 주얼리 시장의 특징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패션 같은 경우에는 의상 디자이너, 기획자, 판매자, 홍보담당자, 모델 등등 각각의 전문가가 존재하는데 아직 주얼리 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크레오로에서 저는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이자 모델이자 홍보담당이자 대표죠. 제가 한국에 들어와 크레오로를 시작한 지 24년인데, 한국에서는 제가 이 업계의 원로 격이라는 것도 한국의 주얼리 시장의 역사가 얼마나 짧은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러나 지금의 한국 주얼리 시장이 불모지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이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디자인 외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저는 이탈리아 레 아르띠 오라페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중앙대학교 등 국내외 9개 대학에서 강의 및 겸임교수 생활을 했습니다. 그 동안 그룹전은 총 250회 정도, 개인전은 23번을 치렀습니다. 사실 전 세계 개인 주얼리 디자이너 중 가장 많은 개인전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는 9월에도 11일부터 14일까지 밀라노 개인전을 열 예정입니다. 마침 이탈리아와의 수교 130주년에 맞춰 열리는 개인전이라서 저에게도 의미가 깊습니다. 

그 동안 전시회, 기내 면세품, 수출, 홈쇼핑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으나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개인전이나 패션과 함께 연출하는 쇼인 것 같아요. 주얼리는 패션이고 패션은 직접 모델이 착용했을 때 본연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크레오로 자체는 큰 회사가 아니지만 한국의 주얼리 업계에서 크레오로는 최고의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그런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자부심을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도 심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상상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지치거나 우울해져서는 안 됩니다. 휴가나 휴일도 반드시 지켜주고 외국 출장도 직원과 함께 하고 있어요.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마 오랜 시간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경험으로 인한 사고방식일거라고 생각해요. 이탈리아 사람들의 타고난 패션 감각과 자유로움이 항상 너무 부러웠거든요.


나라에 따라 주얼리 취향이 다르지는 않나요?

사실 90년대만 해도 나라에 따라 트렌드가 완전히 달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똑같은 브랜드의 명품이 중국에서도 파리에서도 인기가 있는 세상이 되었죠. 눈높이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사실 제 작품은 개성이 뚜렷해요. 주얼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호불호에 상관없이 제 작품을 보고 ‘크레오로구나’라고 알아보실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오히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제 작품에 대한 꾸준한 팬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만난 미국인들도, 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도 제 작품을 좋아해주었습니다. 지금은 북경이랑도 개인전 이야기가 진행 중이고요. 

오랜 시간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제 작품에 대한 평을 많은 이들에게 듣고 싶어지더라고요. 특히 접점이 없는 사람들의 평가는 더 가치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아마 북경과 미국에서 개인전을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24년간 주얼리 디자인의 불모지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step by step. 한 걸음씩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천천히 나아가고는 있지만 한 번도 뒤로 물러난 적은 없습니다. 어떤 일이든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이 성공의 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꾸준히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구력이 가장 중요해요. 

거기에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 번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고 그 목표에 대해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겁니다. 말하고 나면 해나갈 방법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하겠다고 말하고 나면 할 수 있게 된다고 저는 믿어요. 지금까지 그렇게 걸어왔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국제전을 최대한 많이 열고, 세계적인 주얼리 디자인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국내외에 크레오로를 알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어느 정도 책임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업계에서는 제가 원로 격이에요. 그러니 제가 잘 되어 많은 후배들을 끌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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