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의 이미지나 광고, 또는 집단의 분위기에 부하뇌동 하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구매하는 가치소비. 가치소비를 하는 이들의 유형에 따라 그들을 지칭하는 명칭이 달라진다. 또 소비를 함에 있어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들이 즐겨 소비하는 제품의 종류도 다양하다.

Editor 도경재 

 



트렌드지식 사전에 따르면, 장기불황과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등장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쇼핑족을 스마트 쇼퍼(smart shopper)라 부른다. 2013년에 등장한 스마트 쇼퍼의 특징은 가격이 비싸도 만족도가 높은 상품은 주저 없이 구매한다는 점이다.

포미족과 겟꿀러의 등장
스마트 쇼퍼의 가장 큰 무기는 정보력으로, 가치소비를 위해 인터넷, 모바일, SNS 등 멀티채널을 활용해 상품 정보를 체크한다. 스마트 쇼퍼는 할인 폭을 키우기 위해 ‘손가락 품’을 많이 판다. 해외 쇼핑몰 사이트를 비롯해 국내 블로그와 구매 대행 사이트, 소셜커머스 사이트, 이메일 등을 꼼꼼히 살펴 가격 비교는 물론이고 할인쿠폰을 내려받는다. 고가의 해외 브랜드나 한국에 유통되지 않는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쇼핑하는 해외직구족도 스마트 쇼퍼의 한 유형이다.
스마트 쇼퍼는 ‘세일 헌터’로 불리기도 한다. 세일 기간을 적극 공략한다는 점에서 알뜰족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브랜드 로열티가 높고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알뜰족과는 구별된다. 20대 젊은 층과 20~30대 중반까지의 젊은 엄마들이 스마트 쇼퍼의 주류를 이룬다.
이들은 새벽에 줄서는 것쯤의 수고는 마다하지 않으며, 추위도 개의치 않는다. 지난 2013년 11월22일 새벽 6시, 한국 유니클로 강남 역삼점을 오프하면서 진행한 50% 할인 이벤트에 새벽부터 300명이 몰려와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줄을 섰다.  
2015년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는 성향을 지닌 이들을 포미(For Me)족이라 불렀다. ‘포미(FORME)’는 자기 스스로를 위한다는 뜻도 지니고 있지만, 여기에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이기도 하다.
포미족은 개인적이고 자기만족 성향이 강하며, 가치소비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건강과 행복 등 ‘나를 위한(For Me)’ 소비를 하기 위해 가치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특히 개인의 만족을 최우선으로 삼는 싱글족이 많으며, 건강과 여가생활 등에 주력한다.
포미족은 소비의 특성에 따라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격을 꼼꼼히 따려 합리적으로 가치를 실현하는 ‘베터칩(Better Cheap)’형, 자신을 꾸미고 가꾸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셀프 브루주아(Self Bourgeois)’형, 물직적 소유보다는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며 가벼운 1회성 소비를 선호하는 ‘엠티핸즈(Empty Hands)’형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합리성과 가성 소비를 넘어 자기만의 가치에 초점을 둔 소비, 타인의 이해를 바라기 보다는 자신에게 특별하고 가치 있는 소비에 집중하는 이들을 ‘겟꿀러’라 부른다. 겟꿀러는 ‘겟(Get) + 꿀(만족의 뜻) + ~er(사람)’의 합성어로, 자기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비를 찾아나서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값비싼 명품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합리성에 집중한다. 비싼 가격의 상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겟꿀러는 같은 제품이라도 평범한 것이 아닌 귀엽고 소장가치가 높은 특별한 제품을 구매하며 자신만의 가치를 찾는다. 각 분야의 ‘한정판 컬렉션’이 겟꿀러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이유다.
특별한 것을 찾는 겟꿀러들은 때때로 완벽한 자기 만족을 위해 직접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획일화된 브랜드 제품보다 자신이 직접 제품을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커플이 함께 액세서리를 만들거나 가죽공예 등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스몰 럭셔리와 B급 상품
가치소비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가치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립스틱 효과가 맞물리면서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제품의 판매율이 크게 증가되었다.
립스틱 효과란, 1930년 미국에 대공황이 왔을 때 소비자들이 지갑을 굳게 닫았지만, 오히려 립스틱 매출은 크게 증가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경제 불황이 지속될수록 명품 자동차 또는 명품 브랜드 가방 등 큰돈을 사용하기 보다는 명품 립스틱 등 작은 소비재를 구매함으로써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몰 럭셔리 제품의 판매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타인과의 차별성을 통한 보상심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불경기이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면서 기분전환을 통해 스스로를 위안하는 소비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스몰 럭셔리 열풍은 립스틱뿐 아니라 코피루왁이나 신의 커피로 불리는 게이샤 등 고급 커피시장의 성장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또 획일화된 디자인에서 탈피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인 고급 수제화시장의 성장과 비싸지 않으면서 다양한 ‘원 포인트 패션 아이템’ 등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는 소비트렌드를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 ‘가치’와 ‘성향’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2017년 소비트렌드는 가성비와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패턴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결과 소비트렌드가 불황으로 인해 20~3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치소비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경험을 중심으로 하는 ‘B급 상품’의 소비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경우 가성비와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1인가구는 여행, 자기계발, 철저한 자기관리 등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 과감히 비용을 쓸 수 있는 가치소비를 아끼지 않는다. 반면, 같은 제품이라도 세일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상태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매하는 B급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홈쇼핑 등을 통해 충동구매와 대량구매 또는 고급상품을 구매하던 중장년층도 청년층과 비슷하게 가치소비와 자기중심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가치소비 성향은 실버세대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과거의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소비의 여력이 부족했으나, 오늘날 실버세대는 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여행은 물론 각종 체험상품 등 자기만족형 가치소비를 하고 있다.
한편 2017년 유통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리퍼브이다. 리퍼프 제품(Refurbished Product)은 리퍼비시(Refurbish, 새로 꾸미다)에서 유래된 용어로 ‘리퍼브’ 또는 ‘리퍼’로 불린다. 리퍼브는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을 폐기하는 대신 일부라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치소비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리퍼브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 리퍼브 시장은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오픈마켓과 오프라인 리퍼브 매장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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