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는 소비자의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만족도 높은 상품은 망설임 없이 구매하되, 그렇지 않은 상품의 소비는 줄이는 양극의 소비행태다. 다시 말해 마음에 드는 좋은 상품의 구입으로 가격대비 높은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이 아닌 가격 대비 만족도 높은 제품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소비경향을 말한다.

Editor 도경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치소비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에게 가치 있는 물품에는 과감한 소비를 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말한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한다면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소비형태인 가치소비는 타인을 의식하기 보다는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 성격이 강하다.

가치소비의 두 얼굴
불경기가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저성장기에 소비자들은 값싼 제품을 찾는 소비형태인 불황형 소비가 늘어난다. 과거 IMF시절에는 이른바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로 불리는 ‘알뜰 소비’가 유행했다. 이처럼 예전의 불황형 소비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아껴 쓰는 것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지속되는 불경기 속에 소비자들 사이에는 단순히 합리적인 소비를 넘어 가치소비라는 새로운 소비패턴이 자리잡고 있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제품의 용도나 가격•만족도 등을 고려한 소비가 가치소비의 기본이다. 이는 대형마트 등에서 기존 상품과 비교해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들의 큰 인기를 끌면서 판매율이 증가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것도 이에 속한다. 소비자들은 소비하기 전에 먼저 소비에 대한 가치를 생각한다.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체험과 무형의 가치에도 높게 평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에 속한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건강 또는 자기계발, 여가문화 등에 대한 과감한 지출 역시 변화된 소비패턴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소비로 인해 가치소비는 작은 사치라고도 불린다.
과거 우리는 내일을 위해 또는 남들보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돈을 벌고 저축하는 법에 대해서만 강조해왔다. 그러나 정작 어떤 소비가 나를 위한 것이고, 어떠한 소비가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은 소비 가치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서 이러한 소비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기성세대가 강조하던 저축이 ‘내일을 위한’ 것이었다면, 젊은 세대의 가치소비는 ‘지금 이 시간’을 즐기기 위한 것에 가깝다.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치소비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가치소비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지 오래다. 2011년 12월,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외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2012년 유통업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들은 2012년 당시 10대 키워드 가운데 1위로 가치소비(18.6%)를 꼽았고, 뒤이어 절약(13.4%)과 가격(9.6%) 등이 주요 키워드로 제시되었다.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 전문기관인 트렌드와칭이 밝힌 ‘2012년 소비트렌드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치소비라는 소비트렌드는 2012년 창업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외식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고자 강하게 어필하는 차별화된 브랜드가 강세를 보였다. 청정지역에서 자란 흑돼지 전문점, 또는 분위기를 파는 주점, 합리적인 가격을 즐길 수 있는 수입육 전문 판매점, 또는 건강이라는 요소를 포함한 몸에 좋은 음식을 취급하는 곳이 대세로 떠올랐다.
2014년에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운 업체들이 많이 등장했다. ‘스쿨프드’는 식재료 선정에서부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분식이 길거리 음식이라는 편견을 깬 기업이다.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리저브’ 매장을 오픈하여 프리미엄 커피를 판매하는 차별화 전략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고려은단 역시 세계적인 비타민 공급회사의 원료를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풀무원은 어떠한 첨가물도 넣지 않은 100% 과일만 담은 제품으로 과일 본연의 맛과 영양을 제공하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같은 사례는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과 브랜드에 지출하여 자신을 만족시키는 소비트렌드와 통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2016 소비자행태조사’에 따르면 경기불황으로 씀씀이를 최대한 줄이거나 점진적으로 긴축하겠다는 불황복종형 및 순응형이 59%에 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건강에 대해서만큼은 관심이 높고, 이에 대한 지출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건당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는 2017년 건강 트렌드로 스마트(Smart), 특화(Specialization), 안전(Safety)을 제시하며, 이 3S가 건강을 위한 가치소비의 기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Smart는 바쁜 생활 탓에 끼니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힘든 이들을 위한 똑똑한 건강기능식품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을 이른다. Specialization은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건강식품을 말한다. Safety는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첨가물 없는 안전한 제품이다.

자아실현위한 경험소비에 치중
가치소비 가운데 가장 집중되고 있는 것은 여행, 여가문화, 교육 등 자아실현을 위한 경험소비 분야이다. 물질보다 경험과 무형의 가치, 즉 건강과 자기계발, 여가문화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소비자들은 집이나 차와 같은 기성세대가 중요시하던 물질적 소비를 줄이는 대신 세계여행 준비 등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자아실현을 위한 경험의 가치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급격하게 해외여행객이 증가하는 것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해외 출국자수가 2,000만 명을 넘어섰고, 올해는 지난 3월까지 매월 200만 명이 넘게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면 올해 해외 출국자수는 2,50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여행이 가치소비의 대표적인 품목이 된 것은 비용이 좀 들더라고 바쁜 일상에서 지쳐가고 있는 자신을 위해 떠나기 때문이다.
2015년 트렌드모니터의 ‘가치소비’에 대한 조사(중복응답)에 따르면, 여행(38.2%)에 뒤이어 음식•먹을거리(33.6%), 의류(32.6%), 패션잡화(30.9%), IT•전자제품(30.2%), 공연관람(28%), 운동(23.9%), 도서(22.6%), 차•커피(22.3%)의 항목 순으로 자신을 위해 지출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자신을 위해 투자하려는 의지가 강했으며, 1인 가구가 다른 형태의 가구에 비해 더 많이 가치소비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62.6%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미활동을 즐기는 순서는 20대(70.8%)가 가장 활발하고, 뒤이어 50대(65%), 30대(62.6%), 40대(55.8%)의 순이었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