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성장 정체’ 등의 단어가 현 상황을 말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질소득 역시 감소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들은 지갑을 닫으며 절약을 넘어서 ‘짠돌이·짠순이’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짠테크를 위한 다양한 생활 비법을 공유하고 있다.

Editor 도경재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지혜의 공유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어느 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이용은 물론이고 대중교통과 몸이 아플 때, 심지어는 세금과 관련해서도 ‘똑’ 소리 나는 비법을 공유하고 있다.

짠테크, 재테크에서 시작된다 
짠테크의 기본은 재테크에서 출발한다. 달인들은 재테크의 시작은 ‘통장나누기’라고 말한다. 월급을 관리하여 재테크를 시작하려면 사용 목적에 따라 소비통장과 저축통장, 비상금통장 등 적어도 3개 이상의 통장으로 나누어야 한다. 특히 목돈 마련이 쉽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통장나누기는 필수이다.
소비통장은 식비, 교통비 등 생활비를 넣어두는 통장으로, 가능하면 체크카드를 사용하여 생활비 한도를 넘지 않는 소비습관을 기른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비상금통장은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되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돈을 모으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소비를 원천봉쇄하는 강제저축을 권한다. 저축금리가 1~2%정도임을 감안하면, 강제저축은 이자보다는 돈을 안 쓰고 쌓아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선저축 후지출’이 전통적인 강제저축 방식이라면, 요즘은 이에 더하여 생활비를 아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또는 생각지 않은 돈이 생길 때마다 바로 저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 매월 1일 1,000원을 기준으로 매일같이 1,000원씩 더하여 30일에는 30,000원을 저금하는 방식으로 강제저축을 하기도 한다.
한편 빠른 시일 내에 목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던 이른바 ‘풍차돌리기’ 역시 절약의 대명사가 되었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적금을 하나씩 가입하는 방식으로, 모두 12개의 적금을 유지한다. 만기가 된 적금은 정기예금으로 묶어놓고, 또다시 새로운 적금을 드는 풍차돌리기 역시 이자보다는 돈을 쓰지 않는다는 데 목적이 있다. 이 경우, 매달 한번씩 적금의 만기가 돌아오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조조할인에 보건소까지 일상이 절약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사용 비율을 신경 쓰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체크카드는 총 급여액의 25%를 넘으면 30% 공제가 가능한 반면 신용카드는 총 급여액의 25%를 넘겨도 15%만 세제혜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봉과 카드 사용 금액에 따라 공제액의 차이가 크므로 본인의 소득과 지출 내역을 파악해 카드별 사용 비율을 정하는 것이 좋다.
생활 속에서의 절약은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휴대폰과 인터넷, TV 등을 결합하거나, 가족끼리 같은 통신사로 묶으면 통신비용이 절감된다. 여기에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편의점을 비롯한 각종 매장에서 사용가능한 포인트와 휴대폰 데이터 추가는 보너스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교통카드를 이용해 오전 6시30분 이전에 대중교통을 탑승하면 기본요금의 20%를 할인받는 조조할인이 바로 그것이다. 2015년 6월 서울시가 처음 도입한 이 제도는 일단 6시30분 이전에 탑승하면 6시30분이 지나 환승을 하더라도 할인율이 유지된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경우라면 ‘지하철 정기승차권’ 사용을 권한다. 구간요금의 44회 사용 가능한 요금(ex. 기본구간 1,250원 x 44회 = 55,000원)으로 정기승차권을 구입하면, 한 달간 60회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금액으로는 20,000원 정도 아낄 수 있다. 단, 지하철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기에 버스와의 환승이 불가한 점이 아쉽다.
늦깎이 중·고등학생도 대중교통 이용 시 청소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15년 10월부터 대중교통 청소년 할인 적용대상을 기존의 13~18세뿐 아니라, 19~24세의 중·고등학생까지 확대 실시하고 있다.
몸이 아프면 찾아가는 병원. 그러나 정작 진료시간보다는 대기시간이 더 길어 짜증나기 일쑤다. 잠시잠깐 동안 의사와 면담의 댓가로 진찰료를 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가벼운 증상의 감기나 혈압이나 고지혈증 등 장기간 약을 복용하는 경우라면 보건소를 찾을 일이다. 약품 구입 비용이야 마찬가지이지만, 보건소에서 진찰을 받으면 처방전까지 단돈 500원으로 해결된다. 65세 이상이라면 이마저도 무료이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한방치료, 물리치료는 물론 치과치료 등도 가능하다. 또, 만성질환의 경우 집중적인 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서 오랫동안 들어온 보험을 유기하기 어려울 때면 감액제도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액이란 그동안 납입해오던 보험료를 줄이는 제도로,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입한 계약의 보험기간과 지급 조건은 그대로 두고 보장금액만 낮추는 것이다. 보험사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해지보다는 감액제도 활용을 고려해볼만 하다.
노년층이라면 보험료를 더 내지 않고 지금까지 낸 보험료 한도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감액완납도 방법이다. 물론 보장규모는 줄어든다. 이 외에도 보험료 자동이체 납입 할인과 보험 납입기간 늘리기 등을 통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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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Tech] 전성시대
재(財)테크, 시(時)테크, 휴(休)테크, 세(稅)테크… 분야를 가리지 않고 테크가 유행이다. 수많은 테크 가운데 핀테크(Fintech)만이 금융용어로 세계 공통어일 뿐 나머지는 모두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조어이다.
재테크의 경우 재물을 의미하는 한자어 재(財)와 기법·기술을 의미하는 technique의 합성어로, Fintech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한때 유행하던 시테크는 시간을 돈으로 인식하고,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관리함으로써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2003년에 국립국어원의 ‘신어’ 자료집에 수록된 휴테크는 휴식과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창의력을 키우고 자기 개발을 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일로 설명된다. 여러 절세방법을 통해 세금을 줄이는 세테크를 잘 활용하는 것도 삶의 지혜라 할 수 있다.
음식과 기술의 융합을 의미하는 푸드테크는 외식창업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땅테크, 금테크에 이어 심지어는 금리가 낮은 것을 이용해 빚을 내서 돈벌이하는 빚테크, 안쓰는 물건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중고테크도 유행이다.
OO테크라는 용어는 신문·방송을 통해 새롭게 소개되면서, 확산되고 있다. 비행기표를 싸게 살 수 있는 표(票)테크(중앙일보 2016), 주택연금 관련 반퇴(半退)테크(중앙일보 2016), 퇴직연금 관련 몸값재테크(동아일보 2015)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2011년에는 샤넬 백을 이용한 재테크라는 ‘샤테크’가 유행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샤넬 가방을 싸게 사온 뒤 차익을 남기고 파는 수법을 일러 ‘샤테크’라고 했다. 결혼을 재테크와 연계한 ‘혼테크’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자칫 혼테크가 재(災)테크가 될까 염려스럽다’며,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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