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노미를 이끄는 것은 ‘나 홀로’ 문화이다. 어떤 것이든 ‘나 혼자’ 하는 것을 뜻하는 ‘혼’으로 시작되는 신조어들이 넘쳐나는 것에서 나 홀로 문화가 얼마나 많이 확산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혼밥, 혼술, 혼놀, 혼영, 혼행 등에서 그치지 않고, 혼클(혼자 클럽가기), 혼캠(혼자 캠핑하기) 등 보다 다양한 문화생활로 확장되고 있다.  

Editor 도경재 

 

1인 가구와 함께 자기만족을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2월, 잡코리아는 ‘나 홀로족 트렌드’ 조사 결과 ‘혼자 무언가를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한 사람이 96.4%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94%는 혼밥의 경험이 있으며, 73.4%는 혼자 영화를 보았다고 답했다.

자발적 혼족을 위한 경제 확산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절반에 가까운 40.6%에 달했다. 또 19.7%는 공연․여행 등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19.5%는 혼자 할 때 진정한 힐링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픈마켓 옥션이 2016년 11월 실시한 ‘혼족 트렌드’ 설문조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는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이고 싶을 때’라고 답했다. 이어 평소 하지 못했던 자기계발 또는 여가 생활을 즐기고 싶을 때(27%)와 억지로 주변 사람의 기분을 맞춰가며 감정소모를 느낄 때(21%)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응답자의 86%가 ‘혼밥/혼술 등의 경험이 있다’며, 혼밥/혼술 등 혼족에 대해 ‘자유롭고 편해보인다(66%)’고 답해 1코노미가 누구나 즐기고, 원하는 사회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개인주의적 또는 자신만을 위하는 사고방식의 확산은 자연스레 ‘1코노미’라는 새로운 경제현상을 불러왔다. 자발적으로 혼자인 소비생활을 즐기는 얼로너(Aloner)는 사회 전반에 걸쳐 소비 패턴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며, 그 중심에 서게 되었다.
1코노미의 가장 두드러진 소비 형태는 ‘공유경제’이다. 돈이 없으며, 낭비를 싫어하고, 소유보다는 경험을 구입하는 성향 때문에 ‘공유’를 선호한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관련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혼족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거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혼족들은 앱을 통해 혼밥, 혼술이 가능한 식당을 찾거나, 다양한 온․오프라인 모임과 강연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셰어링 포털’을 통해 상품을 공유하기도 한다. ‘쏘시오’ 앱을 통해 구매하기엔 아깝지만 이따금씩 필요한 물품을 나눠 쓸 수 있다. 그 종류는 취미용품에서부터 노트북, 카메라, 전동드릴까지 매우 다양하다.

혼밥에도 레벨이…편의점에서 술집까지
2016년 가을에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역시 시대상황을 반영하여 혼술족을 주인공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혼술족에게는 상당히 공감을 주었겠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고급 술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현실 속에서 혼밥, 혼술족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집에서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그맨 김숙은 2016년 10월, 한 방송에서 ‘혼밥은 싱글의 필수 조건’이라며, 혼밥에도 레벨이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혼밥 레벨은 1단계 편의점, 2단계 푸드코트, 3단계 패스트푸드점, 4단계 분식집, 5단계 중국집, 6단계 유명 맛집, 7단계 패밀리 레스토랑, 8단계 고깃집에 마지막 9단계는 술집이다.
유통업계는 이미 오래전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도시락을 출시했으며, 최근에는 혼밥족을 겨냥한 ‘1인 세트’를 출시하고 있다. 파파존스는 혼자 즐기기에 적당한 크기의 레귤러 세트를 선보였고, 세븐일레븐은 혼밥족을 겨냥한 분식 세트메뉴 ‘Mr 김떡만’(김밥, 떡볶이, 만두)을 출시했다. 통큰치킨으로 인기를 끌었던 롯데마트는 일반 닭보다 20% 정도 작은 닭을 이용해 저렴한 1인용 치킨인 ‘혼닭’을 선보였다. 이마트의 ‘피코크(Peacock)’는 포장지에 쓰여 있는 간단한 조리법에 따라 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상품을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식음료업계도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신상품 개발과 기존 상품 리뉴얼 출시 등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상품들은 용량이 많아 1인 가구의 경우 다 먹지 못하고 보관도 어려워 처치 곤란했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소량으로 포장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농심켈로그는 컵 형태의 소용량 용기에 담은 ‘켈로그 컵 시리얼’을 출시했다. 한 끼 분량의 시리얼을 담은 컵 위에 투명한 뚜껑이 제품을 보호해 휴대하기도 좋다.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비롯한 인기 파이 4종에 대해 편의점 전용 2개들이 패키지를 출시했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빙그레 ‘투게더’도 제품 출시 42년만에 처음으로 소용량 제품인 ‘시그니처 싱글컵’을 선보였다. 시그니처의 용량은 기존 제품의 8분의 1 수준인 110ml이다.

혼자 마시고, 혼자 놀기…혼족 상품 늘어
주류업계에서도 급격히 늘고 있는 혼술족을 잡기 위해 나섰다. 2016년 10월, 잡코리아와 보해양조가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1%가 혼술을 하고 있으며, 혼술 장소로는 92.6%가 집이라고 답했다.
보해양조는 혼술족을 겨냥해 탄산주 ‘브라더#소다’를 기존 750ml 페트제품에 이어 355ml 캔제품을 새로이 출시했다. 조니워커는 200ml의 소용량 위스키를, 전통 주류업체인 국순당의 ‘아이싱’ 등도 소용량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배상면주가의 하우스 막걸리 브랜드 ‘느린마을양조장&펍’에서는 혼술족들이 선호하는 ‘잔’막걸리도 판매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혼술족을 겨냥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동원F&B는 캔을 따기만 하면 바로 안주를 먹을 수 있는 안주캔 전문브랜드 ‘동원 포차’를 선보였다. 동원 포차는 100g 이하의 제품으로, 1인분으로 알맞으며 휴대와 보관도 간편하다. 사조해표가 선보인 ‘더 매운 고추참치’는 기존보다 2.4배 매우며, 별도의 조리 없이 술안주로 먹거나 비빔밥․비빔국수 등의 양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편의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1인 가구 상품브랜드 ‘싱글싱글(SINGLE SINGLE)’을 통해 ‘직화돼지불고기’, ‘직화돼지껍데기’ 등 혼술족을 위한 안주를 선보였다. 미니스톱도 ‘미니포차 정통탕수육’과 ‘미니포차 치즈소세지야채볶음’을 판매중이며, ‘점보닭다리’ 등은 혼술족에게 인기를 끄는 안주이다. 혼술이 자연스러운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혼술족을 겨냥한 제품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혼자 노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혼자 놀기에 속하는 ‘혼영’, ‘혼행’은 혼밥․혼술보다 높은 단계이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혼영족을 위해 6개관의 5열 전체를 싱글석으로 만들어 혼영족을 배려했다.
혼행족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015년 1인용 여행상품을 구입한 혼행족은 20만 6천 명으로 2011년의 4만 6천 명에 비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혼행의 이유로는 20~30대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고, 40대는 ‘혼자 다니는 게 편해서’였다.
노는 것만이 아니라 혼자 일하는 1인 기업도 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에 달하는 시대에 청년들은 선택 받아야 살아남는 ‘픽미세대’가 되었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청년층 가운데 일부는 스스로 창업 또는 창직에 나서면서, 1인 기업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 1인 미디어)이 대표적이다. 1인 미디어의 경우 생산과 소비, 다시 말해 서비스의 소비와 경험의 판매 사이에 경계가 없다. 신제품 리뷰만으로 소득을 올리는 파워블로거와 먹방 또는 유머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인터넷 방송, 유튜버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를 경험한 사람이 직접 영업을 하는 새로운 형태가 등장한 것이다.

1코노미 대상 다양한 이색제품 등장
유통 및 생활용품 업계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이색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에서 판매 중인 ‘올리브영 때둥둥장갑’은 양손 모두 착용 가능해 혼자서는 밀 수 없는 등의 때도 힘들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의 특유의 집냄새를 없애주는 섬유향수도 인기다.
3M의 ‘스카치브라이트 크린스틱’은 욕실청소용 제품으로 세균 제거와 보호막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리필형의 제품이다. 세제를 함유한 S자 모양의 수세미로 변기 안쪽까지 간편하게 닦을 수 있고 수세미 교체가 가능해 위생적이다.
락앤락은 1인분만 조리가 가능한 ‘스피드쿡 라면냄비 16㎝’를 출시했다. 용기에 눈금선이 표시돼 있어 빠르고 쉽게 조리할 수 있는 냄비는 뚜껑을 뒤집어 접시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젓가락을 꽂을 수 있어 편리하다. 씨엔티코리아의 ‘스텐락 스텐 사각 배식반’은 적정량의 반찬을 담을 수 있고 설거지의 양을 최소화하는 식판이다. 2곳의 반찬 칸은 분리되어 있어 최대 5종류의 반찬을 담을 수 있다.
1인 가구를 위한 초간편 미니 전기밥솥도 눈길을 끈다. 1인용 미니 밥솥은 15분이면 취사가 가능하고, 전력 소비량도 적은 편이다. 또 반찬통이 따로 있어서 도시락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라면 쿠커 역시 싱글족에게 인기다. 1인분 제품으로 전자레인지로만 라면을 끓일 수 있으며, 계량컵 없이 조리가 가능하다.


1코노미, 마케팅에 접목되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자연스레 소비형태의 변화를 가져왔고, 소비의 변화는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을 변화하게 했다. 1코노미가 마케팅의 접점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광고에서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혼자서도 잘 먹고’, ‘혼자서도 잘 노는’ 모습이 광고에 등장하면서, 1코노미는 마케팅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1인 가구의 소비패턴을 겨냥한 맞춤형 특성화카드를 출시했다. 신한카드의 ‘미스터 라이프’ 카드는 올빼미족을 위한 카드다.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식음료 업종에 한해 하루 1회, 월 10회로 건당 10만 원까지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KB국민카드의 ‘청춘대로 싱글 체크카드’는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카드다. 매월 1, 11, 21, 31일 싱글데이에 편의점 업종에 관련해 10% 할인해주며, 평소에는 기본 5%를 환급 할인을 적용한다.
우리카드의 ‘All For Me’ 카드는 싱글족의 소비패턴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카드로, 7대 업종에 대해 자동 청구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7대 업종이란 편의점, 홈쇼핑, 온라인쇼핑, 할인점, 병원, 이동통신, 대중교통을 말하며, 순위별로 차등 할인이 적용된다. 소비자 스스로가 자신의 소비패턴에따라 1등부터 7등까지 순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 시기별 특별 마케팅도 실시되고 있다. 지난 연말, 옥션은 발빠르게 1코노미족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1탄 ‘혼자 떠나는 여행’에 이어 2탄 ‘혼자 즐기는 문화’, 3탄 혼자 먹는 밥과 술 ‘혼술상 패키지’, 4탄 혼자 하는 노래와 취미 ‘코인노래방 노래 배틀’을 이어갔다.
한편 2016년 12월 16일에는 판매가 100원의 ‘혼즐남녀를 위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매년 연말이면 커플들을 위한 콘서트와 음악회가 개최되는 것에서 착안, 혼자 놀기 트렌드를 반영하여 성황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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