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00년 전후만해도 4인 가구(부부와 자녀2)가 일반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1~2인 가구가 대세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1990년 102만 명에 불과하던 1인 가구는 2015년 520만 명으로 5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는 전체 가구(1911만 1000가구)의 27.2%로 가장 많았으며, 2인(26.1%)과 3인(21.5%), 4인(18.4%) 가구가 그 뒤를 이었다.

Editor 도경재

1인 청년가구는 2015년 기준 65만여 가구로, 통계청이 1인 가구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6년에 비해 1인 청년가구의 수가 29.8% 증가했다.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라 소비트렌드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구조도 변화시키고 있다.

사회 현상 반영한 경제 신조어 등장
1인 가구의 비중은 2020년 30%, 2035년 34.4%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대표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잡은 1인 가구의 증가와 ICT의 발달은 개인 중심의 경제활동을 등장시켰다. ‘내(me)가 주체가 되는 경제활동(Economy)’을 뜻하는 ‘미코노미(Meconomy)’가 바로 그것이다. 미코노미는 개인이기 때문에 거시경제가 아닌 소규모 단위의 경제를 지향한다. 미코노미라는 용어는 제레비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에서 처음 언급되었듯이, 미코노미 현상은 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여기에 최근 1인 가구 문화가 정착․급부상하면서 ‘1코노미(1conomy)’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말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함께 분석한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 1인 경제와 관련한 2017년 소비트렌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1코노미를 시작으로 욜로 라이프, B+ 프리미엄, 픽미세대, 캄테크, 영업의 시대, 바이바이 센세이션, 수요중심시장, 각자도생, 경험 is 뭔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중소기업뉴스> 역시 2017년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로 ‘욜로(YOLO)’와 ‘1코노미’를 선정했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과거 ‘나 홀로’ 또는 ‘1인 가구’는 외톨이 또는 처량한 존재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나 혼자 하는 일들이 시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1코노미의 탄생 배경에는 몇 년 전 시작된 2저1고가 있다. 2저1고는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를 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수록 취업은 힘들고, 정보통신을 비롯한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여 일자리는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 이에 믿을 것은 오직 나 자신밖에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신조어가 제각기 살아나갈 방도를 꾀한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각자도생이 만들어낸 소비문화가 바로 1코노미와 욜로 라이프다. 1코노미가 혼밥․혼술 같은 혼자 소비하는 것을 말한다면, 욜로(YOLO)는 ‘한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이다. 이는 ‘혼자라도 즐기자’는 소비방식이 문화로 자리잡은 결과이다.

관점 따라 욜로-1코노미-각자도생
신조어 1코노미와 욜로 라이프, 각자도생은 같은 말이지만,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한 것일 뿐이다. 각자도생이 부정적 관점인 반면 욜로 라이프는 긍정적인 해석이고, 1코노미는 중립적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욜로는 현재를 맘껏 즐기며 후회 없이 사랑하는 실천을 중시하는 스타일의 트렌드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충동적이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욜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 미래가 아닌 현재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소비 스타일이다.
중립적 관점의 1코노미 역시 ‘혼자 즐기는’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혼밥(혼자 식사)’,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 등 혼자서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1코노미의 확산이 반드시 1인 가구에만 해당하는 트렌드는 아니다. 캥거루족, 비혼족, 딩펫족(아이 없이 애완동물을 키우며 사는 맞벌이 부부) 등 개인주의 시대가 확산되면서 사회 전반의 소비패턴이 변하고 있다.
커피 한잔을 어떻게 마시는가에서 욜로와 1코노미를 구분하기도 한다. 스타벅스에서 카라멜마끼야또를 마시면 욜로 라이프, 롯데리아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면 1코노미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같은 소비 트렌드를 ‘가성비’ 측면에서 볼 때 나타나는 것이 B+ 프리미엄과 바이바이 센세이션, 캄테크 등이다. B+ 프리미엄은 A급 상품 또는 서비스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삶의 질을 B급으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몸부림의 하나로 보는 것이다. 또 넉넉지 못한 삶에서 프리미엄급 소비를 위해 꼭 필요치 않은 상품을 사는 것을 과감히 포기하는 바이바이 센세이션(Bye-Buy Sensation)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조용한 배려 기술인 캄테크(Calm Tech) 역시 가성비를 생각하는 소비문화의 일환이다. 마크 와이저(Mark Weiser) 컴퓨터학 박사는 캄테크를 ‘정보를 주지만 관심이나 주의는 요구하지 않는 첨단기술’로 정의했다. 캄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값비싼 첨단기술 가운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스마트홈 시장의 성장이 손꼽힌다.

싱글슈머 = 파워컨슈머
나 홀로 문화와 관련한 경제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1인 경제 소비주체가 파워컨슈머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워컨슈머로 급성장하고 있는 1인 가구 또는 싱글슈머(Single + Consumer)의 소비 키워드를 ‘솔로(S․O․L․O)’라고 규정한다. 즉, 자신을 위해(Self), 주로 온라인을 통해(Online), 저렴한 상품을(Low-price) 한번에(One-stop) 구매한다는 것이다.
혼자 소비하는 이들이 늘면서 산업과 유통에 새로운 변화가 생겨났으며, 기업의 마케팅도 변하고 있다. 2016년이 1코노미의 시작이었다면, 2017년은 확장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나 홀로 문화에 최적화된 소비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1인용 간편식품은 물론이고, 1인용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각종 서비스에까지 1인 소비를 겨냥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1인 소비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의 왕성한 구매력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4년 ‘가구별 소비성향’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0.5%로 전체 평균인 73.6%보다 높다. 1인 당 소비 규모 역시 1인 가구가 가장 높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16조 원에 불과했던 1인 가구 소비규모가 2015년 86조 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120조 원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이 3~4인 가구보다 높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중에서 소비와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2.9%로 나타나 17.2%에 그친 3~4인 가구에 비해 두 배 가량 높다. 금액으로 말하면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80만 5천 원으로, 3~4인 가구의 73만 5천 원보다 많다.
한편 1인 가구의 증가 이유는 크게 셋으로 나뉜다. 청년층은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출산을 포기했기 때문이며, 중년은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골드 미스․미스터’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평균수명이 늘면서 이혼과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노인이 늘면서 고령층의 1인 가구의 급증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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