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불러오는 영역파괴와 융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시작된 변화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전문에디터 도경재 

고메이 494

이탈리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표적인 유통기업은 대형 매장을 토대로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린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나섰다. 떠나 가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자체브랜드(PB) 상품 강화는 물론 변화의 대표적인 모델로 '그로서란트'의 확장을 들수 있다.

국내 첫 그로서란트, 고메이494

처음 그로서란트를 접한 사람들은 ‘마트 야? 음식점이야?’ 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식재료를 파는 그로서리와 음식을 먹는 공간인 레스토랑이 한 자리 에, 함께 있기 때문이다. 쇼핑을 하는 옆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낯설 지만,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이미 익숙하 면서도 효율적인 공간이다.

국내에서 최초로 그로서란트를 선보인 곳은 갤러리아 백화점이다. 갤러리아는 2012년부터 명품관 식당인 고메이 494(Gourmet 494)를 운영 중이다. 미식 가를 뜻하는 Gourmet와 함께 갤러리아의 번지수인 494를 결합한 고메이494는 ‘미 식가들을 위한 고급 식재료와 맛있는 요리가 있는 즐거운 소통의 공간’을 추구한다.

고메이494는 식재료와 식음시설이 혼재된 비정형 매장으로 엄선된 식재료와 국내 최고의 맛집이 결합된 새로운 식음쇼핑 공간임을 내세운다. 이를 위해 고메이는 쇼핑에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도입한 위치기반 서빙 서비스 Smart Finder, 신선한 간식 채소와 즉석에서 볶은 견과류의 경험을 제공하는 Bake & Roast, 식육전문 마이스터의 오픈된 손질 서비스 공간인 Open Butcher, 대용량 상품을 계산대에 직접 전달하는 Buy Big 서 비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한편 고메이는 신선함·소통·상생·문화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가치로 정했다. 식품 안전과 고객의 건강한 생활에 기여하고자 계약재배, 수경재배된 농산물등 모든 식재료와 음식에 신선함을 최우선 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세프가 직접 요리를 선보이는 즉석 요리시스템을 채택하고, 구매한 농산물 손질 등 적극적으로 고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또 시내 곳곳에 위치한 맛집 가운데서 선정한 전문성을 띤 중소자영업 브랜드를 입점시켜 고객을 배려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계절 메뉴 등을 통해 사고, 먹는 것뿐 아니라 보고, 즐기고, 소통하 며, 나누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그로서란트 바람은 급격하

게 확산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지난 12월, 그로서란트 콘셉트의 레스토랑 ‘베키아에누보’를 오픈했다. 베키아에 누보는 전문 셰프가 만든 피자·라자냐 등을 만날 수 있는 델리존, 고급 빵과 케이크 구입이 가능한 베이커리존, 커피와 아이스 크림을 취급하는 카페존, 그리고 파스타 면과 소스, 오일, 치즈 등 이탈리아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그로 서리존으로 구성된다.

 

존쿤 델리미트

 

그릭슈바인

백화점 업계 강타한 그로서란트 바람

이에 앞서 지난 2014년 8월,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9년만에 식품관을 재개장했다. 당시 유기농 농축산물을 파는 슈퍼마켓에 전통식품 전문관을 접목해 차별화를 꾀했다. 청담점과 마린시티점, 목동점에는 SSG푸드마켓 운영 으로 특화하고 있다. 청담점의 그래머시 홀은 SSG푸드마켓에서 검증된 식재료를 활용하여 만든 음식을 간편하게 즐길 수있다. 양식부터 인도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호텔 출신 셰프의 솜씨로 즐길 수 있다. 마린시티점의 프리미엄 신선마켓에서는 산지 직거래 농장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신세계는 SSG푸드마 켓과 피코그키친, PK마켓 등을 활용해 그로서란트 매장을 더욱 늘려나간다는 방침 이다.

2015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그로서란트 ‘이 탈리(Eataly)’ 매장이 있다. ‘Eataly is Italy’라는 자부심을 지닌 이탈리는 이곳 에서 파는 모든 음식의 재료를 따로 구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는 그로서란트 ‘PECK’이 자리하고 있다. 펙은 밀라노 상류층이 향유하는 고품격 프리 미엄 그로서란트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1883년 요리의 대가이던 프란체스코 펙 이 밀라노 상류층을 위한 고급 식재료를 만들고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업을 시작한 것이 그 시초이다.

펙에서는 파스타와 치즈, 커피 등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를 그대로 만든 메뉴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펙에서 취급하는 대부 분의 식재료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육류 숙성고와 와이너리 등에서 공수된다. 식품점에서는 밀라노 펙 그대로의 파스타와 트러블 제품, 발사믹, 올리브유 등의 재료를 구입할 수 있다. 또 펙이 선정한 와이너 리에서 직접 제조한 Peck PB와인도 만날수 있다.

육가공 업체도 전문성 살려 시장진입

지난 2013년 말 축산물위생관리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서도 정육점에서 직접 수제햄이나 소시지 제조가 가능해졌다.

이를 계기로 육가공업체들도 매장과 식당을 결합한 그로서란트 영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30년의 육가공제품 노하우를 지닌 S푸드는 신사동을 비롯해 서울·경기 4곳에 그로서란트 매장인 ‘존쿡 델리미트’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정통 육제품과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으며, 매장 내 공장설 비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햄과 소시지, 베

그릭슈바인

이컨, 바비큐 등 델리미트를 매일 만날 수있다. 존쿡 델리미트는 현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제품의 경험과 정통의 맛과 문화 공간 느끼기, 그리고 맛있는 메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자는 슬로건(Experience, Learn, Enjoy, Share)을 내걸 었다.

(주)대경햄이 지분의 70%를 출자한 (주) KMCI가 개발한 어반나이프(Urban Knife)는 독일식 메츠거라이(Metzgerei, 정육점)를 추구하는 브랜드이다. 어반나 이프에서는 독일식 햄과 소시지를 중심으로 한 메뉴를 맛볼 수 있으며, 50여가지의 고품질 육가공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8월 육가공 전문회사인 알프스 식품을 인수해 ‘그릭슈바인’ 레스토랑 브랜드를 만든 SPC삼립 역시 영역을 확대 하고 있다. SPC그룹은 제빵전문기업에서 글로벌 식품종합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그릭슈바인을 본격적인 그로서란트 브랜 드로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그로서란트의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또 백화점을 비롯한 기업들이 그로서란트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은 식사와 장보기를 마친 고객들이 오랜 시간 머물면서 쇼핑을 하는 ‘분수효 과’와 ‘샤워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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