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Brunch

박소현서울바른현치과 원장 / BLCC wine academy 강사  CIVB 보르도 와인 전문과 과정 수료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EST Level 3 pass with distinction 보유 프랑스 와인 전문가 과정 FWS 취득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 BLCC wine academy 강사  
CIVB 보르도 와인 전문과 과정 수료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EST Level 3 
pass with distinction 보유 
프랑스 와인 전문가 과정 FWS 취득

새봄을 맞아 와인에 입문한다면 와인을 즐기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할지 궁금할 것이다. 다음 세 가지를 마련하면 가격 여하를 막론하고 어떤 와인이라도 그 가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첫 번째는 잔이다. 초심자가 단 하나의 와인 기물에 투자한다면 필자는 주저없이 좋은 잔을 구비하라고 조언한다. 잔은 맛뿐 아니라 특유의 향을 알 수 있게 도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와인은 종류에 알맞은 잔에 담겨야 본연의 향이 유지된다. 레드 와인 잔은 향을 집중시키는 보르도 잔과 볼이 넓어 내부에서 와인의 향을 퍼뜨리는 피노누아 잔으로 나눌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차가운 온도가 좋으므로 레드 와인 잔보다 크기가 다소 작다. 다만 향을 더욱 느끼고 싶을 때는 레드 와인 잔을 사용하기도 한다. 즉 같은 와인이라도 잔이 달라지면 맛과 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잔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와인별로 잔을 구비하기에 번거롭다면 다양한 와인을 하나의 잔으로 고루 즐길 수 있는 유니버설(universal) 잔도 고려할 만하다.

다양한 와인 잔들

두 번째는 온도다. 따듯한 콜라의 청량감이 상상되는가? 와인 역시 서빙에 알맞은 온도가 따로 있다. 만약 샴페인을 나누고 싶다면 충분히 차게 만들어 가져가길 바란다. 도착 후 차갑게 만들기엔 시간이 걸리니 말이다. 와인 애호가는 와인의 서빙 시 온도를 중요시한다. 그만큼 같은 와인도 온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보편적으로 화이트 와인은 차가워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레드 와인은 실온(15~18℃)으로 서빙돼야 탄닌이 부드러우며 복합적인 향을 풍성하게 제공한다. 샴페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보다 풍부한 향을 원한다면 차가운 것보다 온도를 약간 올리는 것이 좋다. 보조레처럼 신선하게 즐기기 좋은 레드 와인의 품종은 실온보다 살짝 차게 마시길 추천한다. 첫 잔을 음미한 후 그날의 와인 상태와 주변 온도에 맞게 조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애호가는 와인을 마시는 내내 맛과 향이 가장 좋게 유지되도록 온도를 계속 체크하며 정성을 기울인다.

칠링 중인 샴페인

세 번째는 시간이다. 와인은 모든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한 산물이다. 포도의 생장, 와인 양조, 병 속의 와인이 최고가 되기까지 숙성되는 시간, 오랜 추억을 선사할 시간. 이 중 시간이라 한다면 대부분 병 속에서 오래 묵으면 어떤 와인도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모든 와인이 병 속에서 일정 시간 지난다고 해도 부드러워거나 이전에 갖지 못한 다양한 숙성의 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숙성 잠재력을 가진 잘 만들어진 ‘좋은 와인’이 제대로 보관됐다면 그 와인은 병 속에서 시간을 머금고 ‘훌륭한 와인’으로 성장한다. 이때 직사광선과 진동이 없고 일정 습도가 유지되며 서늘한 환경에서 코르크가 젖도록 보관하는 것이 좋다. 

셀러에서 시간과 함께 숙성 중인 와인들

또한 병에서 숙성되는 기간 역시 포도 품종이나 양조된 스타일, 같은 와인이라도 빈티지 등에 따라 다르다. 숙성 잠재력이 없는 와인은 병 속에서 오래 있으면 오히려 신선한 매력을 상실하므로 출시된 후 바로 마시자. 간혹 숙성 시간이 필요한 와인을 일찍 열었을 때의 아쉬움이나 오히려 너무 오래 숙성돼 매력의 정점이 지난 경우 그 아쉬움을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따라서 좋은 빈티지 와인의 묘미는 기다림에 있다. 결코 사람이 만들 수 없으며 오직 시간만이 가능한 영역이다. 다만 와인이 절정기를 넘기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적당한 시점의 와인 오픈을 판단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제대로 즐기는 와인 한 잔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와인을 더 향기롭게 피워 줄 와인 잔과 최적의 온도 그리고 시간과 함께 새봄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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