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이성용
아서디리틀(Arthur D.Little) 코리아 대표 

요즘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한국증시 저평가)’가 큰 화제로 이미 다년간 논의되어 온 문제다. 왜 한국 내수 시장은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과소평가할까? 한국 시장 밖에서 국내 기업이 상장되면 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될까? 한국 기업이 가치 평가의 잠재적 최대치를 달성하는 것을 막는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전술적 문제점은 무엇일까?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련 이슈들에 대해 필자는 30여년 전에 저술한 책 <코리아 디스카운트>
를 통해 밝혔다. 이 책은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바 있다. IMF 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고 적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마주하고 있다.
30년 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 북한의 전쟁 시나리오 같은 거시적 위협은 아직 남아있지만 예전보단 덜하다. 국내 상황이 상당히 개선됐음에도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 더 명확하고 일관된 자본 정책을 요구한다.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은 이제 정부, 민간 부문에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 정부가 일본을 모방해 주가순자산비율(PBR) 1.0 미만의 기업을 정밀히 조사하려는 긍정적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으키는 다른 주요 문제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산업에서 국내 은행들의 평균 PBR은 0.4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으며 지난 30년간 거의 변동되지 않았다. 경영진의 많은 아이디어와 홍보, 투자자와의 소통 활동에도 효과는 미진했다. 이러한 문제는 금융 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철강 회사로써 생산성과 기술 수준으로 널리 존경받지만 전 세계의 철강 회사 중 PBR이 가장 낮다. 심각하게 저조한 PBR은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이해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마치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문제와 비슷한 양상인데 오히려 더 어려운 것 같다. 액티브 펀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사모 펀드 투자, ESG 운동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하고자 움직였지만 의미있는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정부 관계자가 필자에게 상장된 공기업에 대한 일련의 조치를 조언해달라 요청했다. 내 제언은 모든 주요 경영진의 재선임(연임)과 인센티브를 주가, 이익에 연동하라는 것이었다. 이 지표들은 명확하며 모든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주가 변동에 따른 한국의 CEO 평가나 보상, 불이익 등의 사례는 매우 드물다. 회사의 지배구조 전체는 주가 하락과 상승에 대해 신중히 조사받고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제도의 결정적 고리는 감독기관과 투자자, 애널리스트, 언론이다. 매년 연말 주주총회로 발표된 실적과 주가는 뉴스 1면으로 장식돼야 한다. 그로써 회사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해당 문제를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와 이사회의 미래가 이들 숫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 주주들은 특정 목표 숫자가 달성되지 못할 시 적절한 시기에 맞춰 이사회와 경영진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이처럼 한 회사의 지배구조가 강력한 시스템과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당 회사뿐 아니라 한국 사회를 계속 고질적으로 괴롭힐 것이다. 어쩌면 가혹하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대응만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개선 속도를 높일 수 있다.이와 같은 종류의 엄격한 칙령보다 완화된 방법으로 접근하면 국내 PBR 1.0 이하인 300여 개 기업과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다수의 금융 기관은 계속 그 수준에 방치될 것이다. 슬픈 현실이면서 가혹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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