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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대창그룹 부회장/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ADeKO(한국독일네트워크) 이사장
김효준
대창그룹 부회장/연세대학교 경영대학 특임교수
ADeKO(한국독일네트워크) 이사장

0.7%대로 낮아진 세계 최저의 출생률이 자칫 대한민국 소멸로 이어질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론 교육체계에 관한 변화가 답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들 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 중반에 이릅니다. 40% 중반대인 OECD 국가의 평균 진학률과 비교하면 상당한 학력인플레가 있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해도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큰 그룹사에 취직을 해도 1~2년 내에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직을 하는 비율이 20%가 넘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대기업들의 신입사원 기피현상도 커진다고 합니다. 반면 중소·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인재를 채용, 양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심각한 인력의 미스매칭이 있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정규직원과 각 임시직원의 급여비율이 100 : 75 : 50 : 35 라고 합니다. OECD는 2022년 한국경제보고서 브리핑을 통해 이런 현상을 Golden ticket syndrome으로 표현하며 왜곡된 교육제도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지적하고 한국의 혼인율 저조와 출산율 세계 최저를 염려했습니다.
지난 몇 년 40%를 오르내리는 대학진학률의 독일은 EU국가 중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생률도 1.7% 내외를 기록합니다. 산업간, 정규 또는 임시직의 급여 차이도 10~2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교육의 정신적 학습과 실질적 학습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독일의 교육학자 케르셴슈타이너의 주장이 사회 전체에 익숙하게 이해되어 학교에서 이론을 습득(30%)하고 현장에서 전문기술을 습득(70%)하는 교육과 산업계 고도의 협업체계가 수립되어 있습니다. 
독일의 병행학습제도 중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2017년에 한국에 도입됐습니다. 국내 진출한 독일의 자동차 관련 회사들이 주축이 되어 전국의 고교생 중에 경제적 요인으로 대학진학을 못하는 학생들을 매년 100여명씩 선발해 8개월은 현장 실습, 4개월은 대학 수업을 병행하는 4년 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료 후 전문기술사 자격증과 학사증을 동시에 받아 어엿한 전문인의 역할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사회입니다.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을 확보하고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영역의 전문가들이 직업의 귀천에 구애됨 없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서로 인정받을 때 비로서 다양성(Diversity)이 존중되는 성숙한 사회가 됩니다. 만약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삼성, 현대, LG, SK, 포스코 같은 기업들이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고교생을 선발 육성하는 ‘한국형 아우스빌둥’을 실시한다면 기업이 원하는 특화된 인재의 양성을 통해 형식(학력)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시민의식을 고취해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또는 사회가치 실현을 중시하는 성숙한 사회로 이어질 것입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다양한 산업군의 전문가 배출을 통해 노동시장의 안정은 물론 혼인율과 출생율도 자연스레 해소될 것입니다. 더 늦지 않게 Ausbildung in Korea를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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