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terview

국내 최초 AI 기반 동물용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허가를 받은 혁신 기업 에이아이포펫. 사진이나 영상을  AI로 분석해 반려동물 이상징후를 알려주는 티티케어 서비스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해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반려견 비대면진료’ 서비스도 정식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주인을 맞이하며 반가워한다. 사료나 간식 봉지에 손만 대도 곧바로 반응해 꼬리를 흔들거나 앞발을 허공에 뻗는다. 목욕을 시키는 날에는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되기 일쑤다. 그럼에도 한 지붕 아래에서 서로에게 정서적으로 위안이 되는 존재, 반려동물(伴侶動物)이다.
에이아이포펫(AIFORPET)은 반려동물(강아지·고양이)을 위한 건강케어 기업이다. 2020년 4월 설립돼 10월 국내 최초 AI 기반 동물용의료기기 소프트웨어 허가를 받았다. 챗GPT의 등장 이전부터 AI를 접목해 다양한 국내 수상경력은 물론 CES에서 혁신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반려견 전용 필름형 영양제 기업 미펫과 합병 계약을 체결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반려동물 건강케어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티티케어, 반려동물 이상징후 사진 1장이면 잡아낸다
“에이아이포펫의 티티케어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을 AI가 분석해 반려동물의 이상징후를 알려줘 질환 예방과 치료에 많은 도움을 주는 앱입니다. 편리성·접근성이 뛰어나며 펫시터, 반려동물 보험, 사료 등 다양한 반려동물 산업에 적용되고 협업할 수 있습니다.”
허은아 대표가 말한 티티케어 서비스의 장점이다. 티티케어는 반려동물의 눈, 관절, 치아, 피부 등의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상징후에 대한 평균 정확도 90%를 자랑해 수의학적 전문 지식이 없는 반려인에게 유용하다. 실제로 반려견의 눈을 촬영한 결과 각막손상부터 안검외반증, 유류증, 충혈 등 10가지 항목에서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눈곱으로도 이상징후를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티티케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이외에도 반려동물의 스트레스 지수 테스트, 대소변·구토·음수량·몸무게 등 기록, 수의사의 비대면 상담, 주변 동물병원 찾기 등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다른 서비스도 보유했다.
“눈곱도 일반 눈곱과 질환에 의한 눈곱으로 구분됩니다. AI가 분석한 이상징후 확률이 50%를 넘는다면 동물병원 방문이 필요하죠. 퀄리티 높은 200만 장 이상의 사진 데이터를 학습했으며 안과·피부과·치과 등 아시아 최고의 전문 수의사들의 2차 검증까지 더해졌습니다. 여기에 수의사들의 자문 체계를 데이터 라벨링으로 접목해 신뢰도를 높였고 독자적 기술로 데이터를 경량화해 빠르게 이상징후를 알려주죠. 훼손 없이 경량화된 데이터로 여러 산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에이아이포펫의 차별점입니다.”
에이아이포펫의 혁신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포스코 IMP 경진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팁스 R&D 과제’ 선정, ‘신한스퀘어브릿지:인천 글로벌 멤버십’ 선정 등 국내를 넘어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22·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으며 올해 CES 2024에도 참여해 다시 한번 국내 기업의 저력을 보여줬다. 또한 2022년 포브스 아시아 ‘100대 유망기업’에 뽑히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도 도약하고 있다.
“CES에 참가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혁신상을 계기로 미국 반려동물 플랫폼 엔젤포, 그리스의 반려동물 보험사 훌리 등 글로벌 기업들과 MOU를 맺을 수 있었죠. 독일 및 일본 기업들과 NDA도 체결했으며 이외 해외 반려동물 행사에도 초청받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 수의사회에서도 주목받아 오하이오주립대와 함께 R&D도 실행하고 있습니다.”
에이아이포펫은 티티케어로 국내 반려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고 올해 하반기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CES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력이 세계 무대에서 통용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힌 허 대표. 올해 4월 티티케어 리뉴얼이 진행돼 반려인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향상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이아이포펫의 티티케어로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반려견 비대면진료(눈)를 이용할 수 있다.

반려동물의 비대면진료 시대를 리드하다
에이아이포펫은 지난해 6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AI를 활용한 수의사의 반려동물 건강 상태 모니터링 서비스 사업’이 가능해졌다. 다만 기존 샌드박스와 다른 점은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1호로 추진됐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반려견의 재진 및 안과 진료에 한해 원격으로 진료받을 수 있다.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는 기존 샌드박스를 고도화한 제도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에이아이포펫,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식품부 등이 주기적으로 모여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요구되죠. 사업의 문제 유무를 파악하고 개선하자는 취지이며 이번 3월 중으로 정식 시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비대면진료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수의사회, 약사회, 민간 플랫폼 등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갑론을박을 펼치는 중이다.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비대면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저희가 실시하는 비대면진료를 무조건 밀어붙일 생각은 없습니다. 당장 급하게 실현시키려 하지 않고 단계별로 협의하면서 차근차근 과정을 거치려고 하죠. 우리나라 동물병원 방문 비율은 10%도 되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이 어디가 아픈지, 어떤 증상이 발현됐는지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죠. 비대면진료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보다 동물병원·수의사와 반려인이 더욱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간 다리로써 반려동물의 질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합니다.”
허은아 대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스타트업 대표임에도 막연하고 러프한 사업 계획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으로 한 걸음씩 전진하겠다는 대목에서 경영인으로서의 내공이 느껴졌다.
“LG에서 10년 이상 근무했으며 AI·빅데이터 사업도 10년 넘게 진행한 바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오가며 경력을 쌓았죠. 물론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의 패기와 에너지,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배울 점도 많습니다만 불확실성을 안는다면 여러 리스크도 동반되죠. 많은 직원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전진하는 일, 내가 잘하는 경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허은아 대표가 에이아이포펫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올바른 반려 문화와 체계가 목표”
동물보호법 강화에 이어 최근 개고기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반려동물 관련 법안이 관심을 끌고 있다. 반려가구 600만 시대, 당연한 흐름인 것이다. 허은아 대표 역시 반려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독일에는 하루 2번, 총 1시간 이상 반려견을 산책시켜야 한다는 법이 있습니다. 시행하지 않으면 벌금형에 처하죠. 우리나라도 산책까진 아니지만 반려동물을 위한 교육이 법적으로 의무화되면 좋겠습니다. 교육을 받고 이수한 사람만이 입양할 수 있는 제도죠.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 상식부터 배변 훈련, 영양 케어 등과 책임감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한다면 반려동물의 삶이 윤택해지고 반려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미국의 쉘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반려동물 입양 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6개월 정도 반려동물의 건강 리포트를 작성해 경과를 확인합니다. 반려인이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텔레메디슨을 통해 쉘터 유나이티드와 연계된 수의사의 상담도 받을 수 있죠.”
우리나라는 반려인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직 상용화되지 못했다. 자신의 반려동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긴다면 온라인 자료를 찾아보지만 이 역시 공신력을 갖췄다고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지식이 부족하다면 반려동물도 힘들 수밖에 없다. 에이아이포펫이 교육 가이드를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에 허 대표는 관련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며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할 수 있다면 기꺼이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한국은 개 식용 나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금지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부족하죠. 반려동물의 복지를 위한 관련 법이 시행돼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거듭나길 원합니다. 물론 저희도 반려동물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올바른 반려 문화를 구축하고 이끄는 선두 기업으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단순 사업 확장이나 매출 증대보다 올바른 문화와 체계가 자리 잡고 반려동물과 반려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이바지하는 것, 바로 에이아이포펫의 목표입니다.”
에이아이포펫은 반려·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반려인이며 동물이라는 표현을 넘어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칭한다. 허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의 반려동물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과 행동이 에이아이포펫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ditor 손현욱   Photographer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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