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더 많이 일하는 한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근로시간은 평균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국가마다 자영업자와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달라 이에 대한 고려 없이 평균 근로시간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다. <OECD 연간 근로시간 비교분석과 시사점> 리포트를 통해 한국의 근로시간에 대해 짚어봤다.  

OECD에서는 매년 국가별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공표하고 있다. 가장 최근 연도인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1,901시간(전체 취업자 기준)으로 OECD 전체 38개 회원국 중 5위이며, OECD 회원국 평균(1,752시간)보다 149시간 더 길다. 단순히 비교되는 이 수치를 접하는 사람들은 대개 야근과 주말 초과근무에 시달리는 한국의 직장인들을 떠올릴 것이다. 이런 통계로 인해 언론 및 학계에서는 흔히 한국이 장시간 근로 국가임을 언급하곤 한다.
그러나 OECD의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주 40시간 이상 일하는 전일제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주 30시간 미만으로 단시간 근무하는 근로자(시간제 근로자) 및 자영업자 등 모든 형태의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 통계의 목적이 한 국가의 총 노동 투입량을 측정하는 것이지, 국가 간 장시간 근로 현황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OECD에서는 연간 근로시간 통계치의 국가 간 단순 비교를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OECD, 2023).

실제로 일한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목적
OECD가 연간 근로시간 통계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은 실제 근로시간(Hours Actually Worked)이다. 이는 한 국가의 취업자가 실제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투입한 시간을 의미한다. 근로계약을 통해 일하기로 약속된 시간이나 법적 기준 근로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일한 시간이라는 점에서 소정근로시간이나 법정근로시간과는 다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개별 국가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취업자 수와 그들의 실제 근로시간 총계를 연도별로 구해야 하며 이론상 단 1시간이라도 일한 취업자는 모두 연간 근로시간 통계의 반영 대상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그 국가의 1년간 총 실제 근로시간을 총 취업자 수로 나누어 계산한 값이다.
최근 OECD, 유럽연합(EU) 회원국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 추이를 살펴보면 2020년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코로나19 충격이 한정적이었고 장기적으로는 빠르게 감소해 왔다.
한국의 근로시간 감소 추세의 근본적인 요인은 경제성장에 동반된 생산성 향상으로 볼 수 있다. 즉,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따라서 소득이 증가한 국가의 근로자는 여가시간을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는 것이다. 한국 역시 연도별로 좌상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 장시간 근로를 통해 얻는 경제적 편익보다는 여가에 가치를 두는 추세가 관찰된다. 근로시간 감소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주 52시간 근로상한제 등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도 있다(Carcillo et a, 2023). 

연간 근로시간 비교 시 취업형태 구성이 중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그래프의 수치만 보면 대체로 9시부터 5시까지 주 5일 일하는 여타 OECD 국가의 근로자에 비해 한국의 근로자는 매일 30~40분씩 더 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미만인 근로자) 등 취업형태의 구성이 국가마다 상이하므로 OECD 연간 근로시간 통계수치를 국가 간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은 길고 시간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짧다. 그런데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모든 취업자의 평균 근로시간이므로 그 국가의 취업형태 구성에 따라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길거나 짧게 나타날 수 있다. 즉,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길어지고 반대로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큰 국가일수록 짧아진다. 한국의 경우 자영업자 비중이 비교적 크고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은 작은 편에 속해 취업형태 구성이 연간 근로시간에 미치는 영향(취업형태 구성 효과)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위해 사회·제도적 환경 조성 필요
서로 다른 두 국가 간의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비교하고자 할 때 오해의 여지가 가장 적은 명확한 방법은 동일한 취업형태끼리 비교하는 것이다. 즉, 전일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는 시간제 근로자와 비교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OECD 연간 근로시간 통계는 이러한 이상적인 조건을 충족하지는 못하기에 차선책으로 이 통계를 이용할 때는 우리가 무엇을 비교하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및 시간제 근로자 비중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아직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여타 OECD 회원국에 비해 다소 긴 편으로 추정된다. 불합리한 임금체계나 경직적인 노동시간 규제 등이 비생산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초래하는 측면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 개선함으로써 노동시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환경을 조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취업자 중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작다는 점도 향후 노동정책 방향을 설정함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 근로시간 관련 정책이 전일제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규제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유연근무제와 같이 근로시간의 선택권을 늘리고 시간선택제 근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일제 근로 아니면 구직 포기’라는 이분법적 노동시장 여건 하에서는 유자녀 근로자와 같이 시간 제약이 큰 계층의 노동시장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유자녀 근로자의 경력단절과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여성 및 고령층 등 다양한 계층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발적인 합의에 따라 유연한 근로시간 선택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고용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기존 근로자의 재교육 및 직업훈련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해서도 근로시간의 유연한 조정이 필요하다. 임금 등 일자리 조건이 적절히 설정된다면 자녀 육아기의 부모, 정규직에서 물러난 고령층, 직업훈련을 원하는 근로자 등의 유연 근무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적지 않을 것이다. 

Editor 이경숙  Cooperation KDI한국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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