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terview

플라스틱 전성시대. 우리는 플라스틱으로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심각한 환경 문제와도 마주하고 있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사용해온 플라스틱의 배출량을 줄이고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을 고원료로 전환하며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이노버스다. 이노버스가 어떤 혁신으로 환경을 개선하고 재활용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플라스틱은 일상과 생활에 널리 쓰이는 편리한 제품이다. 1950년대 약 150만 톤에 불과했던 생산량이 2021년 3억9000만 톤까지 약 260배 증가했다. 플라스틱 시대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화석연료로 만들어져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대기오염을 촉진한다. 폐기 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이어져 환경과 생태계 나아가 인체에 악영향을 준다. 바디버든 프로젝트(체내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 축적을 예방하는 운동)나 제로웨이스트 운동 등의 등장은 플라스틱의 심각성이 커져간다는 방증이다. 특히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3위인 우리나라에게 플라스틱은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될 중요한 환경 문제다.
이노버스(Inobus, Innovative business solution)는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재사용 고품질원료로 공급하는 친환경 스타트업이다. 생산과정에서 요구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사회적 가치와 경제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 대상과 SK이노베이션·환경부의 ‘환경분야 소셜 비즈니스 발굴 공모전’ 성장 지원대상 기업 선정, ‘제52회 한국전자전(KES 2021)’ 이노베이션 어워즈 수상과 더불어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받고 중기부 기술 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는 등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보유했다.
기업의 ESG 경영이 필수인 현재, 에코시스템을 갖추고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젊은 CEO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를 만나봤다.

3가지 경쟁력으로 재활용 효율성 높이다
“이노버스는 도심에서 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용품을 수집하는 인공지능(AI) 로봇 ‘쓰샘’을 개발하고 나아가 다수의 사용자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가 출시한 쓰샘은 ‘쓰레기 선생님’을 표현한 이름으로 제품을 많이 써보라는 ‘쓰셈!’이란 의미도 담고 있다. 페트병을 수거하는 ‘쓰샘 RePET’은 자판기 형태의 로봇이다. 이용자가 연락처를 입력하고 열린 투입구에 페트병을 넣으면 쓰샘이 재활용 가능 여부(투명 페트병, 라벨 유무, 오염물, 원료 등)를 판단하고 수거한다. 페트병 외에도 일회용 플라스틱 컵 세척을 도와주고 수집·선별하는 ‘쓰샘 ReCUP’도 개발해 공공기관 등에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이노버스의 주력인 쓰샘 RePET은 양천·구로구 아파트 단지와 서울대·연세대 등에 설치돼 주민들과 학생들의 페트병 재활용을 돕고 있다. 
“쓰샘 같은 로봇을 ‘리버스 밴딩머신(Reverse Vending Machine, RVM)’이라고 부르며 본격적으로 상용화돼야 사회·환경 문제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쓰샘은 다른 RVM과 차별화된 중요한 3가지 키포인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술력입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등 여러 시스템이 센서로 플라스틱을 감지해 불과 0.8초 만에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합니다. 독자적으로 이노버스가 개발한 첨단 시스템이죠.”
실제로 페트병을 지자체나 관련 업체에서 수거해도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일일이 라벨을 분리하고 오염물이 묻었다면 폐기할 수밖에 없으며 원료의 종류에 따라 재활용이 불가할 수 있다. 번거롭고 인력이 투입돼 높은 인건비와 시간이 요구된다. 하지만 쓰샘은 수거부터 분류와 선별까지 자동으로 처리해 인건비와 시간을 대폭 낮춰준다.
“두 번째는 가격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RVM은 2000~3000만원 정도로 가격이 높습니다. 대다수 기업이 RVM을 제작할 때 글로벌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RVM의 기술과 형태를 차용하는데, 사실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제조사만의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끝에 완성한 것이죠. 그럼에도 글로벌 RVM을 단순히 벤치마킹해 제작하니 큰 비용이 투입되고 결국 제품 단가가 비싸지죠. 쓰샘은 타사 대비 약 3배 저렴한 800만원 정도로 업계에서도 가장 낮은 가격을 자랑합니다. 기존 제품과 다르게 자체적인 구조로 설계·개발돼 원가를 절감했죠. 결론적으로 정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은 한정돼 있어 RVM의 가격이 높으면 설치량은 줄어듭니다. 또 RVM의 실질적인 효과가 데이터로 추출될 때까지 약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 데이터가 근거값으로 변환되고 이용되기까지 10년 이상 혹은 아예 사용이 불가할 수 있죠. 10년 동안 데이터를 수집하는 일에 현재 1900억원 정도 예산이 필요한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기술 다음으로 원가 절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예산이 정해진 상황에서 1순위로 꼽는 요소는 바로 효율성이다. 즉 저비용으로 문제를 해결·처리해야 한다. 최근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철회한 우리나라는 EU를 비롯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에 비해 환경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이노버스의 낮은 공급가는 국가·사회적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국민들이 쓰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제품을 싸게 만들고 보급해도 결국 사용해야 빛을 발하니까요. 쓰샘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리워드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혜택을 제공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으니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쓰샘을 사용하면 이노버스의 ‘리턴’이라는 앱을 통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포인트는 현금화부터 상품권·기프티콘 응모 등 다양하게 쓸 수 있다. 특히 여러 기부처·후원사와 연계해 구축한 사회공헌 시스템으로 기부도 가능하다. 이노버스라는 기업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주민이 이노버스의 ‘쓰샘 RePET’에 페트병을 넣고 있다.
한 주민이 이노버스의 ‘쓰샘 RePET’에 페트병을 넣고 있다.

폐플라스틱의 경제적 가치를 꿰뚫어 본 이노버스
지난해 4월부터 쓰샘이 전국적으로 확장 후 8개월 만에 페트병 수집량 100만개, 이용자 수 1만명을 돌파했다. 이 수치는 2022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결과다. 2022년 법인으로 전환한 신생 스타트업이란 점과 비교적 적은 지역에서만 운영한 수치임을 감안한다면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플라스틱은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지만 양이 너무 과하고 폐기되거나 재활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환경 문제를 일으키죠. EU나 미국 등 선진국이 플라스틱 규제에 앞장서고 재활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나라도 페트병을 생산할 때 2025년에 10%, 2030년에 30%를 폐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려는 추세죠. 하지만 인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음료용 플라스틱 용기는 굉장히 순도가 높아야 하는데 국내 산업 구조상 고품질 원료를 조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미흡합니다. 배출단계부터 수거, 선별 등을 통한 원료 수집이 굉장히 어려운 국면에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페트병 발생이 많은 시장에서 쓰샘을 도입하고 고품질 원료를 수집해 페트병 원료의 10%를 재생 원료로 대체한다는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5년 10%, 2030년에 30%까지 폐플라스틱이 원료로 재활용된다면 최소 3000억원, 장기적으로 3조원 가까이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장진혁 대표는 쓰샘 보급을 위해 지역과 기업, 아파트·주택 단지의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고 전시회나 박람회 등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설치 지역이 많을수록 재활용률 역시 당연히 높아지기에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지난해까지는 R&D와 함께 매출 증대를 위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세웠습니다. 올해는 이 전략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확장하는 단계죠. 고품질 원료 수집을 1순위 타깃으로 잡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품질 PET 원료가 전체 산업에서 물·음료용 플라스틱 용기로 사용되는 비율이 고작 1%였다고 합니다. 그 수치가 높아지도록 이노버스가 함께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다른 신규 시장도 발굴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경쟁사가 B2G 사업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B2G 뿐만 아니라 B2B 등 아파트·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폭넓은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주택 단지는 7:3 비율로 수급할 수 있는 원료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곳 중 하나입니다. 독자적 시스템과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ESG 경영, 경영인이 갖춰야 할 필수 덕목
29살의 젊은 CEO 장진혁 대표는 이노버스가 첫 창업이다. 화려한 수상경력과 대기업의 지원 등 첫 창업부터 승승장구하는 모습이지만 분명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회사에 체계를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죠. 온라인 자료나 책을 봐도 개념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고 실무에 대한 세부적 내용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회사와 맞는 협업 툴이나 SaaS 서비스는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새로 찾아야했죠. 효율적인 인사(HR) 관리, 성과에 대한 책임과 보상 그리고 측정 방법 등에 대한 답을 쉽게 얻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재의 이노버스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저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많은 도움도 있었죠.”
이노버스에는 ‘팀워크데이’가 있다. 신입사원이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오전 근무 후 오후에 팀원들과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내 제도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굉장히 빠르게 변하는 산업에 대해 대응하고 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어려움이 뒤따르지만 팀원들과 함께 헤쳐나간다면 충분히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한 명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닌, 개개인의 역할 수행이 중요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에서 팀워크는 생존을 위한 필수이며 회사 성장, 즉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실제로 이노버스에는 법인 설립 전(개인사업자)부터 함께 동고동락해온 구성원 모두가 장 대표와 함께 이노버스를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장 대표는 팀원들과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2022년 청정 우도 프로젝트 ‘U-do! UDO’ 캠페인과 2023년 대구의 ‘플라스틱 Re-Start 프로젝트’ 및 현대자동차의 사회공헌 캠페인 ‘롱기스트런’ 등에 참여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에도 참여해 취업 애로 청년 7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 사회 문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에너지 절감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업무용 차량 일부를 전기차로 교체했으며 ‘타운홀 미팅’을 통해 MVP 직원을 선정하고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스타트업임에도 활발한 ESG 경영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훗날 화장품 용기 등 다양한 플라스틱 용기까지 확대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현재, 이노버스 같은 기업의 활약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가 환경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길 바란다. 

Editor 손현욱  Photographer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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