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Brunch

박소현   
치과교정과 의사/ BLCC 와인 아카데미 강사  
CIVB 보르도 와인 전문과 과정 수료
국제 와인 전문가 인증과정 WEST Level 3 
pass with distinction 보유 
프랑스 와인 전문가 과정 FWS 취득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 한 해의 시작인 1월은 계획과 설렘으로 가득한 달이다. 와인 애호가인 필자에게 ‘시작’하면 떠오르는 와인 종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샴페인이다. 식사와 함께 여러 종류의 와인이 페어링(Pairing)될 때 첫번째 순서로 보통 기포가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서빙된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지만 원래는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규정을 준수해 생산된 포도만을 사용해 샴페인을 양조하는 전통 양조법으로 생산된 와인만 지역명과 같은 샴페인이라 명칭할 수 있다. 
비즈니스 미팅이든 격식 없는 편안한 자리든 와인이 함께하는 자리라면 그 시작을 알리는 첫 순서의 와인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처음 서빙되는 와인의 종류는 그날의 계약 성사여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모임의 주체인 호스트가 준비하는 와인에는 상대에 대한 정성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우연히 발견되어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샹파뉴 지역은 북위 49.5°로 와인을 위한 포도 재배 한계선이 위도 50°인 것을 감안하면 포도 재배에는 다소 추운 지역이다. 포도즙의 당분을 효모가 대사하게 되고 그 산물로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내어놓게 된다. 이때 생성된 알코올이 와인이 되는 것이며 이산화탄소가 날아가지 않고 와인 내에 포함되면 기포가 있는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과거 샴페인 양조의 원리와 방법에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가을에 수확된 포도의 즙에 알코올 발효를 하던 효모가 추운 겨울이 되면 활동을 멈추고 이듬해 띠뜻한 봄날이 되면 다시 발효를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처음에는 봄이 되면 와인 저장고에서 와인병이 터지는 이유를 몰랐으나 차츰 기포를 병에 가두기 위한 와인 양조의 원리를 알게 되고 발전해 가면서 그 비밀이 밝혀지게 된 셈이다. 
샴페인의 미세한 기포가 주는 매력과 즐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샴페인 한 병에는 수억 개의 기포와 그로 인한 평균 5~6기압의 압력이 병에 내재되어 있다. 필자는 샴페인이야말로 오감을 모두 즐겁게 해주는 와인이라 생각한다. 와인 글라스에 담긴 황금빛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기포의 향연이 주는 시각의 즐거움, 와인 글라스 내에 깊게 코를 대었을 때 느껴지는 신선한 과실향과 숙성에서 오는 브리오쉬향, 비로소 입안에 한 모금 살짝 머금으면 느껴지는 섬세한 기포의 촉감과 와인의 질감, 그에 뒤따르는 새콤한 산도와 과실 가득한 와인의 맛, 잔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기포가 속삭이듯 터지는 소리와 와인을 함께 마시는 이들의 대화와 웃음에서 느껴지는 소리가 주는 기쁨. 이 오감을 고루 만족 시켜주는 샴페인은 모임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샴페인으로 ‘돔페리뇽’(Dom Pérignon)을 들 수 있는데, 현재 모엣 샹동 샴페인 하우스의 고급 와인 상품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 한 수도사의 이름으로, 중세시대 샹파뉴 지역 오빌레 마을의 수도사였던 돔 피에르 페리뇽(Dom Pierre Pérignon)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혹자는 돔페리뇽이 샴페인을 발명했다고도 하지만 수도원의 와인 지하 저장고를 관리했던 돔페리뇽은 샴페인을 발명했다기 보다 우연히 발견한 기포가 있는 와인의 맛과 멋에 매료되어 샴페인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다. 샴페인 애호가인 필자가 오빌레 마을을 방문해 돔페리뇽의 무덤 앞에 섰을 때 우연이 가져다 준 와인의 ‘기포’라는 선물이 지금의 샴페인으로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이의 노고가 깃들어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 켠에서 뭉클한 감사가 느껴졌다. 

세상에 내로라하는 업적들 중에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기보다 우연에서 비롯된 경우를 우리는 종종 마주한다. 그때는 부족했을지라도, 지금은 빛나는 기포의 향연으로 우리 앞에 있는 샴페인처럼 새해에는 우연을 간과하지 말고 삶의 특별한 선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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