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blisher's Letter

손홍락   
발행인·대표이사 

해가 바뀌고 새로운 삼백예순다섯 날이 시작됐습니다. 호사가들의 말을 빌리면 상서로운 기운이 서린 ‘청룡의 해’라고 하지만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갈지 짐작하기 쉽지 않습니다. 부디 지나간 해보다 낫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되살려야 할 경제도 시급한 사안이지만 문화부흥의 힘을 보여줘야 할 시점입니다. 밑바닥에서 일어나 힘겨웠던 추격의 시기를 완전히 털어내기 위해서는 중심 국가로의 도약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거슬러보면 갑진년은 60간지 중 유난히 문화·학술의 유산이 많은 해이기도 합니다. 1424년 갑진년(조선 세종 6년)에는 불교의 7종 종파가 선종과 교종으로 통폐합되어 불교 중흥을 꾀하기도 했고 1484년 갑진년(조선 성종 15년)에는 최초의 성문법전인 [경국대전]이 완성되어 법치국가의 기틀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영국에서는 윌리엄 킥슬턴이라는 인쇄업자에 의해 최초의 영문판 [이솝우화]가 출판되기도 했지요. 
1604년(조선 선조 37년)에는 서애 류성룡에 의해 임진왜란의 아픈 역사를 기록한 명저 [징비록]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바다 건너 영국에서는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과 <오델로>가 연극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1664년(조선 현종 5년)은 미국 동부의 초거대 중심도시 뉴욕이 탄생한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신대륙에서 각축을 벌이던 영국과 네덜란드가 한바탕 전쟁을 치렀고, 승리한 영국이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뉴암스테르담(New Amsterdam)’을 ‘뉴욕(New York)’으로 개명한 것입니다. 
1724년(조선 경종 4년)은 [순수이성 비판]의 저자이자 ‘근대 유럽 철학의 조종(祖宗)’이라 불리는 임마누엘 칸트가 탄생한 해이기도 합니다. 1784년(조선 정조 8년)에는 실학자 유득공이 대륙의 혼을 담은 역사서 [발해고]를 저술했고 서양에서는 천재 수학자 프리드리히 가우스가 불과 7세 나이에 ‘등차수열 합의 공식’을 창안했다고 합니다. 1844년(조선 헌종 10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YMCA가, 1904년에는 FIFA(국제축구협회)가 설립됐습니다. 같은 해 일제 침탈로 몰락의 길을 걷던 대한제국(고종 41년)에서는 대한매일신보가 창간되고 세브란스 병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 3년 차를 맞은 1964년에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기자협회가 창립됐고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는 최연소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처럼 문화사적으로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갑진년, 60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응집력이 필요합니다. 2024년 올해에 청룡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기적의 역사가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 대한민국에서 화려하게 수놓아지는 기적, 백범 김구 선생께서 생전에 그토록 바랐던 소원이 이뤄질 날을 기대합니다. 기업의 CEO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께서 가진 바 역량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믿습니다. 또 다른 꿈으로 가슴이 부풀어지는 새해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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