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edical Interview

누구나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하길 바라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암센터, 암 연구의 최전선으로 꼽히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엠디 앤더스 암센터에서 32년간 종신교수로 재직한 김의신 교수는 암에 걸리지 않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절제’하는 생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후학 양성과 암 예방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김의신 교수를 만나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비결을 들어봤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 건강수명은 66.3세이다. 건강수명이란 질병이나 장애 등 신체·정신적으로 특별한 이상 없이 사는 기간을 말하는데,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아프거나 불편한 상태로 생애 마지막을 보내는 기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와 비교해보면 지금은 거의 20년 가까이 더 사는 거죠. 기대수명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건강수명은 크게 늘지 않았어요. 그만큼 십수 년 넘게 각종 질병 때문에 아프고 힘들게 고생하며 노후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 건강하지 않은 몸으로 오래 살기만 하는 게 과연 행복할까요?”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즐거움이 주는 힘
평생 암 치료를 위해 노력해 온 김의신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존스홉킨스대, 피츠버그대, 미네소타대 등을 거쳐 예방의학에서부터 내과, 방사선과, 핵의학과 공부를 두루 섭렵한 능력자다. 1980년부터 엠디 앤더스 암센터에서 종신교수로 일하면서 ‘미국 의사들이 뽑은 최고의 의사’에 무려 11차례나 선정됐으며 수많은 관련 논문을 발표했고 2000년과 2005년에는 한국인 의사의 명예를 드높인 공적으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암 치료 분야의 권위자로 활동하다 퇴임한 후에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후학들을 가르치고 꾸준히 연구와 강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로 13년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 재직 중인 김 교수는 일 년의 반은 한국에서, 나머지 반은 미국에서 생활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년 봄, 가을학기를 위해 14시간이 넘는 이동시간을 감수하는 그의 열정은 여느 젊은이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뜨겁다.
“먹고 사는 일로 생각하면 피곤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라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긍정의 에너지가 나오고 그 에너지가 엄청난 힘을 발휘하거든요.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데 그 즐거움 역시 삶의 큰 활력이 됩니다.”
김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제한된 삶을 산다고 말한다. 평생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시간을 함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측할 수 없는 한정된 삶 속에서 어떻게 살까, 어떻게 죽을까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한다. 
“암센터에서 근무할 때 한국인 환자들을 보면 안타까웠어요. 미국 사람들과 달리 한국 사람들은 건강 문제에 대해 굉장히 감정적이에요. 병에 대해서 의사나 병원을 믿고 치료에 임해야 하는데 내가 죽으면 배우자나 자식이 어떻게 지낼지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 많고 자신을 대하는 의사의 태도나 치료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치료에 전념하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인이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병을 치료하는데 8할은 본인의 마음가짐이기에 긍정적인 생각이 가장 중요해요.” 

스트레스에 취약한 장 건강이 최우선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36년째 암이 차지하고 있다. 암은 이제 감기처럼 ‘함께 살아가는 만성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김의신 교수는 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수만 가지라 하나의 답을 도출하기 어렵고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시간이 갈수록 변형을 거듭하기 때문에 고치기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 몸에서 계속 생겨나는 모든 세포는 40대 이후부터 서서히 퇴화하고 신체를 유지하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그 기능도 점점 떨어진다. 
“요즘 젊은 여성들은 결혼을 안하니까 출산이나 모유수유할 일이 없어요. 몸 안에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을 써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여성암의 발병이 높아졌죠. 폐경이 되고 나면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으니 남성보다 골다공증이나 치매 같은 질환에도 치명적이고요. 반면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계속 나오지만 신체기능이 떨어지니 쉬어야 하는데 무리하게 보충제 등을 먹게 되면 오히려 남성암이 유발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변화를 직시하고 그에 맞춰 생활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질병에 노출되기 쉽지요.”
30여 년 넘게 수많은 환자를 만난 김 교수는 현대인에게 흔하게 생기는 각종 성인병을 비롯한 암에 걸리는 이유 중 80%는 본인의 습관과 환경이 만든다고 말한다.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은 운명이지만 건강하게 사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분명 본인도 잘 알고 있을텐데 쉽게 바꾸지 못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해요. 신체의 기본적인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나쁜 식습관을 버리고 몸에 해로운 담배나 술을 멀리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이 각종 질병과 암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특히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장 건강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우리 몸은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과 억제하는 물질을 동시에 만들어 서로를 견제하는데 이런 물질의 대부분이 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장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 기업을 대표하는 CEO들을 걱정했다. 
“장은 스트레스에 엄청 취약해요. 적당한 스트레스는 활력소가 되지만 지나치면 장에 있는 좋은 균과 나쁜 균의 균형이 깨져서 건강을 해칠 수 있거든요. CEO들은 기업을 운영하고 직원들의 삶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더더욱 건강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철저히 챙겨야 합니다.”
건강과 행복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기에 무너지기 전에 신체의 건강 밸런스를 유지하는 생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 나이가 들수록 무조건 걷기 같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무언가에 도전해 보거나 취미 활동을 꾸준히 하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역시 섹스폰, 클라리넷 등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안정을 찾는다고. 

질병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재능기부
김의신 교수는 후학 양성과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과 홍보대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국제바이러스연구협력단(IVRA)의 자문위원장을 맡아 국내외 의료진과 함께 암을 극복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IVRA는 아디포랩스의 고주파 온열암 치료기인 ‘리미션1℃’를 이용한 암 치료와 감염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데 주목해 매년 국제 암 치료 희망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환자 치료에 적극 노력하는 공동협력체이다.
“열 치료가 이론적으로는 좋은데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 부족한 부분이 있었어요. 고성능의 장비를 통한 고주파 온열암 치료를 직접 참관해보니 암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겠더라고요.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활동하는 의료진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자문위원을 맡아 힘을 보태게 됐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저탄소 식생활 실천운동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저탄소 식생활은 김 교수가 말하는 암을 예방하는 식습관인 육류 등 동물성 식품의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뇌는 좋은 걸 오래 기억하기 마련이에요. 나쁜 습관을 기억해버리면 거기에 중독되어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 찾게 되거든요. 흰쌀밥 보다 현미밥, 동물성 대신 식물성 단백질, 콩, 우유, 발효음식 등 식단을 고영양 저열량식으로 바꿔 불필요한 탄수화물을 줄이면 환경도 보호하고 암이나 다른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정말 좋습니다.”
모든 질병은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질병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면 더 철저히 공부하고 정기검진을 놓치지 말아야 하며 욕심을 버리고 작은 습관부터 신경 쓰는 정성이 필요하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야 질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김의신 교수처럼 말이다. 

Editor 이경숙  Photographer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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