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terview

정시돈 대표는 하네스(Harness) 전문 제조사 케이블트론을 운영하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하네스를 연결하는 것처럼 정 대표 역시 기술과 산업,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바쁘다. 품질과 성장을 강조하고 동시에 현재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인본주의라는 신념으로 신뢰를 구축한다.

무대 위 주인공처럼 화려하지 않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빛나지 않는다. 단순 전력공급과 신호전달을 담당하는 하네스는 그런 산업이다. 다만 기계·통신·모빌리티 등 첨단 산업에 필수불가결하다. 누군가는 작품의 단역으로 취급할 수 있지만 단역들이 있기에 작품이 완성된다. 정시돈 케이블트론 대표는 하네스 시장에서 국내 산업발전을 위해 잔잔한 파도를 일으켜 첨단 산업이라는 큰 파도까지 이어지도록 공헌하고 있다.

하네스 산업으로 노선을 바꾸기까지
정시돈 대표는 IT 전문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4년간의 기자·데스크 생활을 발판으로 1995년 IT 전문 월간지를 발행하며 미디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성질이 더러워 남의 밑에 있을 성격이 아니었습니다(웃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에 겁 없이 덤볐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도 IT가 급부상했었습니다. ‘정시돈 모르면 간첩’ 소리를 들을 정도로 IT 발전에 한 획을 그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IMF로 매체들이 추풍낙엽처럼 휴·폐업했고 저 역시 그 파고를 피할 수 없었죠. 결국 선배에게 사업을 넘기고 기자 시절에 쌓은 인맥을 동원해 헤드헌팅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약 17년을 주력하다 하네스 산업으로 선회했죠.”
하네스는 본래 ‘마구(馬具)’를 뜻한다. 말과 소 등 동물과 사람 또는 마차와 연결하는 장치다. 현재 자동차나 전자기기 등에 전력을 공급하고 신호를 전달하는 전선의 집합체로 널리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지난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알 수 있듯 플랫폼과 블루투스 등 무선 시스템이 발전했지만 이를 통제하고 아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심 중 하나가 하네스다. 다만 정 대표에게 제조업 도전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공과 업(業)으로 삼던 분야와 전혀 다른 영역에 진출하겠단 행동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보통 사람이라면 걱정과 우려가 앞섰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잃을 게 없는 놈이라고 하죠. 하네스 산업에 뛰어들 때도 제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수요가 지속되는 산업이라 나만 잘하면 망하지 않겠다는 자신도 있었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한 ‘에디슨’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공 이전의 실험은 실패가 아닌 전구가 작동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찾은 것이다’고 말했죠. 앞서 경험한 두 번의 사업은 지금의 밑바탕이자 자양분이 된 위대한 유산이었습니다.”

 

‘Interlink Power’ 케이블트론, 기술과 사람을 연결하다
“하네스가 없으면 생활은 물론 산업에 필요한 전력도 공급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멈추고 원시시대로 회귀할 수도 있겠죠.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하네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공기와 햇빛, 물과 같다고나 할까요? 케이블트론(Cabletron)은 케이블(Cable)과 전자(Electron)의 합성어입니다. 현재 의료기기와 조명 분야를 중심으로 하네스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죠. 하네스 산업은 고객사만 유지하면 꾸준히 거래할 수 있는 지속성을 갖췄습니다. B2B 산업으로써 여러 기업과 함께한다는 장점도 있죠. 오케스트라에서는 마에스트로가 빛납니다. 하네스는 그곳에서 지휘자처럼 중심은 아니지만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팀파니스트나 플롯 연주자와 같죠. 돋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20~40년차 기업도 많은 하네스 시장에서 케이블트론은 이제 7년 차에 접어든 후발 주자다. 그 기간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케이블트론이 훌륭하게 시장에 적응했고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영국의 비평가 존 러스킨은 ‘품질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지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우수한 품질은 끊임없는 실패와 노력을 거듭한 결실이며 언제나 시장에서 환영받는 중요한 가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품질입니다. 불량 발생 시 자재와 인력, 시간과 비용을 넘어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가 무너질 정도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죠.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에서는 특히 품질을 엄격하게 심사합니다. 저희 역시 품질을 항상 최우선으로 여겨 만족감을 제공하죠. 그리고 신속하고 철저한 향후 서비스에도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진 거래사여도 새벽에 전문가를 대동해 직접 현장을 방문합니다. 신뢰를 잃지 않고 더 확고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 아이디어나 신소재, 첨단기술 등이 개발되고 주목받아야 한다. 그럴수록 하네스 산업도 활성화되겠지만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오히려 하네스 산업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입니다. 하네스가 부가가치나 기술적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산업은 아닙니다. 다만 기계·장치에 필수적이고 각광받는 산업을 지원하고 제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자부합니다. 하네스 산업이 있기에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이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케이블트론의 캐치프레이즈는 ‘Interlink Power’이며 ‘연결’을 강조한다. 하네스 자체가 연결 매개체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 대표는 하네스가 단순 산업발전을 넘어 사람까지 잇는다고 말한다.
“기술과 기계는 사람을 위해 발전합니다. 결국 하네스도 사람을 위한 사업이죠. 기술과 기계를 넘어 사람까지 연결하기에 Interlink Power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적용했죠. 다른 부품에 비해 초라해보일 수 있지만 여러 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파괴력과 파급효과는 대단히 커집니다. 하네스는 소통이자 관계고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입니다.”

정시돈 대표의 리더십과 인본주의
리더십의 중요 자질 중 하나는 명확하고 굳건한 신념이다. 꺾이지 않고 한결같은 모습은 귀감이 될 수 있다.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인망이 두텁다고 평가되며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다.
“제 직업은 평생 CEO입니다. 사회 생활을 통해 영업력과 소통력을 키웠죠. 사람을 만나고 파악해 설득하는 일에 강합니다. 즉 사람과의 만남이 두렵지 않죠.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대표로서 영업력은 필수입니다. 품질과 영업이라는 양 날개가 있어 도약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원칙을 지키는 선에서 직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쥐어줍니다. 교육을 의미하는 ‘Education’의 어원은 ‘Educare’로 ‘꺼내다’라는 뜻입니다. CEO는 직원의 잠재력을 끄집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방향을 제시해줄 뿐이죠. 이것저것 간섭하면 더 불편해져 업무 능력이 저하되니까요. 덕분에 직원들을 일당백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자로 키웠습니다.”
정 대표는 사람을 거듭 부각했다. 그만큼 사업 확대나 규모 확장보다 현재의 고객사와 직원들에게 더 집중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시장을 개척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와 가치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저만의 철학이 있는데 ‘쪽팔리게 살지 말고 폼생폼사를 즐기자’입니다. 일반적으로 폼생폼사는 외형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겠지만 제 폼생폼사는 ‘자신의 정의와 신념을 지키고 남의 시선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믿는 자세’입니다. 국가 수호를 위해 싸운 이순신이나 강감찬 등 위대한 장군부터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 등 그들의 인생이 제가 말하는 폼생폼사라 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더라도 쪽팔리게 벌지 말자, 직원들에게 쪽팔리는 대표가 되지 말자, 쪽팔리는 부모와 자식이 되지 말자고 늘 다짐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란 대목처럼 저 역시 그런 인생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Editor 손현욱  Photographer 강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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