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Company, 혁신 경영을 위한 법률 정보_22

필자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한국법제연구원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당시 필자의 주된 관심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공법의 역할과 관련되는 연구에 있었고 여기서는 연구자들이 수행했던 몇 가지 연구 분야와 쟁점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세대 간 계약의 문제이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사회계약론은 개인과 국가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데 대해 세대 간 계약은 여기에 더해 현재 세대에서 미래 세대로 이어지는 시간을 고려하여 세대 간의 형평성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사회계약론이라 할 수 있다. 
국회의 예산심의가 한창인 지금도 건전재정 이슈로 논쟁이 되고 연금재정의 고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논의의 핵심은 현재 세대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세대 간 계약이론이라 할 수 있으며 현재 세대에 대비한 미래 세대의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와 미래 세대 권리와 책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고 미래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어떠한 조직과 입법적 절차를 갖추어야 할 것인지가 주요 논의사항이다. 미래 세대 보호의 문제는 지속가능한 국가를 위해 또한 연금제도 개혁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문제일 것이다. 

기후변화 입법 대응 절실한 상황
기후변화 법제연구사업을 수행하면서 선진 외국이 발 빠르게 기후변화에 입법적으로 대응하는 상황에 우리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2021년 7월 14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탄소국경조정 입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로 탄소를 줄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전 세계적인 동참이 필요하다는 명분에 따라 역내의 탄소 감축 노력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역외의 유럽연합으로의 수출품목에 대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한 전 세계적인 대응방안은 극명하게 갈리는 데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무역장벽으로 자유무역협정 위반을 제소하겠다 하고 미국의 경우 탄소세 부과 방침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산업계의 의견을 들어 긴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탄소 국경조정의 법 체계적 쟁점, 예컨대 자유무역협정의 위반 쟁점과 이를 인정한다고 할 경우 EU 탄소거래시스템에 맞게 우리 시스템을 전환하려는 방안, 탄소세의 도입 필요성 또는 그 방안에 대해서 법이론과 실무 또 현장의 전문가들이 국익의 관점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RE100에 CF연대로 대응하며 세력 규합 나서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국제캠페인으로 2014년 영국 런던의 비영리 기구인 ‘더클라이밋그룹’에서 발족한 것이라고 한다. 일종의 캠페인으로 구속력은 없으나 국제적인 양상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다.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이 RE100 선언을 하고 다른 기업에도 참가를 독려하고 있는 것이 마치 법외의 무역장벽으로 작용되는 형국이다. 외국의 민간기업이나 단체가 국내의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며 민간의 운동이라 해 국가가 무대응으로 있을 수 없는 현실에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CF(carbon free)연대로 대응하기로 하고 지난 10월 출범식을 마치고 국제적인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탈 탄소 정책이 국제사회의 CF100과 같은 수준의 목표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탈 탄소 정책이 국제사회의 이니셔티브를 얻어 우리 기업이 겪고 있는 혼란을 해소해 줄 수 있는지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낼 수 있다는 말의 힘을 믿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격전의 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ESG 경영은 국가적인 관심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사회적 가치 법제연구사업도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관련되는 연구주제였다. 초기에는 연구 목표가 사회적 경제 3법(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기본법, 사회적 경제 기본법, 사회적 기업 구매촉진법)의 국회 통과와 안정적인 하위법령의 마련이었으나 사회적 가치의 구현은 사회적 경제 분야만의 문제는 아니라 이후에는 우리 법제 전반에서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입법적 개선을 목표로 했다. 
연구는 전 세계적인 ESG 경영의 열풍 속에서 ESG 법제연구로 더욱 구체화한 분야를 갖고 연구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사실 경제적인 측면만 고려한다면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세상경영이 이루어질 것이므로 국가사회가 특히 입법이 관여할 여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도 이미 시장의 실패니 외부효과니 경제적인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음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또한 서구의 ESG 경영도 실상은 가장 자본주의적인 국제헤지펀드가 위험의 헤징방안으로 강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ESG 경영은 사회 전반의 나아가 국가의 관심 영역에서 논의되어야 함이 명백하다. 특히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서 평가지표의 표준화와 입법의 범위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바 무엇보다도 아직 국제규범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관여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K-ESG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국제적인 표준이 되었을 때 현장의 기업은 기업활동을 하기 한결 수월할 것이다. 
유럽연합 기후변화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가 최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가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면서 2023년 7월은 가장 더운 7월로 기록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대해 안토니우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7월 27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시대가 끝나고 끓는 지구(Global Boiling)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 같은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입법적인 대응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EU의 탄소 국경 조정 입법, 미국의 IRA(Inflation Reduction Act) 등이 그 예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에 따라 실질은 자국의 산업 보호가 더 주된 목적인 것 같다. 전 지구적 위기에 국제적 연대하에 총체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자국의 이익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직 국제적인 규범이 완성되지 않은 분야에서 이니셔티브를 얻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했던 탈 탄소 정책, ESG 평가지표 등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의 법과 기준이 국제적인 규범으로 자리해 우리 국민과 기업이 익숙한 국제법 환경에서 자유와 창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외 주도정책을 기대해 본다. 

 

김계홍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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