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치아 교정치료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_8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사람의 적응 능력은 놀랍도록 뛰어나다. 치아에 교정기를 부착하고 적응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교정기 부착 후 주의사항’을 안내한다. 교정치료를 시작하고 느끼는 불편이나 통증의 정도, 그에 따른 반응은 개인마다 매우 다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치아교정을 시작한 환자 대부분은 변화된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순조롭게 적응한다. 새로 산 신발이 내 발에 익숙해져 편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듯 교정기를 처음 부착한다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은 어색하고 적응하기 힘들 수 있지만 보통 1~2주면 장치에 익숙해져 초반의 불편함은 거의 사라진다.
교정치료 시작을 망설이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통증’이다. 치아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첫날, 가장 힘이 약한 교정용 와이어(치아 이동을 위해 교정기에 연결하는 철사줄)를 장착한다. 요즘 교정기와 교정용 와이어는 최소한의 힘만 발휘되​도록 고안됐지만 통증이 동반될 수 있다. 치아 이동은 염증반응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치료 중 느끼는 통증은 교정력이 치아와 치아 주변 조직에 가해질 때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과서적으로 교정력이 가해진 3시간 후부터 3일 정도까지 통증을 느낀다. 다만 통증은 사람마다 정도나 기간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통증이 심할 경우 진통제의 도움을 받아 완화하는 방법도 좋다. 수일 후 통증은 약해지거나 없어지며 생각보다는 견딜만하다.
교정기가 장착되고 치료가 시작되면 구강은 ​새로운 환경을 맞이한다. 치아와 잇몸, 입천장, 볼살, 혀 등은 새로운 환경을 거부하지 않고 빠르게 받아들인다. 한 몸으로 인식하고 교정치료의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 불편을 줄이는 방법인 셈이다. 간혹 소아들이 교정치료를 받을 때 보호자가 걱정 섞인 목소리로 질문한다. 아이가 교정치료에 잘 적응할지, 너무 힘들어하지 않을지 등. 필자는 ‘아이를 믿어달라’고 대답한다. 소아는 오히려 성인보다 적응 능력이 뛰어나 약 2주 후 내원하면 교정기에 익숙해져 친구가 된듯한 모습을 보인다.
교정치료처럼 삶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극복하여 마침내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환경들로 낯설음을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만난다. 그 상황에서 환경을 탓하고 불평을 표하는 것보다 변화된 환경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인지 혹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태도를 우선시해야 한다. 만약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이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적응할지 생각해야 한다. 이왕 받아들여야 할 시간이라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내는 것이 좋다. 이후 한 뼘 성장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교정치료 과정 중 초기 적응기 이후 힘든 중간 치료기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초기 적응을 해냈다면 정기 체크 시 변화나 조금은 어려운 치료 과정의 적응 역시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우리가 경험을 토대로 더욱 단단해지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것처럼.
인간은 극한의 상황을 접했을 때 자신이 가진 최대 능력 그 이상을 발휘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놀라운 자신의 적응력을 믿자. 자신의 한계는 스스로 결정하므로 환경의 한계에 가두지 않기를. 필자는 오늘도 교정치료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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