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Message

이성용   아서디리틀(Arthur D.Little) 코리아 대표
이성용   
아서디리틀(Arthur D.Little) 코리아 대표

우리는 가장 불확실한 시기 중 하나와 직면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방향이 불분명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nd Ambiguity)란 단어는 이제 웹스터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측하고 못했고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적었다. 최근 벌어진 가자지구 전쟁 역시 단 하나의 뉴스 매체도 심지어 이스라엘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것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한 것에 더욱 황당했다. 우리가 달성했고 진행하는 발전들을 고려할 때 미래 예측에 있어 100년 전보다 나을 것 없다는 현실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나는 미래 예측이 과거보다 퇴보했다고 주장하고 싶다.
CEO는 이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운에만 의존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대응해야 할까, 혹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전략을 고수해야 할까? 이렇게 어려운 질문 속에서 우리는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2024년을 맞이할 우리의 환경은 아마 최악의 VUCA 단계일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VUCA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되는 경영 이론 중 하나다. 우리는 이 기법과 오랫동안 함께했으며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 결과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기존 전략에 복잡성이 더해진다. 따라서 많은 독자가 기본 규칙들을 염두에 두어 2024년 예산 계획 사이클을 진행할 때 적용하길 바란다.
첫째, 시스템에 입력한 변수들은 반드시 나은 결과로 이어지거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다. 많은 기업은 인플레이션 비율, 환율, 고용 등과 같은 변수를 과도하게 반영하려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50개 이상 유사 변수를 지켜본 결과 이것들은 효과적이고 유용한 관리 도구 보다 경제학자의 모래 상자이자 분석적 놀이터에 가까웠다.
둘째, 행동을 위한 트리거 포인트(trigger point: 촉발점)를 설정한다. 이 포인트를 설정하지 않는 것은 주식 포트폴리오 가치가 하락해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 상황과 유사하다. 전문 트레이더는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욕심이 지나치지 않도록 사전에 매도 및 매수 지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매도 타이밍에 주식의 현금 가치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이처럼 경영진도 특정 트리거 포인트에 연결된 일련의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의사결정 및 후속 실행과 관련된 소요시간, 지연시간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대개 비용과 이익이 함께 걸려 있기 때문이며 특히 자본 지출이 수반되는 경우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매우 철저한 계획 프로세스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은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셋째, 사업적 활동을 ‘반드시 해야 할 장기적 과제’, ‘최신 평가가 필요한 특별 프로젝트’, ‘일상 업무 운영’의 세 가지로 분류할 때 시나리오 플래닝은 2번과 3번에만 효과적이다. 많은 기업이 1번을 시나리오 플래닝에 적용하는 실수를 범해 장기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다. 해외 공장을 지을 때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며 일정을 미룬다고 해서 꼭 좋은 것은 아니다. 1번에 관련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미루기보다는 실행하는 것이 좋다. 다만 확정적으로 부정적 사건 발생이 예상된다면 미루는 것이 옳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이해하기 쉽지만 효과적으로 구현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시나리오 플래닝을 실행하고 경험한 기업은 내부 역량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이것이 VUCA 환경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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