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Interview

마이스는 전 세계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의 브랜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대외적인 위상만큼은 세계적인, 그야말로 이상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 고양시를 아태 1위, 전 세계 14위로 올려놓은 국제적인 CVB네트워크 전문가가 있다. 마이스 산업 인식의 저변화를 위해 쉴 틈 없이 7년간 달려 온 이상열 고양CVB 사무국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양시는 전시 산업의 메카라고 불릴 정도로 친숙한 도시지만 그에 비해 마이스 산업의 전초기지이자 세계적인 마이스 산업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마이스라는 이름이 대중에게는 생소하기 때문이다.
마이스(MICE)는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뜻하는 산업을 말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국제회의를 두 번째로 많이 유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대부분 놀랄 것이다. 그만큼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는 그 명성과 궤를 같이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이스 산업의 대중적인 인지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인식의 저변화가 부족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아직까지 그저 다양한 전시회가 개최되는 부분만 부각된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마이스 산업은 단순히 전시회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나 단체의 회의를 유치하고 전시회 주변의 관광명소를 통한 부수적인 소비 효과까지 원활하게 창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산책하기 딱 좋은 늦가을, 수많은 전시회의 메카인 고양시 킨텍스 중심에 위치한 고양컨벤션뷰로에서 만난 이상열 사무국장이 제일 먼저 꺼낸 말이다. 

먼저 제50회 관광의 날 대통령 표창을 받으셨는데 축하 드립니다. 이 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이 상은 마이스 산업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에 앞장서서 열심히 일해줬다는 격려이자 아직 가야할 길이 머니 더욱더 최선을 다하라는 채찍이 아닐까요? (웃음) 국내에서 마이스 산업이 내부적으로 공고히 해야할 일들이 많은 터라 또 다른 기획을 위해 뷰로 팀과 함께 발로 뛰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굳건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고양컨벤션뷰로와의 인연과 마이스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고양시컨벤션뷰로 태동기, 단장 공모가 있었던 2016년 11월 전까지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PCO(컨벤션기획사) 엠씨아이그룹에서 15년간 행사기획 전문가로 일을 했습니다. 도시마케팅 및 행사기획자로서의 오랜 경험이 고양시를 마이스 산업의 모범적인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도전과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고양시는 킨텍스라는 마이스 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이 충분했기에 저의 의지가 탄력을 받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세계적인 마이스 산업의 대열에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민간으로부터 경상지원을 받는 단장 체제로 진행하다가 2021년 5월에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고양시컨벤션뷰로 독립하면서 사무국장 체제로 전문성을 강화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진 권한 내에서 재량을 발휘할 수 있어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마이스 산업의 인식의 변화와 필요성의 첫 발을 떼고 성큼성큼 나아가는 과정까지 온 것은 고양시컨벤션뷰로 전직원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7년 만에 GDS-I 아태지역 1위라는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운 점이 많았을 듯 합니다.
지난해 글로벌 지속가능성 도시협의체(GDSM)에서 발표하는 세계적인 마이스 목적지 지속가능성 평가(GDS-I)에서 아태지역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전 세계 90개 주요 마이스 도시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도 고양시가 파리, 베를린 등의 선진도시를 제치고 종합 14위에 올랐고요. GDSM의 평가기준이 그 나라의 환경, 사회, 마이스 공급망, CVB 지속 가능한 역량 등 네 가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7년 만에 이런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고양시가 마이스의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하고 독립적인 산업으로 지원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놀라울 만한 성장세이지만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마이스 산업을 위해서는 독립적인 재정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선진국의 컨벤션뷰로 1년 예산이 높게는 1000만 달러, 평균적으로 100만 달러 수준으로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지속가능한 마이스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고양시의 마이스에 대한 산업 인식 자체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하지만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들이나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마이스라는 단어의 의미 자체가 익숙지 않습니다. 마이스 산업은 말 그대로 국가와 기업간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인 영향을 주며 산업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제는 마이스와 마이스관광을 구분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일례로 킨텍스에서 회의와 전시회를 유치했는데 이를 보러 온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자는 행위는 마이스 관광에 해당하지 마이스 산업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마이스는 회의와 전시 자체의 성과와 통계로 극명하게 구분되거든요. 그런데 마이스관광을 통해 나온 경제적인 효과를 마이스 산업의 결과로 보는 지금의 인식은 분명 변해야 합니다. 여기에 공항에서의 접근성 등의 교통편, 다양한 볼륨의 호텔과 외식업의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야 하고 해당 지역의 기업체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이스 도시로 가장 모범적인 곳을 벤치마킹 하셨는지요?
물론이죠. 마이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마이스 네트워킹에 참가해 꾸준히 정보를 보고 듣고 교환해야 합니다. 담당자가 자주 바뀌면 그만큼 신뢰도가 떨어져서 국제사회에서 외면당하기 십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국제회의가 열리면 무조건 참석해 네트워킹을 공고히 하면서 새로운 마이스 산업의 틀을 잡아나가고 있습니다. 마이스 산업으로 가장 모범적인 곳이 멜번과 싱가포르입니다. 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 관광이 밀집해 있어서 비즈니스와 관광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거든요. 멀리서 찾지 않아도 코엑스가 바로 그러한 경우지요. 

고양시 GDW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까요?
올해로 7회차를 맞는 고양 데스티네이션 위크(GDW)는 고양CVB가 직접 주관하는 토종 컨벤션 행사로 지난 10월 22일부터 26일까지 ‘마이스의 귀환’이라는 주제로 소노캄 고양 호텔에서 진행됐습니다. 제가 직접 기획했는데 2017년에 아주 적은 예산에 2일 간의 행사로 시작해 7년 만에 전 세계 39개국 국내외 마이스업계 저명인사 60여 명 등 총 780여 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성장했습니다. 6회차 행사에서 새롭게 신설한 고양시 마이스 육성 계획을 통해 마이스 산업의 신규 정책과 계획을 고도화했고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과 아이디어를 반영시켜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또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한 고양 마이스 데이, ICCA(국제컨벤션협회) 공동 아태 비즈니스 이벤트 유스 챌린지와 아태 비즈니스 발전 포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GDW의 형식을 갖추게 됐지요. 앞으로도 고양시만의 특화된 컨벤션 행사로 보다 많은 기업체가 참가하고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의 국제적인 행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컨벤션뷰로 전문가로서의 오늘과 내일이 궁금합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가라니요? 절대 아닙니다. 고양시의 특화된 전시공간에 마이스를 독립적인 산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해 주는 환경 때문에 다소 수월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뿐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고양CVB 직원들 모두가 고양시를 전 세계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다양한 시도를 통한 모범적인 마이스 산업 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지난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1,000명의 참가자들이 캠프촌에 상주하며 2박 3일간 ‘AI와 K콘텐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토의하는 국제행사를 개최했습니다. 그 행사는 바로 신개념 융복합 국제행사인 ‘콘텐츠 유니버스 코리아 2023’인데 급변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흐름 속에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마이스 플랫폼으로서의 특별한 시도였습니다. 마이스 산업의 흥망은 지속가능성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고양CVB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가졌던 인터뷰를 늘 가슴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한 번이라도 공무원처럼 일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저를 해고해 달라는 말이었습니다. 전국 지자체가 컨벤션뷰로의 전문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공유할 자세가 돼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마이스 산업 국가로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은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 

Photographer 강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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