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Column, 치아 교정치료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_7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박소현   서울바른현치과 원장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시작을 함과 동시에 반절을 하는 것이라니 그만큼 어떤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작을 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나 무작정 시작하는 것보다 ‘잘’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모든 단추를 꿰었을 때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교정기를 치아에 부착하는 것은 치아교정을 위한 실제 행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교정치료를 위한 실질적인 첫 단추를 꿰는 과정이다. 교정 의사는 치아의 표면에 교정기를 단순하게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치아가 이동될 방향과 앞으로 일어날 치아 이동의 양상을 고려해 원하는 움직임에 부합되도록 교정기를 부착한다. 교정기는 치아에 교정기용 접착제로 부착되는데 추후 치료가 완료되면 장치를 제거하면서 이 접착제도 치아 표면에서 깨끗하게 제거하게 된다. 교정기용 접착제는 교정치료 중 평소 식사나 교합 시에 장치가 치아 표면으로부터 쉽게 탈락되지 않을 정도의 부착 강도를 가지면서도 일정 이상의 힘에는 장치가 치아의 표면에서 제거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매우 특별한 접착제다. 
교정 의사는 치료의 매 단계마다 집중을 하지만 교정기의 부착 단계에서 더욱 집중하며 심사숙고하게 된다. 오늘 부착한 교정기의 위치로 내일의 치아 이동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교정기를 적합한 위치에 잘 부착하는 것은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고 부작용을 적게 하며 치아가 더욱 아름답고 건강하게 이동되도록 한다. 따라서 교정기의 부착은 전체 치료 과정 중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 중 하나이다. 첫 단추를 잘 꿰는 일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목적과 이유를 모르거나 단기적인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 무작정 시작하다 보면 첫 단추부터 잘못 꿸 우를 범하고 다음 단추도 잘못된 위치에 꿰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잘못 꿰었던 단추를 모두 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시작 단계부터 공을 들여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만약 시간과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는 이유로 첫 단추로 되돌아가지 않고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를 끝까지 채워 나간다면 그 결과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원하는 결과를 결코 제대로 얻을 수 없다. 
치아 상태를 깨끗하게 하고 교정기를 부착하며 아치와이어(치아 이동을 위해 교정기에 연결하는 교정용 철사 줄)를 장치에 연결하고 구강관리를 교육하는 등 교정기의 부착이라는 첫 단추를 제대로 잘 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환자를 맞이한다. 내일의 치아 이동에 오늘의 치료가 영향을 주게 되므로 좋은 결과를 위해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한 시간 남짓의 시간이 힘들 수 있겠으나 환자 역시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 
원하는 결과를 제대로 잘 얻기 위해서는 처음 시작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단단하게 닦인 주춧돌 위에는 원하는 모습대로 한단계 씩 건물을 멋지게 잘 쌓아 가기만 하면 된다. 공을 들인 시간 이후는 오히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오늘도 교정기 부착이라는 첫 단추를 공들여 꿰어드린 환자의 치료가 잘 진행되길 바라며 우리의 삶에 무수한 첫 단추들이 잘 꿰어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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