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of View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민희식   크리에이티브워크 대표 / 에스콰이어 前 편집장 

올해 100세를 맞이한 미국 전 국무장관 키신저,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밋, MIT 학장 대니얼 허튼로커의 대담을 책으로 펴낸 <AI 시대와 인간의 미래(The age of AI and our human future)>가 2023년도 개정판으로 새로 출간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챗 GPT 이후 급작스럽게 찾아온 AI 시대를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기술에 걸쳐 인류가 직면하게 될 딜레마가 빠른 속도로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책은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진다. AI 기술이 적용된 생명과학, 우주과학, 양자학 분야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AI가 말하는 ‘최고의 친구’란 무엇인가? AI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 AI는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현실을 인지할 수 있는가? AI가 인간 활동에 개입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소 철학적이고 무거운 주제지만 이 책은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AI와 본격적으로 직면하게 된 인류는 인공지능 기술의 성과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불안을 느끼기 마련이다.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진화하는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 대량 실업이 예고되고 앞으로 인간은 뭘 해 먹고 사느냐는 1차원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AI 네거티브 세대’의 등장으로 연결되며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와 편승해 사회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주도권은 인간이 쥐고 있어서 이성적 해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소 막연한 희망을 던진다. 
사실 대담에 참여한 외교의 베테랑 키신저, 인공지능의 용도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구글의 전 전문경영인의 에릭 슈밋, MIT 슈바르츠만 컴퓨터 대학의 초대 학장이자 인공지능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대니얼 허튼로커마저도 AI 시대의 희망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AI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해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갈등으로 전쟁이 빈번히 일어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과 AI의 정보 왜곡으로 인해 인간의 확증 편향성을 증폭시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함에 따라 사회적 갈등을 가중한다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같은 예측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중국과 대만 간의 군사적 충돌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의 한반도 상황 역시 매우 불안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충격적인 장면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최근 전쟁의 양상은 민간인 피해가 학살 수준에 이른다는 점이다. 마치 미래 전쟁을 보는 듯하다. 미래 전쟁의 주체가 AI다, 알파 제로처럼 AI는 독학으로 수집된 데이터와 계산된 결과치를 갖고 체스 게임을 하듯 작전을 수행하고 대량학살에 적합한 무기를 양산한다. AI는 인간의 정의나 명분 따위에 전혀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인간주도의 현대전보다 더 무섭다.
오펜하이머가 핵무기 실험을 목격했을 때 자신을 세계의 파괴자로 불렀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필요악으로 규정했다. AI를 비롯해 첨단기술은 늘 인간이성의 한계를 실험하고 인간의 정체성에 도전한다. 악의 유혹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방법은 올바른 인지적 사고와 진실을 꿰뚫는 통찰력이다. 이 책에서 AI 시대를 희망 있게 보는 것도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저작권자 © 월간 CEO&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